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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살짝 맛보기

사야의 이슬람과의 첫 접촉은 한남동에 있는 이슬람사원 어린 마음에 그 건물이 얼마나 신비로왔는지 모른다 아라비안나이트 같은 이야기 속의 요술램프처럼 닿을 수 없는 미지의 세계 개인적으로는 유럽에 살 때 만났던 모슬림 지인들과 살던 동네에 많아 자주 가던 터키가게들 그 신비롭기만 그래서 호기심이 더 많았던 그 세계를 부정적으로 바라보게 된 건 탈레반의 불상파괴사건 그때 뉴스로 그 장면을 보며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뉴스로도 자살테러 911 테러 등 좋은 소식을 들은 건 없는 거 같다 이 책을 구입했던 건 그 맘때 쯤이다 아무래도 책 한 권 정도는 읽어야 할 것 같아 산 건데 무슨 이유였는 지 그냥 놔두기만 했다가 근 이십 년 만에야 읽었다 사실 요즘 코란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큼 답답해하다가 이 책..

나른하고 나른한 이야기

모데라토 칸타빌레 보통으로 노래하듯이 뒤라스의 소설을 읽었다 아주 얇은 책인데도 보통 빠르기가 아닌 아주 느리게 그리고 스타카토식으로 끊어가며 간신히 읽었다 오래전 장 자크 아노 감독의 연인을 보고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식민지시대 백인과 현지인 지배자와 피지배자 간의 권력관계 그러나 그 권력에서조차 소외된 한 소녀의 처절한 성장기 그때 원작인 뒤라스의 소설은 읽지 못했는데 그래서였을까 한 번은 읽어보고 싶었던 작가의 책 제목처럼 음악과 관계된 소설이란 기대와 함께 살인사건으로 시작해 뭔가 다이나믹하게 흘러갈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다 도대체 뭘 말하려는 건지 이해하는 게 쉽지 않은 대화 또 대화 그런데 어디로 튀는 건지 헷갈리는 대화들 어려운 단어는 없는데도 낯선 문장들 매그놀리아 향기 바닷가 근처의 카페..

산국 가득한 시월의 끝자락

시월과 십일월이 개화시기라는 산국은 시월말이 되니 제대로 다 핀다 지난번 올린 거 말고도 어마어마하게 핀다 사진에는 안 보이지만 저 모닝라이트 뒤에도 오른쪽 문 앞에도 산국 유럽말채 주변도 이곳에도 이건 산국이 아닌 줄 알았는데 이것도 대문옆에도 부엌뒤에도 그린라이트 저 아래쪽의 작은놈도 요 앞의 작은놈도 몰랐는데 여긴 저 울타리 밖까지 가지가 뻗어나가 왕성히 피고 있더라 산국 말고 흰 용담도 개화시작 곧 시들줄 알았는데 의외로 오래 버티는 창포잎 풀이 눕는다가 아니라 창포잎이 눕는다

가을느낌 물씬

이젠 이곳도 제대로 가을 느낌이 난다 사야가 정말 좋아하는 분위기 산국이 여기저기 피었다 신기한 건 저리 두 개의 잎색이랑 크기도 다르다 다양한 색을 좋아하니 불만은 없는데 어찌 나란히 핀 게 다를 수가 있지 저 뒤에 보이는 것도 역시나 산국 노란색을 별로 안 좋아하는데 다 노랗다 역시 불만은 없다 모닝라이트는 여전히 만개를 못하고 있다 힘들어 보여 막 저걸 손으로 빼내주고 싶은 걸 간신히 참는다 안개 자욱한 날도 늘어가고 있고 이제야 가을의 한복판으로 들어가는 느낌이다

박유하 교수

제국의 위안부의 저자로 유명한 박유하 전 세종대 교수의 팬이다 도쿄 살 때 화해를 위해서라는 그의 책을 처음 접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반일세뇌에서 그리 자유롭지 못한 때라 그 책을 소화하는 게 쉽지는 않았다 당시 덕분에 기억으로 쓰는 역사였나 정의연에서 발간한 위안부할머니들의 육성기록집 같은 것도 구해 읽었고 이것저것 기록들을 찾아보기도 했었다 사야가 한국을 떠날 때인 90년대 초반까지는 정신대와 위안부구분도 없었고 그리 큰 사회적 이슈가 아니었었다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기는 했는데 그리고는 그냥 시간이 갔다 한국에 돌아와 제국의 위안부라는 책으로 난리가 났을 때 같은 사람인 거를 알고 잽싸게 책을 구입했다 그래서 사야는 수십 곳인가 삭제되기 전의 책으로 읽을 수 있었다 십 년의 세월이란다 대법원에 계류된 ..

