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 묻은 삶

슬픈 부활절

史野 2015. 4. 5. 21:23

한국에 돌아오고난 후부터야 부활절이 별 의미는 없다만 그래도 막상 부활절이 되면 추억속에 젖게된다.

오랜시간 독실한 기독교신자였던 관계로 절절한 의미였던 적도 있었고 또 결혼생활내내는 무엇보다 중요한 명절의 의미였으니까


요 며칠 부활절이라는 유입키워드도 뜨고 괴로워 미칠 것 같은 나날들이긴해도 오랫만에 시어머니 생각을 했다.

지난 크리스마스때 전화를 하시곤 또 삼개월넘게 조용하신 시어머니. 오늘은 행복한 날이겠구나, 하면서 말이다.


추적추적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복잡한 속을 다스리고 있는데 울리는 전화.

시어머니다. 아니 화려한 부활절식탁에 앉아 한참 화기애애해야할 시간에 무슨 일?

안좋은 예감에 받아보니 세상에나 혼자계시단다.

시누이는 막 이사를 해서 올 수 있는 상황이 못되었고 전남편네는 여행을 떠났다는 거다.

이 무슨 말도 안되는 상황인 지

사야가 아는 그 남자는 해외에 있는 것도 아니고 독일에 있으면서 거기다 시누이도 못온다는 데 시어머니를 혼자두고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사야가 너무 놀라니까 걔라고 싫다는 애를 억지로 데리고 오고 싶었겠냐시는 데 더 충격.

묻지도 않았는데 네가 있을 때와는 다르다고 너는 내 자식같았는데 그 애는 전혀아니라고 처음듣는 이야길 쏟아내시는 시어머니.

그럴 성품이 아니신데 어지간히 섭섭하셨나보더라.

하긴 왜 안그렇겠냐 팔십이 넘도록 부활절을 혼자보내는 게 처음이실테니..


어찌 같겠냐구 난 어릴때 너희 가족이 되었고 기독교인이지 않았냐며 사야식으로 대응을 했다만 부활절달걀도 드시지 않았다는 데 마음이 너무 아프다.

그래 어찌 같겠냐 사야가 시어머니를 처음 만났을 때 사야는 스물여섯 그녀는 겨우 환갑이었다. 우리는 처음부터 인종 이런 걸 떠나 죽이 잘 맞았고 서로가 참 마음에 들었었다.

거기다 사야는 결혼전부터 불면증에 알콜과다복용에 그녀에겐 아픈 손가락이었다. 겨우 일주일 만나고 헤어진 사이였는데도 그리 이쁜 아이가 그런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거냐며 많이 우셨다는 시어머니.


오늘도 시어머니는 넌 왜그렇게 멀리있는거냐고 언제 올꺼냐고 묻고 또 묻는다.

뮌헨에 있던 시누이가 다행히도 함부르크로 이사를 했단다. 뮌스터랑은 맘만먹으면 하루에도 왔다갔다할 수 있는 거리다.

조만간 집이 정리되면 함께가보자고 시누이가 얼마나 좋아하겠냐는 시어머니 목소리에 들뜸이 가득하다.

차마 못간다고는 말못하는 사야는 오늘도 두고보자, 란 말로 얼버무렸다.


냉정하게 언제라도 부고가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살기에 오늘같이 그녀의 무사함을 알리는 전화는 무엇보다 반갑다만 그래도 아프다 아주 많이 아프다.

시어머니 전화를 받을 때마다 아주 괴롭다.

독일과 비교 지척에 있는 엄마도 안보고 사는 주제에 어찌보면 사그러져가는 삶을 안타까와한다는 것도 웃기다만 그래도 어쩌니 낳아준 엄마보다도 더 시어머니가 진짜 엄마같은 걸

오늘도 말하는 Mein Kind 사야가 늘 입에 붙이고 사는 그 내새끼


점점 낯설어져가기는 하지만 오늘은 전남편이 더 낯설다.

부활절에 집에 안가는 것도 낯설지만 사야가 아는 그 남자는 혹 여행을 가게되더라도 시어머니랑 함께가자, 라면 무지 좋아했을 인간인데 어쩌다가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사야는 진짜 지금 독일에 다녀올 상황이 못되는데 그래도 함 다녀와야하는 건가

그래 이 질문을 이 곳에서 하는 것만으로도 몇년이고 사야도 뭐가 옳은 건 지 잘 모르겠다만

새끼를 간절히 그리워하는 그 엄마맘이 느껴져서 오늘도 사야는 미치고 팔짝 뛰겠다




이건 시어머니가 아니라 사야가 도쿄 마지막해에 차린 부활절 아침식탁이다만 오늘 시어머니는 저 식탁도 거기에서 피어나는 대화와 웃음도 못 누리셨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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