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秋가 사라진 추석

참 특이하고 긴 여름이다 구월중순인데도 낮이건 밤이건 도저히 마당에 나갈 수가 없다 우선 올여름은 모기가 너무 많다 구문초도 모기향도 별 도움이 안 되는 건 처음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파리가 거의 없다 이렇게 파리 없는 여름도 처음이다 올여름에는 뱀도 반딧불이도 못 봤다고 썼는데 반딧불이는 14일 밤 드디어 봤다 구월중순에 반딧불이라니 황당하긴 해도 보고 나니 조금 안심이 되었다 기껏 한 두 마리 보는 거긴 해도 여름의 선물을 받는 기분이다 뱀도 왜 없는지 궁금해서 나오면 반가울 거 같다지 올해 처음 사본 야래향에도 드디어 꽃이 피는데 역시 모기 쫓는데 도움이 되는지는 모르겠다 향은 처음 맡아보는데 뭔가 익숙한 버터향 같다 낮에는 이런 모습 야래향이 갑자기 생각이 안 나서 야문초라 검색하고 있는 사야 날..

오만과 유향

축구국대가 오만원정 경기를 치렀는데 오만이라는 나라에 대해 아는 게 하나도 없더라 생각해 보니 국제뉴스에서도 옆나라 예멘은 후티나 내전등으로 자주 나오는 반면 거의 들어본 적이 없는 거 같더라지 그래서 오만에 대해 좀 잦아봤다 사우디랑 아랍에미리트 옆으로는 예멘 바다 건너는 이란 그 외에는 바다 술탄이라는 왕이 다스리는 대한민국 세배크기의 인구 오백만이 안 되는 나라 신기한 건 국민의 반이 이민자 특히 인도인들이란다 이슬람이지만 수니파도 시아파도 아닌 이바디파라는 조금은 자유로운 종파란다 석기시대부터 사람이 살았고 오만제국이었던 적도 있고 16-7세기 150년 정도 포르투갈의 지배를 받았고 오스만제국의 일부이기도 했고 노예무역에도 깊이 관여했다는 나라 유튜브로 다큐멘터리를 보다가 사야의 눈을 끈 건 유향..

마당이 천리길인양

한동안 마당에 못 나갔더니 난리가 아니더라 대충 끔찍해 보이는 것들만 정리했다 요맘때 억새가 가장 예쁘다 구석에 보니 이리 명자열매가 열려 신기 그 앞에는 맥문동 꽃도 제대로 피었더라 이곳을 가리고 있던 사사잎도 잘랐더니 꽃 몇 송이 내년에 저기서 다 핀다면 볼만하겠다 풍선초가 올해는 별로인데 소나무를 타고 올라간 이곳은 하늘하늘 보기 좋다 너무 왕성해진 고려담쟁이 지독했던 여름 탓에 꽃들도 별로였는데 그래도 구석구석 조금씩 핀다 천리길보다 먼 텃밭

낯선 형식의 소설

에르난 디아스의 트러스트 어디선가 오바마대통령 추천이라길래 궁금해서 샀는데 이 소설을 언제부터 읽기 시작했는지 기억도 안 난다 4부로 되어있는 소설을 1부는 공황시대의 뉴욕주식부자이야기로 나름 흥미롭게 읽었는데 2부부터는 뭔가 이상한 거다 같은 사람들 이야기인가 했더니 아닌 것 같고 1부랑 어떤 연관이 있는 지도 모르겠고 그러니까 무슨 소설인 지 감을 잡을 수가 없어 읽다 말다 하기를 여러 번 그래도 미련을 못 버리고 끝을 보잔 생각에 계속 읽는데 3부는 또 전혀 다른 이야기가 시작되니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하더라니까 월스트리트의 최고부자이야기를 하다가 뜬금없이 이탈리아 이민자인 아나키스트 아버지와 그 딸의 구구절절한 사연이 이어지고 사백페이지 소설인데 이백오십 페이지를 넘어서야 앞의 이야기들이 뭔 말인..

이상한 사람 그리고 해리스 엄마

나이를 도대체 어디로 드셨길래 저런 천박한 포스팅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걸까 집안도 좋고 교육도 최고학교에서 받으신 분이 도대체 무슨 트라우마가 있길래 저런 황당한 혐오성 발언을 하는 걸까 저 짧은 글에 너무 많은 것이 담겨 있어서 사야는 숨이 턱 막힌다 저분과 동시대인이라는 게 같은 한국어를 써서 뭔 말인지 알아먹을 수 있다는 게 너무 짜증 난다 그냥 교수였어도 짜증 났을 텐데 정치인이다 보니 참담한 기분 이상한 사람이라 생각은 했지만 저리 중2병까지 있는 줄은 몰랐다 이건 뭐 중2들에게 미안할 지경의 수준 저분은 부끄러움이라는 걸 모르는 것 같고 진부하고 너절한 건 본인 자신이라는 건 더더욱 모르는 거 같다 이런 뭣 같은 기분이 싫어서 뉴스도 안 보고 접할 수 있는 통로는 차단하고 사는데 백 프로 ..

