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따뜻한 은신처

세밑의 헛소리

史野 2023. 12. 31. 15:24

온갖 핑계를 대가며 굼벵이처럼 조금씩 책을 읽는데 (이해는 못하고 말 그대로 그냥 읽기만 하는데) 난데없이 유튜브를 하나 보고 오란다
그래서 또 말 그대로 보고 왔다
그러니까 사야는 잘 보고 왔는데 저자말이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야가 본 걸 못 본단다
심지어 다시 보라고 하면 같은 비디오가 아니라고 믿는다나
그 사람 말인즉슨 사야는 그 대부분의 사람에 포함이 되지 않는다는 건데 혹 사야가 평생 정신적으로 괴로워한 게 이 남들과 다른 인지능력과 상관이 있는 건가 싶더라지
더 심각한 건 사야는 분명히 봤으므로 그걸 못 보는 사람이 있다는 걸 이해도 못한다는 거다
사야에게는 그렇게 명확하게 보인걸 어찌 못 볼 수가 있냐는 말이다
저자의 실험이 참에 가깝다는 전제가 필요하긴 하지만 사야가 다른 사람들에게 잘 공감하지 못하고 외로운 게 이 이유인가 싶기까지 해서 맘이 복잡복잡
우기는 사람들 참 싫어하는데 못 봤으니 쓸데없이 우기는 게 아니지 않은가 말이다


한 해가 간다
그날이 그날인 사야에게는 사실 해가 바뀌는 거에 별 느낌은 없는데 올해는 약간 다르다

우선 작년 시어머니 돌아가시고 반년도 안되어 엄마가 생사를 넘나들었고 여기 티는 못 냈지만 사야도 작년 말부터 좀 많이 아팠다
큰 변화가 있을 거라 생각했던 거와 달리 무사히 한 해가 간다


우짜든둥 자꾸 거슬려서 해가 바뀌기 전 저곳을 두 번에 걸쳐 좀 정리했다
원래는 저리 옆집들처럼 길까지 완만하게 땅을 넓혔어야 하는데 여러 이유로 저 울타리를 포기할 수 없어 조금 골치 아픈 상황이 되어 버렸다

위에서 보면 이런 모습인데 저거 언제 다 태우냐
보기보다 넓어서 생각보다 관리가 쉽지 않고 밖이다 보니 신경도 덜 쓰게 되어 심은 흰 철쭉과 조팝도 반은 죽었다
내년에 사야가 꼭 정복해야 할 대상 되시겠는데 울타리 벗어나는 걸 끔찍하게 싫어하니 가능하련지


나이가 있다 보니 불안 불안한 울 호박이도 한 해를 건강히 잘 넘겼다
겨울이 되니 다시 사야랑 이불 싸움 중 ㅜㅜ


영상인데도 눈이 저리 풍성히 남아있는 풍경도 오랜만이다
사야의 겨울을 책임져주는 저 고마운 색감들에게 감사
새삼스럽지만 이렇게 또 한해를 묵묵히 지켜보고 응원해 준 그대들에게도 감사




'7. 따뜻한 은신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단 다 읽었다  (0) 2024.01.10
아장아장 새 발걸음  (0) 2024.01.03
뜨거운 스토브리그의 시작  (2) 2023.12.14
사야의 겨울 공부계획  (5) 2023.12.12
가족  (7) 2023.1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