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 묻은 삶

8월 22일

史野 2015. 8. 23. 00:41

그러니까 오늘은 사야가 가방 두개를 들고 한국으로 돌아온 지 정확히 팔년이 되는 날이다.

6월 23일에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인간처럼 한국까지 와서 거하게 마흔살 파티를 하곤 돌아갔다가 근 두달만에 사야가 아는 모든이의 뒷통수를 치며 돌아온 날

그 두달사이에 삼주간 지구한바퀴 여행까지 했으니 지금 생각해도 참 신기하기만 한 사야인생의 결정적인 두달.

사야와달리 당시 남편입장에서야 그게 아니었던 지라 이혼하기까진 일년도 넘게 걸렸지만 사야에겐 이혼한 날이 아닌 돌아온 오늘이 사야의 기억을 붙잡는다


사실 팔년이 벌써 지났어가 아니라 그게 팔년밖에 안되었나인 참 아득한 시간이기도 하다.

스님까지 될 자신은 없었지만 그 비슷한 삶을 생각하며 내려갔던 장성생활에서 실패, 남친과의 생활에서도 실패, 그리고 간 서울에서의 새상활도 실패, 이 곳에서의 혼자생활도 실패, 얼떨결에 시작했긴 했어도 나름은 잘해보고 싶었던 딸기농사도 실패

그렇게 실패를 거듭하다보니 어찌 팔년이 흘렀다


역사에도 만약이 없듯이 개인사도 당근 만약은 없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만약을 가정하자면 사야는 그때 나오지 않았다면 죽었다

진짜 죽었다는 건 아니지만 늘 그랬듯이 남편을 괴롭히며 같은 고통속에서 살고 있었을거란 이야기다.


아니 팔년이나 지난 지금도 어찌보면 같은 모습이다

얼마전 전남편에게 경제적 지원을 받았다. 이걸 어찌 다 말로 설명할 수도 없고 설명하기도 싫은데 어쨌든 그랬다

근데 너무나 황당하게도 이 남자는 왜 돈이 필요한 지 얼마가 필요한 건 지 한마디도 묻지않고 돈을 보냈다

참 웃기지 손을 내밀지 말아야할 곳에 손을 내민 주제에 그게 또 상처가 되더라.

무소카놈은 그런 사야를 한껏 조롱하던데 조롱받아도 싸다고 생각은 하면서도 역시 또 기분은 드럽더라.


다 말리는 데도 독일에 갔고 또 다 말리는 데도 한국에 왔다

역시 또 다 말리는 사람이랑 살았는데 그게 자기변명이건 어쩌건 사야에겐 그냥 그 모든 게 본능같은 삶에의 몸부림이었다.

그래 그렇게 끈질기게 살아내다보니 물론 술없이는 불가능하긴해도 요즘같이 혼자 잠들고 자다가 깨도 다시 잠드는 사야 오십평생에 불가능한 일도 일어나고 있긴하다.


서랍속에 백알이 넘는 수면제가 있는데 사야가 죽을려고 사모은 건 당근 아니고 당신생각엔 뻔한 병인데 상담받는다고 돈 쓰고 다니는 딸내미가 한심해서 그 대단한 사야엄마가 대신 구해다 준거다.

처음은 아니다 사야엄마는 사야가 독일로 떠날 때도 어디서 그리 많이 구했는 지 한통의 수면제를 건넸더랬다

그리고 안다 그게 나름은 그녀의 사랑표현방식이라는 것을..


우짜든둥 버릴까 생각을 여러번 하다가도 아직은 그러지 못한다. 이 일년도 안된 시간을 믿기엔 사야가 경험했던 고통의 시간은 훨씬 기니까

뭘 그리 잘못하고 살았나를 스스로에게 묻는 시간도 있었다

그러나 이젠 안다

삶이란 뭘 잘하고 잘못하고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그래서 더욱 전생이 있건 내생이 있건 그냥 이 현생에서 삶이 무엇인지를 이해하고 싶은 강한 욕망이 있다

적확하게는 멋지게 죽고 싶은 욕망이랄까


요즘은 가끔 술이 취한 상태로 설겆이나 청소를 하기도 한다

죽었는 데 집이 너무 엉망이면 왠지 부끄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강도가 다를 뿐이지 죽어가면서까지 자기책을 다 없애랐다고 사야가 죽어라 욕하던 법정스님의 생각도 비슷한 맥락이라 웃는다.

욕망, 죽어서도 평가받고싶은 욕망 사실은 삶에대한 강한 욕구


우연히 들었는데 아니 우연을 빌미로 사야가 물었는 데 전 남친이 아빠가 되었단다

사야인생에서 가벼운 인간도 아닌데다가, 친부모없이 자란 놈이란 걸 알기에 혈육이 생겼다는 게 너무 기쁘다

그때 그 여자랑 불시에 나타나는 일만 없었더라면 지금처럼 공포스럽진 않을텐데 어쨌든 이젠 더이상 엮일 일은 없을 것 같아 그 놈보다는 사야에게 더 다행이다.


그리고 또 짱가놈이 다시 나타났다

아직 본게 아니므로 나타났다는 표현은 아니다만 통화는 몇 번 했으므로 그냥 나타난 걸로하자

울 언니 짱가놈이 파렴치한 놈이라던데 솔직히 많이 황당하고 당황스럽다

그래 유부남인데다 가정을 깰 생각이 없으면서 사야를 여전히 좋아한다고 난리니 뭐 그리 착한 놈은 아닐 수 있다만 그렇다고 파렴치한 놈까진 아니지

아마 그들은 사야가 짱가놈때문에 한국에 돌아왔다고 생각해서 그러나본데 아니다.

그리고 그 놈과도 이 팔년간 만난 적이 반도 안된다만 그래도 사야네 식구들이 무관심할 때 그나마 사야를 챙겨주던 사야에겐 징글징글하게 고마운 놈이기도 하다

그 놈과의 관계를 어찌하는 게 좋을 지는 사야도 솔직히 잘 모르겠다만 내년 삼월이면 삼십년, 외롭게 떠돌던 사야에게 그 오랜세월 늘 그 자리가 되어준 친구이기고 하고..


우짜든둥

사야는 지금도 살아있고 앞으로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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