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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기다림이었다

간절한 기다림이었는데 두 번의 실망 끝에 드디어 명자나무꽃이 피었다 제법 자라 이리 울타리역할도 한다 안쪽이 남긴 했지만 밖의 배수로는 다 치웠다 하는 중 넘 힘들어 나중에 하려고 놔둔 저 풀때기는 그냥 놔둘 생각 별목련도 피었다 직접 본 적이 없는 꽃이라 기대반 걱정반이었는데 마음에 든다 이왕 피는 거 인심 좀 쓰지 벌써 가득 핀 모습이 궁금해 몸살이 날 것 같다 산수유는 또 그냥 지나갔는데 이 이름도 까먹은 개량모란에도 꽃망울이 하나 생긴다 사기꾼들 이것들을 다 개화주라 판 것들인데 도대체 왜 그런 사기를 치는 건지 모르겠다 이곳에도 조금이지만 조팝이 피었다 다 자리를 잡으려면 또 몇 년이 걸리겠지 저 공간을 다 모종으로 채울 수는 없으니 씨를 어마어마하게 뿌렸는데 얼마나 싹을 틔울까 모종판까지 놓고..

또 인간승리

삼 년 전 여름에 마당 새로 조성하며 다시는 못할 줄 알았는데 또 해냈다 이번에는 컨디션이 너무 안 좋은데도 한 달 넘게 정말 미친 듯이 일했다 저게 끝은 물론 아니지만 어려운 고비는 일단 넘었다 근데 시골사람들은 원래 사야처럼 미련하게 일 안 하나보다 이번에는 다른 분께서 또! 힘들게 풀을 왜 뽑고 있냔다 ㅜㅜ 아는 건 어찌나 많으신지 겨울에는 안 사시고 날씨 풀리면 오시나 보다고 사야가 좋아라 하는 조팝꽃이 드디어 피기 시작한다 겨우내 가림막이었던 소나무가지들 제거 중 이제 조팝 철쭉 찔레가 필거다 봄의 이 아련 아련한 느낌이 참 좋다 햇살이 비치면 아무것도 안 하고 그저 바라봐줘야 예의일 것 같은 느낌 금낭화도 피고 돌단풍도 만개 중 삼색조팝잎은 색 말고 모양도 이리 꽃같이 생겼다 예쁘다고 할 수는..

위로가되는 봄

얼마 전부터 현관문을 열고 산다 겨우내 거무죽죽했던 미측백도 푸르름을 찾아가고 꽃은 아직이지만 조팝잎의 저 푸르름도 좋다 삼색조팝은 이리 붉은 잎을 황금조팝은 채도 낮은 노란 잎을 내서 잎이 꽃 같은 느낌 인동초잎들도 좋다 사야가 과감하게 이곳 인동초를 정리한 이유 저리 몇 곳이 풍성해졌기 때문 아직은 애기나무지만 저곳에 흰 진달래가 꽃을 피웠다 분홍은 오늘쯤 필 것 같더라 돌단풍도 피기 시작하고 금낭화도 꽃봉우리를 가득 품었다 자생하는 클로버 말고 무늬랑 흑클로버를 들였었는데 흑은 거의 멸종 수준이고 무늬클로버는 왕성해진다 저 땅을 가득 메웠던 뱀딸기를 다 제거했더니 모나르다싹이 가득 홍댑싸리싹은 공포스러울 정도로 올라온다 푸르름도 단풍도 참 예쁜데 퇴출해야 하나 고민이 될 정도다 어제 날씨가 너무 좋..

참 힘겹게 오는 봄

23일 드디어 첫 꽃이 피었다 그리 예쁘지 않아 미처 주의를 기울이지 못한 새발무늬사초도 이삭을 올렸다 피기 전은 처음 보는데 이삭보다 예쁘다 드디어 이곳도 대충 정리를 했다 어떤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게 될지 사야도 궁금 매번 꽃을 보고 정리하겠다고 하다 못했는데 해가 제일 잘 드는 곳이라 결국 더워서 못했나 보더라 진이 빠지는 작업이었다 안 어울리게 부지런을 떨었더니 저리 얼어버렸다 작년보다 열흘이나 늦었는데도 여전히 꽃봉우리인 할미꽃 진달래들에게도 꽃봉우리가 달렸다 진달래는 산에 지천이니 곧 눈이 즐겁겠다 햇살 좋은 곳에서는 이리 제비꽃도 피었다 제비꽃도 천지지만 귀한 보라색 해도 엄청 길어지고 이젠 간절히 기다리지 않아도 다시 겨울이 오기 전까지는 하나둘 피는 꽃들로 위로 받겠다 첫 꽃이 피었으니 ..

