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야의 낯선 마당 172

빛나는 아침과 냥이들

이걸 기대하고 어제 오후 힘들게 일한건 아니었는데 아침에 햇살이 비치니 참 예뻐서 선물 받은 기분눈에서 꺼낸 잎들이 상고대가 되어 다 반짝반짝 빛난다(유감스럽게도 사진에서는 그 느낌이 잘 안 난다만)그건그렇고 요즘 사야를 미치고 팔짝 뛰게 하는 냥이들에미랑 새로 태어난 세 마리쌍둥이들을 위해 마련해 준 박스까지 뺏어 들어앉았다 아니 여기가 무슨 탁양소도 아니고 돌겠다 ㅠㅠ

눈속에서 꺼낸 단풍

얼마나 눈이 내렸는지 저 미측백까지 쓰러졌다소나무덕에 눈에서 살아남은 놈들을 보다가 단풍을 찾아오고 싶어졌다우선 이쪽에서 그린라이트만 간신히 꺼냈다눈이 너무 무거워서 털어지지도 않고 말 그대로 일일이 찾아 손으로 꺼내줘야 했다내일은 영하 육칠도까지 떨어진다니 소용없는 일이겠지만 저 무거운 눈과 함께 얼어버리게 두고 싶지 않았다첫눈의 기습공격에 망연자실해 있다가 사야가 가을과 치르는 나름의 이별의식이다

재난영화같은 첫눈

그제는 비가 내리며 가을 분위기가 물씬했던 마당이었는데어제 아침에는 이런 마당으로 바뀌었다남천이랑 말채만 대충 털어냈는데 계속 내려서 소용이 없더라덕분에 이리 요새 같은 느낌의 공간도 생겼더라눈 와서 신난 강쥐들은 봤어도 냥이들은 첨 본다두 놈들이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난리들이 났다어제 어두워지기 전 침실 창문밖오늘 아침쓰러진 나무들 일으켜주러 나가야 하는데 엄두가 안나는 엄청난 눈이다첫눈은 늘 설렘이었는데 이번에는 뭐랄까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는 이상한 기분

단풍드는 사야네

지난주 아침에 영하로 떨어졌던 관계로 고추랑 방울토마토가 얼어서 방울토마토만 대충 정리하고 맛있는 뽀리뱅이도 캤다 일주일 만에 산국도 거의 지고 저런 모습 야생머루잎도 단풍 들고 틈새에난 쑥도 단풍 들고 울타리 밖도 가을느낌 물신이다 봄에 그렇게 정리했는데도 칡이랑 덩굴식물들이 칭칭 감겨 찔리고 긁혀가며 정리했던 이곳도 단풍 든다 승부욕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사야인데 저곳을 정리할 때는 누가 이기나 보자라는 심정으로 전투적으로 일했다 사실 단풍 때문이 아니라 겨울에 너무 보기 흉해서였는데 저리 보너스가 따라왔다 들어오는 길 반대에서 보면 이렇다 져가는 산국과 유럽말채, 황금조팝이 어우러져 보기가 좋다 삼일이나 영하로 떨어졌었는데 홍접초랑 용담은 여전히 꽃을 피운다 이제는 이곳에도 해가 들기 시작하는 계..

올 가을 마지막 꽃들이 핀다

고맙게도 죽지도 않고 신기하게도 잘 크지도 않는 용담이 핀다 두 종류 여덟 개 심은 중 딱 하나 살아남은 폼폼국화도 피었다 날씨 탓인지 여름꽃인 황화코스모스도 개화 11월에 저리 선명한 장미를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일부러 저리 심은 건 아니고 지들이 저리 번식해서 덤불이 된 장미아래의 산국 문에 낙엽하나가 걸렸더라 하나 더 넣어준 건데 별거 아닌데도 예쁘다 멀리서 꽃이 핀 건가 하고 다가갔더니 저기만 붉게 물든 황금조팝잎 일조량 때문인지 잘 못 자라는 황금담쟁이도 단풍 들었다 잔디씨들은 발아가 잘되어 마당이 다시 푸르러지고 있다 아직은 솜털 수준이지만 그래도 고맙다 조금씩 단풍 드는 잎들과 늦은 가을꽃들이 어우러져 작은 마당에 가을이 풍성하게 갇혔다 새삼스럽게 사야가 마당일을 참 좋아한다는 걸 알았다 ..