유대인, 언어 그리고 세월

여기나 저기나 뉴스스타일들도 맘에 안 들고 똑같은 걸 반복하는 걸 보다 지쳐 또 유튜브를 한참 헤매 다녔다 평소에는 알고리즘이 무서워 뭘 찾아보길 주저할 지경인데 이번에는 알고리즘 덕을 톡톡히 봤다 알자지라 영어방송을 한 개 봤더니 알아서 친 팔레스타인 방송이 줄줄이 뜨더라 사야가 즐겨 듣는 독일 팟캐스트에서 요즘은 혼자 열심히 잘못된 정보를 듣고는 지 혼자 똑똑해져서 난리인 사람들이 늘어난다고 해 뜨끔하더라만 정말 많이 배웠다 재밌던 건 유대인들인데 이스라엘을 팩트로 까며 범죄자라고 주장하는 것도 유대인, 아랍방송에 나가 팔레스타인 옹호하는 것도 유대인 여섯 개 중에 다섯 개가 유대인이더라 하긴 팔레스타인운동에 열심인 촘스키교수도 유대인이지 아모스 오즈의 생전 인터뷰를 하나 봤는데 유대인들은 당연하게 ..

도깨비같은 날씨

비예보가 없었는데 비가 오기 시작하더니 해가 비추는데도 내리더라 사진에는 잘 안 나타나는데 사우나처럼 수증기가 모락모락 비 오기 전이랑 비 오는 중 색감이 전혀 다르다 요즘은 의자를 여기 가져다 놓고 바라보기도 눈으로는 여기까지 보이는데 역시 사진에서는 잘 안 보이네 오른쪽 구석 해가 제일 안 드는 곳인데 이리 가장 먼저 산국이 피기 시작 마당의 반인 산국이 피면 온 마당이 산국인가 싶겠다 사야가 좋아라 하는 건 저 고려담쟁이 뒷면의 세피아색인데 조만간 다 붉게 물들겠다 네시반정도밖에 안 되었는데도 간신히 걸려있는 햇살 해가 많이 짧아지고 갑자기 너무 추워졌다 작년에는 꽃 때문이었는지 가을이 지루할 만큼 길었는데 벌써 겨울인 건 아니겠지 조팝나무들에 단풍이 들면 가을느낌이 물씬 나려나

구석구석 피는 꽂들

몰아피는 꽃이 예뻐 보여서 꽃들을 몰아 심었었는데 사야네 마당은 좁아서 그런지 엄청 부담스럽더라 그래 흩어놓은 결과는 죽기도 하고 시들시들도 하다만 그래도 구석구석 눈이 닿는 곳에 꽃들이 조금씩이라도 피니 모여 피는 것보다 좋다 잡초 수준으로 났던 홍댑싸리도 여기저기 빈 곳에 마구 옮겨 심었더니 몇 개는 존재감 확실 오매불망 기다리는 모닝라이트 이삭은 이제 나오기 시작하는데 너무 기대해서인가 살짝 실망. (물론 다 피어봐야 알겠다만) 옆의 보리사초 이삭은 가을이 되니 신기하게 오렌지빛이 돈다 보고 돌아오는 길 이쪽 방향에서 찍은 건 처음인 것 같은데 아닌가 앞의 목수국과 유럽말채는 잎이 말라가지만 멀리서 보면 그래도 단풍 같다 두 개 피었던 꽃무릇은 고맙게도 저리 새끼까지 달고 열한 개가 다 나왔다 희망..

사랑과 어둠의 이야기와 전쟁

본 지는 좀 되었는데 다른 소설 읽고 아시안게임 축구 보고 하다가 타이밍을 놓쳤다 금메달을 기뻐할 수도 없게 그날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하는 바람에 축구 얘기도 못하고 또 시간이 갔다 영화는 소설을 영화화했다기보다 아모스 오즈의 엄마 역시 유대인인 나탈리 포트만이 연기한 파냐 무스만만 떼어내어 영화로 만든 분위기 소설 속 아버지는 엄청 수다스러운데 영화에서는 과묵해 보여 낯설었다는 것 등 몇 개만 빼면 영화는 그 자체로 괜찮았다 소설 속에 나오는 실제 가족사진 당시 폴란드 지금은 우크라이나에서 태어난 파냐는 프라하에서 대학을 다니기도 하는데 삼십 년대 가족들이 먼저 와있던 이스라엘 당시 팔레스타인 지방에 합류한다 고향에서는 이미 이만 사천 명이나 되는 유대인이 살해된 상황 일차대전 후 오스만 제국이 망..

안개와 햇살

올가을엔 안개도 보기 힘들었는데 드디어 본다 그리곤 곧 해가 났다 햇살이 잘 드는데 심었다면 하루종일 저 빛나는 모습을 볼 텐데 조금 아쉽다 햇살이 비치면 눈이 부시도록 아름답다 그림을 그릴 때는 참 끔찍해하던 저 색의 조합이 자연에서는 거슬리기는커녕 내내 시선을 사로잡는다 취향이 변한 걸까 이곳에도 심은 풍선초도 햇살에는 더 예쁘다 이곳에 꽤 많이 옮겨 심었는데 살아나는 게 별로 없다 뭔가 음지식물 테마공간 같은 걸 만들어야 하려나 하마스가 도대체 왜 이스라엘을 공격한 건지 이해하고 싶어서 하루에 열 시간이 넘게 뉴스를 보는데 도저히 납득을 못하겠다 인간이 뭘까를 자꾸 생각하게 되는 어지러운 날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