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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글쓴다

이렇게 오래 글을 안 쓴 줄 몰랐다시간이 정말 빠르게 간다비상계엄령에 탄핵에 정신없었는데 시리아정권이 무너졌다마침 그쪽 관련 방송들을 많이 보고 있는 중이었던지라 좀 당황스러웠다 시리아는 작년에 우연히 반군 쪽 젊은 부부가 찍은 다큐를 봤는데 너무 끔찍했다죽고 죽이고 나중엔 무엇을 위한 싸움인지도 모르겠더라아사드정권이 무너지기 전 다마스쿠스에 놀러 간 서양젊은이들의 유튜브를 보는데 사야도 가보고 싶을 만큼 평화롭고 멋져서 그것도 당황스러웠다인류가 살아온 가장 오래된 도시라는 다마스쿠스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참 궁금하다시리아 관련소식들을 찾아보는 게 끝나지도 않았는데 이번에는 독일에서 사고가 터졌다크리스마스 시장은 사야가 독일을 기억하는 가장 아름다운 풍경중 하나인데 참 안타깝다 요즘 독일 관련 뉴스는 좋은..

블랙 코메디 2

한국뉴스를 전하는 독일뉴스를 찾아보는데 저 특파원베이징에서 비상계엄령 소식을 전하고 있다워낙 갑작스러운 뉴스고 그런 경우야 종종 있으니까 이상할 건 없는데 저 길거리장면아니 베이징이면 따뜻한 집안에서 소식을 전해도 되건만 굳이 추운 한밤중에 저 텅 빈 거리에서 뭔 생쇼를 하고 있는 거냐사야만 그렇게 생각하나 싶어 댓글들을 훑다 보니 또 있다맨 아래 댓글을 번역하자면 저 리포터는 왜 밖에 있는 거야 베이징이잖아 ㅎㅎ 처음에는 다 씻고 누워 넷플릭스라도 보려다 끌려 나왔을 걸 상상하며 마구 웃음이 나다가 씁쓸하더라이번 소식이야 현장감(?) 살린답시고 밖에서 전하는 저 특파원만 추울 뿐 큰 악영향은 없지만 이런저런 뉴스를 보다 보면 교묘하게 다른 인상을 줄 수 있는 설정이 의외로 많아 놀랜다그건그렇고 어제 C..

블랙 코메디

역사적인 날이었으니 사야도 기록을 남겨놔야겠다어제는 아시안챔피언스리그 경기가 두 개나 있는 날이어서 저녁 내내 한국팀들을 응원하며 보고 있었는데 축구게시판에 계엄령이라는 제목들이 보이기 시작그때는 심각성을 못 느끼고 축구 끝나고 BBC 뉴스를 틀었더니 첫 뉴스가 속보로 비상계엄령 선포다그때 그 기분을 뭐라고 표현을 못하겠다현실감각이 사라진 무중력상태 같은 묘한 기분비상계엄령이라는 말이 사야가 알고 있던 그 말이 맞는 건가 검색까지 해봤다저때는 그래도 다른 뉴스도 내보냈는데 곧 모든 정규뉴스가 중단되고 한국뉴스만 주구장창 살다 살다 별꼴을 다 본다워낙 충격적인 일이다 보니 앵커는 계속 북한 어쩌고 한 말을 강조하며 러시아랑 북한의 합작이 무슨 영향을 미쳤나 등등 의미를 찾으려 애쓰는데 나오는 패널들마다 다..

빛나는 아침과 냥이들

이걸 기대하고 어제 오후 힘들게 일한건 아니었는데 아침에 햇살이 비치니 참 예뻐서 선물 받은 기분눈에서 꺼낸 잎들이 상고대가 되어 다 반짝반짝 빛난다(유감스럽게도 사진에서는 그 느낌이 잘 안 난다만)그건그렇고 요즘 사야를 미치고 팔짝 뛰게 하는 냥이들에미랑 새로 태어난 세 마리쌍둥이들을 위해 마련해 준 박스까지 뺏어 들어앉았다 아니 여기가 무슨 탁양소도 아니고 돌겠다 ㅠㅠ

