7. 따뜻한 은신처 543

세밑의 헛소리

온갖 핑계를 대가며 굼벵이처럼 조금씩 책을 읽는데 (이해는 못하고 말 그대로 그냥 읽기만 하는데) 난데없이 유튜브를 하나 보고 오란다 그래서 또 말 그대로 보고 왔다 그러니까 사야는 잘 보고 왔는데 저자말이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야가 본 걸 못 본단다 심지어 다시 보라고 하면 같은 비디오가 아니라고 믿는다나 그 사람 말인즉슨 사야는 그 대부분의 사람에 포함이 되지 않는다는 건데 혹 사야가 평생 정신적으로 괴로워한 게 이 남들과 다른 인지능력과 상관이 있는 건가 싶더라지 더 심각한 건 사야는 분명히 봤으므로 그걸 못 보는 사람이 있다는 걸 이해도 못한다는 거다 사야에게는 그렇게 명확하게 보인걸 어찌 못 볼 수가 있냐는 말이다 저자의 실험이 참에 가깝다는 전제가 필요하긴 하지만 사야가 다른 사람들에게 잘 공감..

뜨거운 스토브리그의 시작

리그가 끝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상상도 못 했던 일이 일어났다 사야는 FC 서울 라이트팬인데 예전에는 명문구단이었다지만 사야가축구를 보기 시작한 후 잘한 적이 한 번도 없다 그나마 올초에는 잘했는데 역시나 망했다 1부 리그 12팀 중 막판에는 둘로 나눠 위쪽은 우승과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아래는 강등경쟁을 하는데 하위스프릿이라는 아래에서 강등가능성도 없는 성적 그러니까 7위로 잔류 과거 같은 명문구단이었다는 수원삼성이 결국 2부로 강등당한 걸 생각하면 뭐 그나마 다행이지만 서울에 있는 유일한 1부 팀이라 평균관중도 많은데 아쉬운 거는 사실 감독도 없이 대행으로 시즌을 마감했는데 갑자기 새 감독 루머가 나왔다 이게 왜 충격적이냐면 바로 이 분 김기동 현 포항감독이 그 주인공이다 사야가 축구를 보는 동안 ..

사야의 겨울 공부계획

겨울이 왔고 삼 개월간 세 가지를 공부하기로 마음먹었다 대청소하고 이것저것 할 일이 좀 많아서 늦어졌지만 이제 제대로 광고를 해야겠다 우선 중국어뉴스를 보기로 했다 약간 북한뉴스처럼 자국찬양뉴스가 많다는 편견 때문에 한동안 관심이 없었는데 어차피 서방뉴스도 나름 기조가 있고 중국이 전하는 글로벌 뉴스가 궁금해졌다 (물론 갑자기 불어가 배우고 싶은 걸 참느라 선택한 이유도 있다 하던 거나 잘하자는) 몇 년 전 겨울에도 사실 이 책을 좀 공부하다 포기했었다 중국뉴스는 지명과 인명이 특히 쥐약이다 푸틴 가자지구 뭐 이런 단어들을 알아먹기가 너무 힘들고 한자를 봐도 모른다 언어야 어차피 단기간에 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이 겨울 저 책 한번 훑고 매일 한 시간 뉴스 듣기 주제에 따라 조금 다르긴 하지만 지금으로..

가족

엄밀하게 말해서 남편도 자식도 없는 사야는 유일한 가족이 엄마다 그 엄마가 지난 구정에 쓰러지져서 생사를 넘나 들었다 사야가 엄마를 좋아하고 아니고를 떠나서 세상에 유일한 가족을 잃는다는 생각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충격적이고 아픈 일이었다 제발 삶의 끈을 놓지 말기를 예전의 그 재수 없는 모습으로 돌아오기를 사야를 혼자 두고 가지 말기 를 믿지도 않는 신에게 얼마나 간절히 기도했는지 모른다 소화하고 또 소화하고 진짜 혼자라는 그 생각을 받아들이는 데 오래고 오랜 시간이 걸렸다 세상에 엄마를 싫어하는 생명체는 없다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그 마지막 보루를 누가 거부할 수 있겠냐고 그런데 그 보루가 무너져 있다는 걸 알았을 때 그 배신감도 상상이상으로 또 크다 사야에게 너를 정말 조건 없이 사랑한다는 느낌..

실내생활

세상에 12월에 이리 무섭게 천둥번개가 치다니 쓰레기 버리러 가야 하는데 엄두도 못 내고 번개 찍어보려고 버티다가 포기 겨울에는 실내생활을 해야 하니 맘 잡고 대대적으로 청소를 했는데 이 놈의 집은 별로 티도 안 날뿐더러 아직도 다 못했다 그나마 현관문에 세워 놓았던 저 문짝을 닦아 집안으로 들였더니 조금 다른 분위기라 좋다 한동안 바람도 불고 정말 너무 추워서 마당엔 거의 못 나가고 집안에만 있었는데 저리 갑자기 나타나서는 뒹구는 놈 언뜻 보고는 저게 뭔가 싶었다 사야가 안 나가니 마당이 지들 차지 아주 신났다 그렇게 마당에 냥이들이 왔다 갔다 해도 저리 나무까지 올라가는 건 처음 봤다 지붕에도 올라가니 이상할 것도 없다만 그래도 처음 봐서인가 신기 사람이나 동물이나 어린놈들은 어찌나 부산한지 쳐다보면..