분주한 봄맞이 사야네 마당

울타리 밖에서만 일하는 건 아니고 안에서도 한다 주말에 쉰다는 건 울타리 밖이고 울타리 안까지는 아니다 ㅎㅎ 사야의 저 미니텃밭을 밖으로 옮기기로 하고 조금 줄여 식용식물들을 모아 키우기로 했다 상추 루콜라 한련화 메리골드 씨를 뿌렸다 월동한 돌나물과 돌미나리도 있고 당귀랑 셀러리를 들였다 바질도 샀는데 아직 옮겨심기는 이른 거 같아 대기 중 재작년에는 엄청 잘 자랐는데 작년에는 실패했어서 조심스럽네 올해는 좀 일찍 부레옥잠도 들였다 꽃피기까지야 오래 걸리겠지만 마구 번져서 서리 내릴 때까지 엄청난 기쁨을 주겠지 저 옆의 정신없이 번진 인동초도 조금씩 정리 중 봄이 오면 꽃지고 해야지 하다 포기하기를 몇 번 엄두가 안 났는데 밖의 일이 하도 힘들다 보니 갑자기 막 용기가 생겼다가 욕하는 중 ㅜㅜ 이걸 무..

노동은 즐거워 ㅎㅎ

즐거울리가 있나 힘들어서 미치고 팔짝 뛰겠는데 자꾸 즐겁다고 마인드컨트롤중이다 ㅎㅎ 좀 정리하니 보기는 낫다만 넝쿨식물들이 이제 무진장 올라올 거라 미리 걱정이다 어쨌든 저기서 달래를 캤다 달래 냉이 씀바귀 나물 캐오자, 에서 씀바귀가 남았는데 어찌 생긴 건지 모르는 게 유감 전봇대를 타고 올라가는 옆의 저 칡넝쿨을 자르고 저리 검은 봉지를 씌웠다 작년 앞쪽에서 효과를 봤으니 이곳도 그러길 완벽하지는 않지만 드디어 물길도 냈다 저기서 나온 흙을 옮기는 것도 큰 일 이쪽은 반정도 했다 요즘은 해가 나면 너무 더워서 일하기가 더 힘들다 얇게 입으면 넘 춥고 적당히 입으면 또 넘 덥다 그래도 해야 하니까 진도는 꽤 많이 나갔다 힘들어 죽을 것 같은 순간 마침 지나가던 아저씨가 굳이 차를 세우고는 그걸 손으로 ..

고마운 주말이다

이번 주는 너무 힘들었다 드디어 저곳에서 일을 시작했는데 작년에 끔찍한 것들은 대충 제거를 했는데도 장난이 아니다 포크레인으로 긁으면 오분도 안 걸릴 텐데 저 경계선에 이미 이것저것 심어서 이제는 그럴 수도 없다 이름도 모르는 이것 작년에 거의 제거한 줄 알았는데 수백 개를 뽑았다 지금은 뿌리가 십 센티 정도지만 자라면 삼십 센티가 넘어간다 몇 개 남긴 했지만 그나마 칡은 많이 죽어서 다행 무조건 뽑는다고 될 문제가 아니라 뭔가 심지 않으면 도로아미타불인데 길 바로 옆이기도 하고 어찌해야 유용한 공간을 만드나 고민하느라 요즘은 잠도 못 잔다 팔도 저려서이긴 하지만 농담이 아니라 뭘 해도 계속 떠올라서 네다섯 시간밖에 못 자며 수면장애에 시달리고 있다 ㅜㅜ 사야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누가 만들었는지도 모르는..

분했던 주말 ㅎㅎ

드디어 아기다리고기다리던 K리그가 개막했다 대회랑 달리 리그는 대장정이니 일희일비하지 말고 긴 호흡으로 가야 한다 그런데 하필 첫 경기가 광주랑이었다 이정효 광주감독이 작년에 서울에 지고는 저런 축구를 하는 팀에 져서 분하다는 인터뷰를 했다 이런 싸가지가 바가지인 인간이 있나 전라도 살면서 광주로 장도 보러 다니고 심정적으로 응원했었는데 그때부터 광주는 사야의 적이 되었다 ㅎㅎ 승부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 사야지만 꼭 이기길 바랬는데 졌다 그것도 시쳇말로 전반전은 제대로 발렸다 감독은 너무 싫은데 잘한다 그래서 더 약 오르고 분하다 ㅜㅜ 기분 정말 뭣 같았는데 그나마 다음날 아침 손흥민이 골 넣고 토트넘도 이겼다고 해서 조금 위로받았다 사야는 토트넘팬도 아니고 손흥민 팬도 아닌데 왜 기분이 좋은 지는 매번..

땅이 깨어나는 시간

겨우내 놔뒀던 마른풀 종류들을 잘랐다 해가 나면 영하의 날씨라도 좋다 여긴 양이 꽤 되어 잘라 짚단을 만들었다 작년 사야네 첫 봄꽃이었던 할미꽃 매일 확인했었는데 갑자기 저리 뽀송뽀송 하얀 싹이 올라왔다 산마늘 싹도 복수초 싹도 금낭화 싹도 사계원추리 싹도 범부채 싹도 올라온다 아주 추운 겨울은 아니었어서 얼어 죽은 건 없겠지만 해보기도 쉽지 않았고 강수량도 너무 많았어서 이번 봄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 진즉부터 나와있는 조팝잎들이 사랑스럽다 명자나무도 올해는 꽃피우려나보다 마당 새로 조성하고 맞는 세 번째 봄 아직 꽃을 보지 못한 것들이 몇 그루나 되어 더 설레는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