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따뜻한 은신처

아장아장 새 발걸음

史野 2024. 1. 3. 11:35

문과적 인간으로 태어나 여태 철저하게(?) 문과적 인간으로 살았고 그렇게 사는 것에 불만도 없었고 평생 그리 살게 될 줄 알았다

그런데 어쩌다 보니 땅을 밟고 살게 되며 식물도 키우고 전혀 무관할 것 같던 개도 키우고 언제 뱀이 나오고 개구리가 나오는지

이리 새가 날아들면 저 새는 이름이 뭔지 책을 찾아보는 삶을 살게 되었다
(노랑턱멧새 같은데 흔한 새라나)
온도 강수량 태풍 등 자연현상에도 민감해지는 삶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새롭고 당황스러웠다만 이제 또 새로운 발걸음을 떼고 있다
의식과학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며 끊임없이 듣게 된 아인슈타인, 상대성이론, 양자역학 등등
정말 사야랑은 거의 물과 기름 같은 분야인데 이제는 도저히 미룰래야 미룰 수가 없게 되어 유튜브 강의들을 좀 들어봐도 알아들을 수가 있겠냐고

https://youtu.be/F2WjSGAGwg8?si=ja_uGx-B1hZbK1y9

그러다 만난 갑진년의 값진 교수 김갑진강의
어차피 이해 못 하는 건 마찬가지인 데다 저런 식의 자극적인 섬네일도 싫어하고 한 번 보면 알고리즘으로 쓸데없는 방송들이 줄줄이 뜨는 관계로 한국어방송들은 거의 안 보는데 이분 강의는 급이 다르다
이해는 못하더라도 왜 이해를 못 하는지 무엇에 관한 이야기인지는 알겠더라는 거다
완전 신기해서 다른 것들도 하나씩 듣고 있다

집중해 보다가 사진을 못 찍었는데 덕분에 용기가 생겨 이 이상한(?) 영화도 보았다
being you  책 서문에 언급되었던 영화인데 스탠리 큐브릭을 알면 도저히 모를 수 없는 이 영화를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꿈속에서도 없었다
사야랑 거의 같은 나이인 1968년에 만들어진 영화라는 걸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
1997년에 태어난 Hal 9000이라는 컴퓨터가 주인공인데 영화가 만들어진 후 삼십 년이 지난 후 생일기념 모임에 헌정논문들도 있었다니 가장 위대한 건 인간의 상상력이 아닐까 싶다만 현재의 뇌과학자들은 상상력을 뭐라 정의할지도 궁금

사야는 여전히 자연법칙들 우주 뭐 이런 것들이 무섭다
싫어했다기보다 두렵고 공포스러워서 가까이 가지 못했다
지금도 그 두려움은 여전하다만 이제는 물리를 모르면 영화도 이해 못 하는 세상이고 딥마인드 알고리즘 같은 건 사야의 인생에도 깊이 관여하고 있으니 뭔가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으면 좋겠다
어차피 두려움이나 공포도 무지에서 비롯되는 거니 말이다

요즘은 재미도 없는데 장장 두 시간이나 투자해 이를 악물고(?) 보는 중국드라마도 하나 있고 이래저래 너무 정신없이 하루가 가 중국뉴스나 축구는 그저 보기만 할 뿐 공부는 엄두도 못 내고 있는 상황이긴 하지만  겨울이 아직 두 달이 있으니 뭐라도 좀 진전이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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