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 묻은 삶 159

독일어

갑자기 독일어 책에 집착하는 이유 이번에 시어머니 돌아가시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들었는데 그중 하나가 독일어다 15년을 사야를 괴롭혔던 언어 20년을 태국어에 고통(?) 받고 있는 고기공놈이 들으면 웃겠지만 그래도 그놈은 여전히 관련 일이라도 하고 있지 사야는 죽어라 고생만 하고 이젠 별 의미 없는 언어가 되어버렸다 독일에 겨우 사 년 살았지만 생활어였던 독일어 더블린 시절부터 도쿄까지 나가서 쓰던 언어는 주로 영어 스트레스야 받았지만 영어는 틀려도 외국어니까 별로 창피하지 않았는데 독일어는 달랐다 독일어 환경이 아니니까 늘지도 않는데 정말 사야를 너무 힘들게 했다 외국인들이 나와 한국어를 하는 프로를 거의 안 보는데 잘한다는 생각보다 사야가 독일어를 할 때도 저런 모습이었겠지 마구 감정이입이 되어 ..

먼지 묻은 삶 2022.11.07

섭섭한 마음

어느 정도 예상을 하고 있었기에 어머니가 돌아가셨단 것보다 전남편이 사야에게 그걸 전하지 않았다는 게 사실은 더 충격이었다 슬퍼라서이기엔 그럼 시누이는 안 슬퍼서 세 번이나 장문의 메일을 보냈겠냐고 그래서 항의성 메일을 보냈더니 이 남자는 변명이 아니라 사과를 하네 사야가 바랬던 건 사과가 아니라 변명이었는데 위로를 할 새도 없이 모든 게 허무하게 끝나버렸다 시어머니가 돌아가시면 정말 사야에게는 다 끝이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을 독일과의 그 인연이 물론 여전히 네가 가까운 곳에 살았으면 얼마나 좋겠냐는 시누이와의 인연은 남아있다만 그게 어머님 살아계실 때랑 사야에게 같은 의미일 수는 없다 우짜든둥 사야가 전남편에게 여전히 섭섭한 건 사야의 책이다 아무것도 필요 없다고 옷과 책만 보내라고 했었는데 그 ..

먼지 묻은 삶 2022.11.06

안녕 Hanna

시누이가 자세한 이야기를 해주지 않아서 혼자 애달아하고 있었다 시어머니가 계시던 요양원은 함부르크 근처였는데 장례식은 어디에서 하고 어디에 모실 건지 뮌스터가 아니라 상상도 안되고 그럼 또 뮌스터에 계신 아버님은 그리로 모실 건지 오늘 드디어 기다리던 메일과 사진이 도착했는데 아버님과 합장을 했단다 목사님만 새로 오셨고 네가 아는 그 교회, 사람들 그리고 그때랑 같은 식당에 모여 어머님 얘기를 나누었다고 햇살 가득한 아름다운 장례식이었고 엄마가 얼마나 근사하고 또 사랑받는 사람인지 알 수 있었다고 이젠 아빠도 혼자가 아니라고 시누이는 썼다 아버님 돌아가셨을 때는 원래 사람은 태어나고 죽고 하는 거라고 해서 사야랑 시어머니를 기함시켰던 시누이는 이번엔 많이 힘든가 보더라 뮌스터에 모실 거라고는 상상을 못 ..

먼지 묻은 삶 2022.10.28

부고

시어머니가 지난 화요일에 돌아가셨단다 아시다시피 요즘 인터넷이 엉망이라 시누이가 수요일에 보낸 메일을 오늘 저녁에야 받았다 다행히 시누이가 임종을 지켰고 지난 토요일에는 다른 가족들과의 작별인사도 했단다 죽음이 구원인거 같았다고 평화로운 마지막이었다고 시누이는 표현했다 사야는 잘모르겠다 그냥 아무생각도 안들고 무엇보다 실감이 나지않는다 여왕서거이후 계속 시어머니를 생각했더랬다 여왕은 마지막까지도 서서 업무를 보던데 말씀도 제대로 못하신다던 시어머니랑 비교되어 속상하고 또 죄책감에도 시달렸다 함께갔던 에딘버러에서 우연히 당시 찰스왕세자도 봤었기에 시부모님과 함께 했던 여행들이 줄줄이 생각났다 소리소리지르며 싸우기도 했었지만 대부분은 따뜻한 기억들 거기다 요즘은 마당이 자리를 잡아가니까 뮌스터생각도 많이 났..

먼지 묻은 삶 2022.09.25

엄마의 변화

알다시피 사야는 엄마에게 맺한게 많다 지금 사야의 이 힘든 인생에 엄마의 지분이 오십프로는 된다 엄마가 아니었으면 뭐 이 생도 없었겠다만 사야가 엄마가 되는 걸 포기한데 엄마의 지분은 팔십프로가 넘는다 우짜든둥 몇년 전부터 사야가 아니라 엄마가 변해서 사야랑 엄마는 싸우지를 않는다 싸우지만 않는 게 아니라 가끔은 달달한 통화도 한다 그렇게 오늘도 엄마랑 통화를 했다 몇 얘기를 하다가 예전처럼 이상한 분위기로 흘러가는 거 같아서 화제를 바꿨다 근데 또 그 이야기로 가는거다 그러면그렇지 하다가 또 싸우기도 싫고 드럽게 전화를 끊기도 싫어 또 화제를 바꿨다 근데 이 분 또 그 얘기로 돌아가네 그래 어디 함 말해봐라,란 심정으로 듣고 있는데 예전의 엄마라면 꼭 했을 그 이야길 삼키는 게 느껴지는거다 결국 안하더..

먼지 묻은 삶 2022.0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