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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야의 겨울 공부계획

겨울이 왔고 삼 개월간 세 가지를 공부하기로 마음먹었다 대청소하고 이것저것 할 일이 좀 많아서 늦어졌지만 이제 제대로 광고를 해야겠다 우선 중국어뉴스를 보기로 했다 약간 북한뉴스처럼 자국찬양뉴스가 많다는 편견 때문에 한동안 관심이 없었는데 어차피 서방뉴스도 나름 기조가 있고 중국이 전하는 글로벌 뉴스가 궁금해졌다 (물론 갑자기 불어가 배우고 싶은 걸 참느라 선택한 이유도 있다 하던 거나 잘하자는) 몇 년 전 겨울에도 사실 이 책을 좀 공부하다 포기했었다 중국뉴스는 지명과 인명이 특히 쥐약이다 푸틴 가자지구 뭐 이런 단어들을 알아먹기가 너무 힘들고 한자를 봐도 모른다 언어야 어차피 단기간에 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이 겨울 저 책 한번 훑고 매일 한 시간 뉴스 듣기 주제에 따라 조금 다르긴 하지만 지금으로..

가족

엄밀하게 말해서 남편도 자식도 없는 사야는 유일한 가족이 엄마다 그 엄마가 지난 구정에 쓰러지져서 생사를 넘나 들었다 사야가 엄마를 좋아하고 아니고를 떠나서 세상에 유일한 가족을 잃는다는 생각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충격적이고 아픈 일이었다 제발 삶의 끈을 놓지 말기를 예전의 그 재수 없는 모습으로 돌아오기를 사야를 혼자 두고 가지 말기 를 믿지도 않는 신에게 얼마나 간절히 기도했는지 모른다 소화하고 또 소화하고 진짜 혼자라는 그 생각을 받아들이는 데 오래고 오랜 시간이 걸렸다 세상에 엄마를 싫어하는 생명체는 없다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그 마지막 보루를 누가 거부할 수 있겠냐고 그런데 그 보루가 무너져 있다는 걸 알았을 때 그 배신감도 상상이상으로 또 크다 사야에게 너를 정말 조건 없이 사랑한다는 느낌..

실내생활

세상에 12월에 이리 무섭게 천둥번개가 치다니 쓰레기 버리러 가야 하는데 엄두도 못 내고 번개 찍어보려고 버티다가 포기 겨울에는 실내생활을 해야 하니 맘 잡고 대대적으로 청소를 했는데 이 놈의 집은 별로 티도 안 날뿐더러 아직도 다 못했다 그나마 현관문에 세워 놓았던 저 문짝을 닦아 집안으로 들였더니 조금 다른 분위기라 좋다 한동안 바람도 불고 정말 너무 추워서 마당엔 거의 못 나가고 집안에만 있었는데 저리 갑자기 나타나서는 뒹구는 놈 언뜻 보고는 저게 뭔가 싶었다 사야가 안 나가니 마당이 지들 차지 아주 신났다 그렇게 마당에 냥이들이 왔다 갔다 해도 저리 나무까지 올라가는 건 처음 봤다 지붕에도 올라가니 이상할 것도 없다만 그래도 처음 봐서인가 신기 사람이나 동물이나 어린놈들은 어찌나 부산한지 쳐다보면..

겨울의 길목

영하 8도까지 떨어지더니 오늘은 비가 내렸다 안에서 저곳만 바라보고 있다 보니 저기가 또 엄청 거슬리는 거다 비가 좀 잦아들기를 기다렸다가 결국 기어나가 저리 정리 흰줄무늬시초랑 뒤의 무늬수호초까지 이제는 안에서도 보인다 얼마나 추웠는지 사초잎도 좀 얼었네 단풍 든다고 좋아했던 황금조팝잎들도 다 얼어버렸다 아마 영하 오도정도까지가 마지노선인가 보다 삼색조팝은 그나마 조금 남았고 스토케시아 잎들은 저리 여전히 푸르다 이곳도 남겨진 잎들은 괜찮네 가장 겨울느낌이 나는 곳 지난 추위에 얼어버린 부레옥잠도 치워서 수곽도 비었다 산국잎들도 더 정리하고 말라가는 창포잎들도 자르고 조금씩 비어 가는 마당 이제는 계속 자르는 일만 남았다

목소리 그리고 어려운 영어발음

며칠 전 뉴스를 틀어놓고 왔다 갔다 하며 다른 일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너무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 돌아보니 해리 케인이다 아니 사야가 케인 인터뷰를 들었으면 얼마나 들었다고 그 목소리가 그리 익숙한 거냐고 영국국대주장이 독일에서 뛰어서인지 아님 독일에서 가장 유명한 클럽에서 뛰는 스트라이커라서 그런지 특집을 다 하네 손흥민 선수덕에 자주 봤는데 이제는 김민재 선수덕에 자주 보게 되겠다 얼마 전에도 갑자기 영국 전 총리인 토니 블레어 목소리가 들리는 거다 얼굴을 보기도 전인데 딱 알겠더라 토니 블레어야 날이면 날마다 들었어도 그게 몇십 년 전인데 어찌 한 번에 딱 목소리를 알아본 건지 정말 신기하더라 목소리야 일종의 지문 같은 거긴 하지만 모두의 목소리가 기억되는 것도 아니다 보니 더 신기. 네탄야후가 ..

