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따뜻한 은신처 541

오랜만에 글쓴다

이렇게 오래 글을 안 쓴 줄 몰랐다시간이 정말 빠르게 간다비상계엄령에 탄핵에 정신없었는데 시리아정권이 무너졌다마침 그쪽 관련 방송들을 많이 보고 있는 중이었던지라 좀 당황스러웠다 시리아는 작년에 우연히 반군 쪽 젊은 부부가 찍은 다큐를 봤는데 너무 끔찍했다죽고 죽이고 나중엔 무엇을 위한 싸움인지도 모르겠더라아사드정권이 무너지기 전 다마스쿠스에 놀러 간 서양젊은이들의 유튜브를 보는데 사야도 가보고 싶을 만큼 평화롭고 멋져서 그것도 당황스러웠다인류가 살아온 가장 오래된 도시라는 다마스쿠스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참 궁금하다시리아 관련소식들을 찾아보는 게 끝나지도 않았는데 이번에는 독일에서 사고가 터졌다크리스마스 시장은 사야가 독일을 기억하는 가장 아름다운 풍경중 하나인데 참 안타깝다 요즘 독일 관련 뉴스는 좋은..

블랙 코메디 2

한국뉴스를 전하는 독일뉴스를 찾아보는데 저 특파원베이징에서 비상계엄령 소식을 전하고 있다워낙 갑작스러운 뉴스고 그런 경우야 종종 있으니까 이상할 건 없는데 저 길거리장면아니 베이징이면 따뜻한 집안에서 소식을 전해도 되건만 굳이 추운 한밤중에 저 텅 빈 거리에서 뭔 생쇼를 하고 있는 거냐사야만 그렇게 생각하나 싶어 댓글들을 훑다 보니 또 있다맨 아래 댓글을 번역하자면 저 리포터는 왜 밖에 있는 거야 베이징이잖아 ㅎㅎ 처음에는 다 씻고 누워 넷플릭스라도 보려다 끌려 나왔을 걸 상상하며 마구 웃음이 나다가 씁쓸하더라이번 소식이야 현장감(?) 살린답시고 밖에서 전하는 저 특파원만 추울 뿐 큰 악영향은 없지만 이런저런 뉴스를 보다 보면 교묘하게 다른 인상을 줄 수 있는 설정이 의외로 많아 놀랜다그건그렇고 어제 C..

블랙 코메디

역사적인 날이었으니 사야도 기록을 남겨놔야겠다어제는 아시안챔피언스리그 경기가 두 개나 있는 날이어서 저녁 내내 한국팀들을 응원하며 보고 있었는데 축구게시판에 계엄령이라는 제목들이 보이기 시작그때는 심각성을 못 느끼고 축구 끝나고 BBC 뉴스를 틀었더니 첫 뉴스가 속보로 비상계엄령 선포다그때 그 기분을 뭐라고 표현을 못하겠다현실감각이 사라진 무중력상태 같은 묘한 기분비상계엄령이라는 말이 사야가 알고 있던 그 말이 맞는 건가 검색까지 해봤다저때는 그래도 다른 뉴스도 내보냈는데 곧 모든 정규뉴스가 중단되고 한국뉴스만 주구장창 살다 살다 별꼴을 다 본다워낙 충격적인 일이다 보니 앵커는 계속 북한 어쩌고 한 말을 강조하며 러시아랑 북한의 합작이 무슨 영향을 미쳤나 등등 의미를 찾으려 애쓰는데 나오는 패널들마다 다..

영화 엑스 마키나

알렉스 가랜드 감독의 십 년 전 영화 청소년관람불가의 안드로이드에 관한 이야기 지난겨울 아닐 세스의 책을 읽을 때 언급되었던 영화다 비슷한 다른 영화는 잘만 봤는데 이상하리만치 이 영화는 보고 싶지가 않았다 티비에 찜만 해놓고 잊고 있었는데 얼마 전에 볼 영화를 찾다 보니 쿠팡에도 있는 거다 계속 피하다가 마침 또 유튜브에 아닐 세스의 방송이 뜨길래 보고 나서 이 영화도 숙제하듯 봐버리기로 했다 마침 영어자막도 있어서 영어공부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말이다 결말이 맘에 안 들긴 해도 영화는 의외로 괜찮았다 등장인물이 다섯 명도 안되는데 시종일관 긴장하게 만드는 연출도 좋았다 좀 멍청해 보인다고 생각했던 어바웃타임의 남주인공인 도널 글리슨과 생긴 것도 얄미워 보이는 알리시아 비칸데르 그리고 오스카 아..