다시 산국이 피는 시간

산국의 노란 물결이 시작되었다 워낙 많아서인가 참 다양한 모습이다 여긴 어찌 공중에 매달린 꽃처럼 피어 처음에 언뜻 보고는 뭔가 했다 텃밭은 해가 잘 들어서인가 산국밭 저 뒤쪽으로는 이리 울타리를 빠져나온 가지가 덤불형으로 자랐다 안쪽에서 내려다 본 텃밭 저 왕성한 푸르름은 방울토마토가지들 이리 울타리 안에도 자연발아한 몇 개가 자라는데 저 잎들이 보기 좋아 그냥 두고 있다 울타리를 따라가다 보면 이런 모습도 만난다 그린라이트 이삭들도 만개했고 10월 말인데 꽃범의 꼬리도 다시 피는 게 몇 개 있다 정리하다 본 쑥꽃이 예상외로 보기좋다 그래 너도 꽃을 피우는구나

가을꽃들이 드디어 피는 시월중순

사야네 아스타 삼대장 거의 죽고 저리 한두 개씩 존재를 알리고 있다 수백 송이도 아니고 수천 송이씩 피었더랬는데 아쉽다 해국은 죽지는 않았는데도 겨우 한두 송이 흰 구절초는 다 죽었지만 울타리 밖으로 오렌지 구절초가 피었다 안쪽에도 필 준비 중 피었을 때보다 딱 저 모습이 좋다 사야가 좋아라 하는 청화쑥부쟁이도 피기 시작 장미도 여름꽃도 여전히 한두 개씩 피고 드디어 피는 그린라이트 이삭 단풍지는 잎들과 어우러져 보기가 좋다 꽃이 피는데 무슨 보물찾기 하듯이 찾아다녀야 한다니 봄에 피는 죽단화에 여름꽃인 서양능소화 구절초가 한 공간에 피는 가을 대충 열 종류 남짓의 꽃이 동시에 피게 심었는데 한두 개일지언정 종류로만 보면 스무 개가 넘게 피고 있는 시월중순의 마당 이런 날씨가 계속된다면 한반도 식물지형에..

잔디씨 드디어 뿌렸다

평소보다 두 달이나 지나 잔디씨 추가파종을 했다 얼마나 살아나나 보고 싶었는데 도저히 더는 기다릴 수가 없었다 너무 긴 여름이었다 끔찍했던 여름덕에 사야네뿐 아니라 모든 축구장잔디들도 난리가 아니었다 덕분에 잔디문제로 린가드가 국감증인으로 선택되는 코메디까지 부르려면 잔믈리에라는 별명이 있는 기성용을 부르던지 무슨 생쇼인지 모르겠다 문제는 저곳이 냥이들 축구장이 되어 얼마나 발아할지 궁금 해가나야 보기 좋다고 생각했는데 해 안나도 보기 좋다 바깥 울타리 쪽을 정리했다 사진을 올리려고 정리하는 건 아니니까 비포를 자꾸 까먹어서 뭔가 억울 ㅎㅎ 저쪽에서 들어오는 마당모습 이쪽의 죽은 잎들과 거미줄도 정리 죽단화는 이차개화치고는 좀 많이 핀다 작년에 몇 송이 보고 너무나 기대했던 꽃무릇이 안 피고 지나가 죽은..

햇살이 내려앉은 가을마당

밖을 내다보다 탄성이 나왔다 여기저기 아침햇살이 내려앉았다 아침햇살 오후햇살 이 자그마한 마당이 숲같이 느껴지는 순간 깔끔한 성격은 못 만들었을 저 풍경이 사야는 너무 좋다 저기도 가을꽃들을 꽤 심었건만 넝쿨식물만 대충 정리했는데 그래도 괜찮다 어제는 이상한 인간 하나가 저기서 꽃을 잘라가는 황당한 일도 있었다지 아침부터 정신없는 냥이들 잔디씨 파종해야 하는데 날씨랑 눈치게임 중 요즘은 낭이들 없이 시진 찍기가 힘들다 떠날 줄 알았던 무티 요 쌍둥이(?) 놈들 때문에 웃기도 한숨 쉬기도 한다 울타리가 되어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머루에서 열매도 수확했다 뭘 해야 할까

꽃이 인색한 가을이지만

사야네 마당은 가을꽃이 제일 많은데 나가 계산해 보니 일곱 종류나 안 피고 있는 신기한 가을이다 텃밭에 심고 아쉬워 몇 개 안에 심은 건데 이 홍접초 없었으면 어쩔 뻔 저 아래 하나 다시 피는 흰 에키네시아는 저리 꽃이 진 모습도 특이해서 좋다 원래 구월 딱 한 달 피던데 꽃 없어 섭섭해하는 사야맘을 아나 여전한 층층꽃 여기저기 저 서양등골나물은 무성하다 장미는 꽃도 피지만 새잎이 끊임없이 나와 예쁘다 올여름에 못 먹은 한련화도 갑자기 저리 싹을 틔우고 가을달래도 올라온다 작년에는 못 봤는데 붉은 인동에서는 이리 붉은 열매가 달리네 왜 퍼플폴인지 이해 못 하겠단 이 놈은 저리 붉은 끼가 있어서 퍼플폴인 건가 가을이라고 고추잠자리도 놀러 왔다 이리 자연발아한 방울토마토 잎들도 여기저기 자라는 가을마당 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