눈속에서 꺼낸 단풍

얼마나 눈이 내렸는지 저 미측백까지 쓰러졌다소나무덕에 눈에서 살아남은 놈들을 보다가 단풍을 찾아오고 싶어졌다우선 이쪽에서 그린라이트만 간신히 꺼냈다눈이 너무 무거워서 털어지지도 않고 말 그대로 일일이 찾아 손으로 꺼내줘야 했다내일은 영하 육칠도까지 떨어진다니 소용없는 일이겠지만 저 무거운 눈과 함께 얼어버리게 두고 싶지 않았다첫눈의 기습공격에 망연자실해 있다가 사야가 가을과 치르는 나름의 이별의식이다

재난영화같은 첫눈

그제는 비가 내리며 가을 분위기가 물씬했던 마당이었는데어제 아침에는 이런 마당으로 바뀌었다남천이랑 말채만 대충 털어냈는데 계속 내려서 소용이 없더라덕분에 이리 요새 같은 느낌의 공간도 생겼더라눈 와서 신난 강쥐들은 봤어도 냥이들은 첨 본다두 놈들이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난리들이 났다어제 어두워지기 전 침실 창문밖오늘 아침쓰러진 나무들 일으켜주러 나가야 하는데 엄두가 안나는 엄청난 눈이다첫눈은 늘 설렘이었는데 이번에는 뭐랄까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는 이상한 기분

단풍드는 사야네

지난주 아침에 영하로 떨어졌던 관계로 고추랑 방울토마토가 얼어서 방울토마토만 대충 정리하고 맛있는 뽀리뱅이도 캤다 일주일 만에 산국도 거의 지고 저런 모습 야생머루잎도 단풍 들고 틈새에난 쑥도 단풍 들고 울타리 밖도 가을느낌 물신이다 봄에 그렇게 정리했는데도 칡이랑 덩굴식물들이 칭칭 감겨 찔리고 긁혀가며 정리했던 이곳도 단풍 든다 승부욕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사야인데 저곳을 정리할 때는 누가 이기나 보자라는 심정으로 전투적으로 일했다 사실 단풍 때문이 아니라 겨울에 너무 보기 흉해서였는데 저리 보너스가 따라왔다 들어오는 길 반대에서 보면 이렇다 져가는 산국과 유럽말채, 황금조팝이 어우러져 보기가 좋다 삼일이나 영하로 떨어졌었는데 홍접초랑 용담은 여전히 꽃을 피운다 이제는 이곳에도 해가 들기 시작하는 계..

올 가을 마지막 꽃들이 핀다

고맙게도 죽지도 않고 신기하게도 잘 크지도 않는 용담이 핀다 두 종류 여덟 개 심은 중 딱 하나 살아남은 폼폼국화도 피었다 날씨 탓인지 여름꽃인 황화코스모스도 개화 11월에 저리 선명한 장미를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일부러 저리 심은 건 아니고 지들이 저리 번식해서 덤불이 된 장미아래의 산국 문에 낙엽하나가 걸렸더라 하나 더 넣어준 건데 별거 아닌데도 예쁘다 멀리서 꽃이 핀 건가 하고 다가갔더니 저기만 붉게 물든 황금조팝잎 일조량 때문인지 잘 못 자라는 황금담쟁이도 단풍 들었다 잔디씨들은 발아가 잘되어 마당이 다시 푸르러지고 있다 아직은 솜털 수준이지만 그래도 고맙다 조금씩 단풍 드는 잎들과 늦은 가을꽃들이 어우러져 작은 마당에 가을이 풍성하게 갇혔다 새삼스럽게 사야가 마당일을 참 좋아한다는 걸 알았다 ..

다시 산국이 피는 시간

산국의 노란 물결이 시작되었다 워낙 많아서인가 참 다양한 모습이다 여긴 어찌 공중에 매달린 꽃처럼 피어 처음에 언뜻 보고는 뭔가 했다 텃밭은 해가 잘 들어서인가 산국밭 저 뒤쪽으로는 이리 울타리를 빠져나온 가지가 덤불형으로 자랐다 안쪽에서 내려다 본 텃밭 저 왕성한 푸르름은 방울토마토가지들 이리 울타리 안에도 자연발아한 몇 개가 자라는데 저 잎들이 보기 좋아 그냥 두고 있다 울타리를 따라가다 보면 이런 모습도 만난다 그린라이트 이삭들도 만개했고 10월 말인데 꽃범의 꼬리도 다시 피는 게 몇 개 있다 정리하다 본 쑥꽃이 예상외로 보기좋다 그래 너도 꽃을 피우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