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 묻은 삶

잊혀지지 않는 것들

史野 2014. 11. 25. 22:15

지금 고기공놈 부부가 하와이 그것도 사야가 갔던 마우이섬에 가 있다.

카스에 올라온 사야네 부부도 빌렸던 컨버터블 차를 보니 새삼 그 아픈 기억들이 떠오른다.

하와이에서 돌아오자마자 한국으로 와버렸으니 물론 돌아온 그 도쿄에서의 며칠이 가장 고통스러웠긴했다만 여행의 마지막 기착지인 하와이에서도 고통스럽긴 마찬가지였다


우린 밤마다 술을 마시며 한 이야길 하고 또하며 울었더랬다.

남편은 삼주내내 헤어지자는 결심이 변함없는 사야때문에 절망해 울었고 사야는 사야대로 그렇게 결정할 수 밖에 없는 자신이 안타깝고 남편에게 미안해 울었고.

정말 아름다운 곳이었는데 우린 둘 다 찢어진 가슴을 상대에게 들킬세라 바빠 그저 슬프기만 한 그 풍경들을 영혼없이 감탄하고 있었더랬다.


생각할 수록 참 처절하고 아픈 이별이었다

싱가폴 뮌스터 뮌헨 뉴욕 샌프란시스코 그리고 하와이까지 지금 생각해보면 매일 서로 마주보며 그 아프고 잔인한 시간을 어찌 견뎌낸 건 지..


오늘은 또 하필 시아버님 생신이다

살아계셨으면 여든 넷.

요즘 세상에선 그리 많은 나이도 아니건만..

썼듯이 사야에겐 친아빠보다 더 오래 아빠였던 분이였는 데


그래 그 마지막해 독일에 갔을 때 똑같은 꽃다발을 두 개 마련해 하나는 시아버님 묘지에 하나는 시어머님방에 두었더랬다

'하나 넌 지금 마틴과 같은 꽃을 동시에 보고 있는 거야' 하면서..


아 또 여기까지 쓰다 누군가랑 통화를 하다 술이 취해버렸다..ㅎㅎ

아버님 돌아가실 때 아무걱정 말라고 당신 아내 당신 아들 당신 딸 당신 손자까지 다 사야가 지켜주겠다던 그 약속을 못 지켰다는 그 이야기

울 아버님 정말 마지막에 사야믿고 가셨는 데

아버님이 돌아가신 시월말부터 아버님 생신이 있는 이때까지

사야는 늘 그게 마음이 걸린다


이젠 전남편도 시누이도 잘 살고 있고 단하나 시어머님이 걸리니 시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신다면 사야는 이 부채감에서 벗어나게 될까

사실 삼일 후에는 시누이 생일인데 올해는 사는 꼴이 우스우니 축하전화도 못 할 것 같다.

예전엔 몰랐는 데 남들을 걱정시키는 것도 잘 사는 게 아닌건 거라니.


그래 아버님이 돌아가시기전  전 남편에게 그러셨단다

세상에 저런 애는 없다고 그런 애가 네 옆에 있어서 너무 다행이라고..

그러니까 이런 말을 어찌 잊겠냐고..


울 어머님은 오늘 아버님 묘소에 꽃들고 가셨겠구나..








'먼지 묻은 삶' 카테고리의 다른 글

뿌리깊은 분노  (0) 2015.06.03
슬픈 부활절  (0) 2015.04.05
벌써 칠년.  (0) 2014.08.26
아빠기일  (0) 2014.08.20
아프다는 것  (0) 2014.0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