목소리 그리고 어려운 영어발음

며칠 전 뉴스를 틀어놓고 왔다 갔다 하며 다른 일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너무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 돌아보니 해리 케인이다 아니 사야가 케인 인터뷰를 들었으면 얼마나 들었다고 그 목소리가 그리 익숙한 거냐고 영국국대주장이 독일에서 뛰어서인지 아님 독일에서 가장 유명한 클럽에서 뛰는 스트라이커라서 그런지 특집을 다 하네 손흥민 선수덕에 자주 봤는데 이제는 김민재 선수덕에 자주 보게 되겠다 얼마 전에도 갑자기 영국 전 총리인 토니 블레어 목소리가 들리는 거다 얼굴을 보기도 전인데 딱 알겠더라 토니 블레어야 날이면 날마다 들었어도 그게 몇십 년 전인데 어찌 한 번에 딱 목소리를 알아본 건지 정말 신기하더라 목소리야 일종의 지문 같은 거긴 하지만 모두의 목소리가 기억되는 것도 아니다 보니 더 신기. 네탄야후가 ..

너무 화가 나는데

이 화를 어찌 풀어야 할지 모르겠다 전 남편이 너무 그립다 최소 다섯 시간은 되는 토론거리인데 정말 오랜만에 그 남자랑 앉아 조목조목 읊어가며 어느 부분에서 화가 나고 어느 부분이 이해가 안 가는지 따져보고 싶은데 그 남자가 없네 두 달 전쯤 인가 그 남자랑 멜을 주고받았다 그냥 잘 지내는 거로도 충분하건만 아주 잘 지낸다는 이 남자 살짝 약이 올라 뭘 또 아주 잘 지내고 난리냐고 여전히 네 생각을 많이 한다길래 흥 나는 니 생각 가끔만 하거든? 그렇게 써 보냈다는 건 아니고 그냥 생각만 했다 사야도 양심이 있지 설마 그 남자에게 그렇게 써 보냈겠냐 살면서 도저히 감당하기 힘들 거 같은 생각의 기로에 가끔씩 선다 이게 과연 맞는 생각인 지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묻게 되는 순간이 있다 확신이 서지 않아 그 ..

유대인, 언어 그리고 세월

여기나 저기나 뉴스스타일들도 맘에 안 들고 똑같은 걸 반복하는 걸 보다 지쳐 또 유튜브를 한참 헤매 다녔다 평소에는 알고리즘이 무서워 뭘 찾아보길 주저할 지경인데 이번에는 알고리즘 덕을 톡톡히 봤다 알자지라 영어방송을 한 개 봤더니 알아서 친 팔레스타인 방송이 줄줄이 뜨더라 사야가 즐겨 듣는 독일 팟캐스트에서 요즘은 혼자 열심히 잘못된 정보를 듣고는 지 혼자 똑똑해져서 난리인 사람들이 늘어난다고 해 뜨끔하더라만 정말 많이 배웠다 재밌던 건 유대인들인데 이스라엘을 팩트로 까며 범죄자라고 주장하는 것도 유대인, 아랍방송에 나가 팔레스타인 옹호하는 것도 유대인 여섯 개 중에 다섯 개가 유대인이더라 하긴 팔레스타인운동에 열심인 촘스키교수도 유대인이지 아모스 오즈의 생전 인터뷰를 하나 봤는데 유대인들은 당연하게 ..

감동의 미친 짓 ㅎㅎ

책을 샀다 도대체 얼마 만에 책을 사는 건지 책을 읽는 게 아니라 사는 게 취미인 적도 있었는데 눈물이 앞을 가리는 감동이다 그동안 읽고 싶은 책이 없었던 거는 아니지만 요즘은 책을 거의 안 읽는 데다 안 읽은 책들도 쌓여있는지라 그냥 고민만 하다 말았다 거기다 이년 동안은 마당에 뭐 심을 생각에 책 사는 건 상상도 못 했다 책은 무슨 모종을 하나 더 사야지 ㅎㅎ 그런데 이번에는 사야가 리뷰를 신뢰하는 어떤 사람이 강력하게 추천을 하는데 꼭 읽고 싶더라 아마 책을 읽는 중에 봤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근데 그게 왜 미친 짓이냐면 원서를 샀다 ㅎㅎ 사실 처음부터 원서를 살 생각은 아니었는데 원서를 파는 데다 번역본보다 싼 거다 심지어 이북보다도 싸다 영어소설을 읽었던 건 정말 백만 년 전인데 어쩌자고 이런 ..

생존보고랄까

사야야 원래 미쳐있으니 뭐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만 어제 한밤중에 저기 책장을 옮겼다 저 책장이 책을 빼고도 엄청 무거워서 생쇼를 했다 어쨌든 맘에 듦 얼마 전에는 새벽 두 시에 자다 말고 일어나 머리를 거의 삭발을 했다 이건 무슨 호러 영화도 아니고 어쨌든 그것도 맘에 듦 설명하려면 좀 복잡한데 어쨌든 이 풍경을 앉아 보려고 어제 밤 그 생쇼를 했다 여름 내내 천창을 가렸던 파라솔을 치웠더니 저리 해가 든다 이리 그림자놀이도 하고 잡초처럼 번졌다고 구박했던 층꽃도 핀다 넝쿨장미는 가지마저 여전히 저리 예쁘고 시들시들하던 물매화도 드디어 꽃을 선보이고 요즘 사야를 설레게 하는 풍선초 그리고 더 설레게 하는 고려담쟁이 하나에 필이 꽂히면 정신 못 차리는 사야는 과장해서 저거 쳐다보다 하루가 간다 아무리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