강요된(?) 근면

누군가 사야에게 게으르다고 하면 좀 억울하긴 하겠지만 사야는 부지런함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열심히 쓸고 닦고 하는 거 별로 안 좋아하고 심지어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하는 사람인데 마당에서는 그게 잘 안된다 자꾸 뭔가 거슬려서 계속 일을 하게 된다 세상에 저기 뭐가 있다고 어제 딱 저곳에서만 한 시간이 넘게 일했다 그렇다고 저곳이 아주 깔끔해진 것도 아니다 우짜든둥 이 서쪽은 물 주기도 번거롭지만 기후변화에 맞게 자연적응력을 좀 키워보자는 실험정신(?)으로 봄 이후에는 물을 거의 안 줬는데 나름 성공이었다 이 삼색병꽃나무 잎들은 푸르다가 갑자기 저리 확 얼어버렸는데 잎이 알아서 떨어지지도 않아(아 뭐 언젠가는 떨어지겠지만) 몇 그루는 일일이 손으로 다 떼어냈다 이곳도 소나무잎들이 자꾸 떨어져 또 그거 줍느..

울타리보수

지난번 태풍에도 꺾이고 넝쿨식물에도 쓰러지고 저 처참한 갈대발들 저리 길이 하필 딱 눈높이라서 저 기사분이랑 꼭 눈길이 마주치는 기분 오랜만에 따뜻했던 어제 드디어 저리 보수를 했다 지난번 산 것보다 훨씬 튼튼해서 위로 곡선 형성도 안되고 (그래야 좀 더 예쁜데) 햇빛통과도 덜 되기는 해도 안정감이 드니 좋다 옆으로는 이런 모습 대문 쪽으로도 하나 덧댔다 덕분에 옆집 욕조가 잘 안 보인다 ㅎㅎ 그러다 본 바닥에 핀 산국 저기 있는 줄도 몰랐다 거의 끝물이긴 하지만 여기저기 여전히 산국들이 존재감 과시 중 저 앞쪽에 있는 건 삼색조팝인데 일조량 때문인가 삼색을 알아볼 수가 없다 집을 가렸던 넝쿨식물들의 잎이 거의 떨어진 지금 저리 붉은 인동초잎은 생생 심지어 이리 꽃도 핀다 겨울식물들이 존재감을 드러내는 ..

망한 가을

사야가 엄청 심혈을 기울인 게 가을단풍인데 올해는 망했다 여름도 길었고 얼마 전에는 비바람도 너무 심했다 거기다 이번 이른 추위에 남아난 잎들도 별로 없다 단풍 때문에 키우는 야생머루잎도 전멸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날씨를 이길 수는 없네 저리 삼색조팝과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황금조팝이 마지막 희망이다 억새이삭에 걸린 햇살이 그나마 여전한 가을느낌이다만 사실 이 풍경은 겨울도 비슷하다 오늘은 좀 덜 추워서 벼르기만 하던 텃밭정리 방울토마토 가지 청양고추 오이고추 아주 쏠쏠하게 따먹었는데 방울토마토는 가지가 너무 왕성히 자라서 저 뒤쪽 식물들이 숨을 못 쉴 정도 잘라내니 후련하다 저기 귀한 나무가 하나 있는데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 추워지기 전 딴 마지막 수확물들 가지는 좋아하지도 않는데 잎이며 열매며 마당에..

냥이들의 만행

사야네 단골손님들인 당당이 부모 창고에서 쉬고 계시는 모습 쟤네 새끼 만들 때만 사이좋던데 설마 또 이 당당이 아빠는 전에 말했던 사야에게 위해를 가하는 황당한 놈이라 사야가 좀 무서워하는데 저리 있으면 그저 안쓰러움만 가득 그러던 어느 날 우당탕탕 소리와 함께 사야도 이 놈도 놀라는 일이 있었으니 이렇게 흔적이 남았다 낡긴 했지만 왜 빵구는 내고 난리냐 장마철이랑 한여름이 지나가서 그나마 다행이려나 이런 일이 처음이라 당황스러웠는데 처음 아니게 직접 나타나신 당당이 동생 떨어질까 봐 조마조마하며 보고 있었더니 잘만 내려오시더라 이리 지붕에 올라가 쉬시는 분들 어느 날은 하도 시끄러워 천둥 치는 줄 알았다 제일 황당했던 건 저리 침실 창턱에 올라와 밤에 얼마나 놀랬는지 모른다 옆에 안 보이는 데 한 마리..

너무 화가 나는데

이 화를 어찌 풀어야 할지 모르겠다 전 남편이 너무 그립다 최소 다섯 시간은 되는 토론거리인데 정말 오랜만에 그 남자랑 앉아 조목조목 읊어가며 어느 부분에서 화가 나고 어느 부분이 이해가 안 가는지 따져보고 싶은데 그 남자가 없네 두 달 전쯤 인가 그 남자랑 멜을 주고받았다 그냥 잘 지내는 거로도 충분하건만 아주 잘 지낸다는 이 남자 살짝 약이 올라 뭘 또 아주 잘 지내고 난리냐고 여전히 네 생각을 많이 한다길래 흥 나는 니 생각 가끔만 하거든? 그렇게 써 보냈다는 건 아니고 그냥 생각만 했다 사야도 양심이 있지 설마 그 남자에게 그렇게 써 보냈겠냐 살면서 도저히 감당하기 힘들 거 같은 생각의 기로에 가끔씩 선다 이게 과연 맞는 생각인 지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묻게 되는 순간이 있다 확신이 서지 않아 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