어떤 인생을 살았길래

너무 힘들 때 무조건 내편이 되어줄 것 같은, 생각나는 사람이 다 과거의 남자냐 전 남편도 아니고 전 남친은 당연히 아니고 첫사랑도 아니고 사야의 그 스토커놈도 아닌데 젠장 하나도 아니고 둘이나 생각이 난다 그 둘도 사야를 그런 의미로 기억할까 뭐 잊었다고 해도 큰 불만은 없는데 돌아보니 둘 다 사야를 있는 그대로 사랑했었던 같다 아니 뭔가 지켜줘야 할 대상으로 인지했었던 것도 같다 아니면 이렇게 임팩트 크게 남아 있지 않았을 거 같 거든 사는 게 너무 벅찬데 죽기는 정말 죽기보다 싫다 ㅎㅎ 구월이 왔고 여전히 살아있다 억새가 핀다

또 미전당대회 그리고 영어공부

이번에는 민주당 전당대회를 보고 있다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일부러 보는 건 아니고 CNN을 틀어놓으면 나오니까 본다 근데 재밌다 공화당 전당대회가 교회부흥회 같았다면 여긴 농담들도 많이 하고 많이 웃고 무슨 축제 같다 거기다 바이든부부 오바마부부 클린턴부부 버니샌더스 스티비원더 등등 사야도 아는 유명한 얼굴들이 많이 나오니까 뭔가 더 무게감도 있어 보이고 다양하니 좋다 공화당은 트럼프찬양만 주구장창 했다면 민주당은 미국이 추구하는 가치의 이야기를 많이 한다 오바마부부의 연설은 유튜브로 자막 켜놓고 다시 보기까지 했다 클린턴은 사야의 개인사와 맞물려 가장 많이 본 미대통령인데 너무 늙어버려 속상하더라 그리고 이 인상 좋은 아저씨 미안한 말이지만 대통령감은 아닌 거 같고 퍼스트 젠틀맨으로 외조는 정말 잘할 거..

아무리 더워봐라

그래도 핀다 어젯밤 잠시 나갔더니 봉오리가 벌어지기 시작 옥잠화 핀다 찾아보니 작년에도 18일에 피었더라 이차개화 중인 서양능소화도 보기 좋다 이리 더울걸 예상한 게 아니고 얼마나 살아나나 궁금해서 추가파종을 안 한 건데 운이 좋았다고 해야 하나 부엌 쪽 마당에 핀 보라 붓들레아 꽃이진 삼색조팝과 어우러져 보기 좋다 여전히 다 뽑아버려야 하나 갈등 중인 유홍초도 피기 시작한다 어제는 오랜만에 하늘도 예쁘고 오늘은 보름달도 뜨고 이러니저러니해도 이제 저녁에는 찬바람 분다

더위의 정점을 찍다

에어컨이 없는 사야가 나름 여름을 잘 버텨내는 이유가 더위를 크게 안타는 이유도 있지만 사야네 집은 실내온도가 삼십 도를 넘는 일이 거의 없어서다 여주가 40도를 찍었다는 4일에도 살짝 몇 초 정도 넘었다가 말았고 그날이 특별히 더 더웠는지도 몰랐다 매년 한 이주정도 엄청 덥기는 한데 그래도 견딜만하다 지난번에 썼듯이 이젠 나가 그늘에 있으면 시원한 바람도 조금씩 불고 이번 주말에는 심지어 이틀 내내 새벽에 깨어 전기장판도 틀었다 그렇게 이제 힘든 여름은 간다고 생각했는데 어제 너무너무 더운 거다 실내온도도 삼십 도를 살짝씩 넘나들고 (그러니까 올 들어 두 번째) 컨디션도 나빠서인지 버티기가 진짜 힘들더라 축구 보는데 갑자기 티비도 안 나오게 쏟아지던 소나기 그렇게 어제가 더위의 마지막 발악이었다고 생각..

미국이란 나라

결국 힘겹게 정말 힘겹게 책을 다 읽었다 책도 책이지만 하필 가장 더울때라 집중하기가 너무 어려워 오래 걸렸다 다 읽고 느낀 건 미국이라는 곳도 피로 얼룩진 나라구나 하는 새삼스러운 자각 (나쁜 의미는 아니다) 원주민 말고도 초기 그 땅으로 건너간 많은 이들의 피 독립전쟁 남북전쟁 서부개척 등등 늘 미국을 이백 년밖에 안된 국가라고 들으며 자랐는데 초기이민자들까지 포함해 사백 년 역사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여태는 인디언들만 불쌍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초기 이민자들도 불쌍하기는 마찬가지란 생각 사실 살려고 발버둥치는 사람들에게 왜그렇게 잔인했냐고 묻는 건 무의미하다 어찌 보면 충무로보다도 더 자주 듣는 월스트리트가 인디언들을 막으려고 세운 벽에서 유래했다는 얘기를 들으니 수백 년을 건너 그 긴장감이 느껴지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