오만과 유향

축구국대가 오만원정 경기를 치렀는데 오만이라는 나라에 대해 아는 게 하나도 없더라 생각해 보니 국제뉴스에서도 옆나라 예멘은 후티나 내전등으로 자주 나오는 반면 거의 들어본 적이 없는 거 같더라지 그래서 오만에 대해 좀 잦아봤다 사우디랑 아랍에미리트 옆으로는 예멘 바다 건너는 이란 그 외에는 바다 술탄이라는 왕이 다스리는 대한민국 세배크기의 인구 오백만이 안 되는 나라 신기한 건 국민의 반이 이민자 특히 인도인들이란다 이슬람이지만 수니파도 시아파도 아닌 이바디파라는 조금은 자유로운 종파란다 석기시대부터 사람이 살았고 오만제국이었던 적도 있고 16-7세기 150년 정도 포르투갈의 지배를 받았고 오스만제국의 일부이기도 했고 노예무역에도 깊이 관여했다는 나라 유튜브로 다큐멘터리를 보다가 사야의 눈을 끈 건 유향..

이상한 사람 그리고 해리스 엄마

나이를 도대체 어디로 드셨길래 저런 천박한 포스팅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걸까 집안도 좋고 교육도 최고학교에서 받으신 분이 도대체 무슨 트라우마가 있길래 저런 황당한 혐오성 발언을 하는 걸까 저 짧은 글에 너무 많은 것이 담겨 있어서 사야는 숨이 턱 막힌다 저분과 동시대인이라는 게 같은 한국어를 써서 뭔 말인지 알아먹을 수 있다는 게 너무 짜증 난다 그냥 교수였어도 짜증 났을 텐데 정치인이다 보니 참담한 기분 이상한 사람이라 생각은 했지만 저리 중2병까지 있는 줄은 몰랐다 이건 뭐 중2들에게 미안할 지경의 수준 저분은 부끄러움이라는 걸 모르는 것 같고 진부하고 너절한 건 본인 자신이라는 건 더더욱 모르는 거 같다 이런 뭣 같은 기분이 싫어서 뉴스도 안 보고 접할 수 있는 통로는 차단하고 사는데 백 프로 ..

어떤 인생을 살았길래

너무 힘들 때 무조건 내편이 되어줄 것 같은, 생각나는 사람이 다 과거의 남자냐 전 남편도 아니고 전 남친은 당연히 아니고 첫사랑도 아니고 사야의 그 스토커놈도 아닌데 젠장 하나도 아니고 둘이나 생각이 난다 그 둘도 사야를 그런 의미로 기억할까 뭐 잊었다고 해도 큰 불만은 없는데 돌아보니 둘 다 사야를 있는 그대로 사랑했었던 같다 아니 뭔가 지켜줘야 할 대상으로 인지했었던 것도 같다 아니면 이렇게 임팩트 크게 남아 있지 않았을 거 같 거든 사는 게 너무 벅찬데 죽기는 정말 죽기보다 싫다 ㅎㅎ 구월이 왔고 여전히 살아있다 억새가 핀다

또 미전당대회 그리고 영어공부

이번에는 민주당 전당대회를 보고 있다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일부러 보는 건 아니고 CNN을 틀어놓으면 나오니까 본다 근데 재밌다 공화당 전당대회가 교회부흥회 같았다면 여긴 농담들도 많이 하고 많이 웃고 무슨 축제 같다 거기다 바이든부부 오바마부부 클린턴부부 버니샌더스 스티비원더 등등 사야도 아는 유명한 얼굴들이 많이 나오니까 뭔가 더 무게감도 있어 보이고 다양하니 좋다 공화당은 트럼프찬양만 주구장창 했다면 민주당은 미국이 추구하는 가치의 이야기를 많이 한다 오바마부부의 연설은 유튜브로 자막 켜놓고 다시 보기까지 했다 클린턴은 사야의 개인사와 맞물려 가장 많이 본 미대통령인데 너무 늙어버려 속상하더라 그리고 이 인상 좋은 아저씨 미안한 말이지만 대통령감은 아닌 거 같고 퍼스트 젠틀맨으로 외조는 정말 잘할 거..

더위의 정점을 찍다

에어컨이 없는 사야가 나름 여름을 잘 버텨내는 이유가 더위를 크게 안타는 이유도 있지만 사야네 집은 실내온도가 삼십 도를 넘는 일이 거의 없어서다 여주가 40도를 찍었다는 4일에도 살짝 몇 초 정도 넘었다가 말았고 그날이 특별히 더 더웠는지도 몰랐다 매년 한 이주정도 엄청 덥기는 한데 그래도 견딜만하다 지난번에 썼듯이 이젠 나가 그늘에 있으면 시원한 바람도 조금씩 불고 이번 주말에는 심지어 이틀 내내 새벽에 깨어 전기장판도 틀었다 그렇게 이제 힘든 여름은 간다고 생각했는데 어제 너무너무 더운 거다 실내온도도 삼십 도를 살짝씩 넘나들고 (그러니까 올 들어 두 번째) 컨디션도 나빠서인지 버티기가 진짜 힘들더라 축구 보는데 갑자기 티비도 안 나오게 쏟아지던 소나기 그렇게 어제가 더위의 마지막 발악이었다고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