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화를 어찌 풀어야 할지 모르겠다
전 남편이 너무 그립다
최소 다섯 시간은 되는 토론거리인데
정말 오랜만에 그 남자랑 앉아 조목조목 읊어가며 어느 부분에서 화가 나고 어느 부분이 이해가 안 가는지 따져보고 싶은데 그 남자가 없네
두 달 전쯤 인가 그 남자랑 멜을 주고받았다
그냥 잘 지내는 거로도 충분하건만 아주 잘 지낸다는 이 남자
살짝 약이 올라 뭘 또 아주 잘 지내고 난리냐고
여전히 네 생각을 많이 한다길래
흥 나는 니 생각 가끔만 하거든?
그렇게 써 보냈다는 건 아니고 그냥 생각만 했다
사야도 양심이 있지 설마 그 남자에게 그렇게 써 보냈겠냐
살면서 도저히 감당하기 힘들 거 같은 생각의 기로에 가끔씩 선다
이게 과연 맞는 생각인 지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묻게 되는 순간이 있다
확신이 서지 않아 그 생각을 누군가에게 확인받고 싶어지는 그런 순간
옆에 아무도 없어 그 생각의 끈을 찾아 떠돌다 보면 상상이상의 무지와 맞닥뜨리게 될 때가 있다
전체적으로 보면 사야보다 훨씬 똑똑하고 잘난 인간들인데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확신에 차 떠들게 하는 걸까
말 한마디의 무게를 본다
누구였던가
무지한 자들은 확신에 차있고 지성인들은 너무 의심해서 탈이라고 했던 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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