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이역에서의 단상

사랑과 어둠의 이야기와 전쟁

史野 2023. 10. 15. 09:39

본 지는 좀 되었는데 다른 소설 읽고 아시안게임 축구 보고 하다가 타이밍을 놓쳤다
금메달을 기뻐할 수도 없게 그날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하는 바람에 축구 얘기도 못하고 또 시간이 갔다

영화는 소설을 영화화했다기보다 아모스 오즈의 엄마 역시 유대인인 나탈리 포트만이 연기한 파냐 무스만만 떼어내어 영화로 만든 분위기
소설 속 아버지는 엄청 수다스러운데 영화에서는 과묵해 보여 낯설었다는 것 등 몇 개만 빼면 영화는 그 자체로 괜찮았다

소설 속에 나오는 실제 가족사진

당시 폴란드 지금은 우크라이나에서 태어난 파냐는 프라하에서 대학을 다니기도 하는데 삼십 년대 가족들이 먼저 와있던 이스라엘 당시 팔레스타인 지방에 합류한다
고향에서는 이미 이만 사천 명이나 되는 유대인이 살해된 상황

일차대전 후 오스만 제국이 망하고 오백 년간 오스만의 땅이었던 곳을 프랑스와 영국이 나누어 통치하는데 팔레스타인 지방은 영국이 통치하게 된다
아랍 쪽에는 아랍나라를 유대인들에게는 유대인나라를 세워주겠다고 양쪽에서 다 지원을 받고는 나 몰라라
아랍 쪽에서도 기가 막힐 노릇이지만 유대인들이 그 약속을 믿고 연합군을 지원했다 더 학살당한 이유도 큰데 더 황당하게 소설 속에서 영국군인들이 방치해 유대인들이 죽는 상황도 나온다

결국 유엔 중재하에 두 나라를 세우기로 하고 투표결과 1948년 이스라엘 건국을 승인받는다
(그때 왜 팔레스타인은 건국을 하지 않은 건지는 모르겠다)
투표 전 아모스가 아버지랑 밤이면 밤마다 찬성할 나라와 반대할 나라를 따져가며 조마조마해하는데 가결된 날 밤 아버지는 아들 침대로 와 옆에 누워 처음이자 마지막인 뜨거운 눈물을 흘린다
그러나 그 기쁨은 몇 시간을 못 가서 당장 담날 새벽부터 주변 모든 아랍국의 침공
반지하 비슷했던 아모스의 집에서 수십 명이 피난생활을 하는 게 소설에서도 자세히 나오는데 어쨌든 이스라엘은 결사항쟁으로 그 전쟁에서 살아남고 지금에 이른다 (백만구독자가 넘는 무슬림 쪽에서는 이 전쟁얘기는 빼더라만)

사실 지금까지 이팔분쟁은 사야에게 지겨웠다
삼십 년 전 독일에서는 자국뉴스는 없나 싶을 정도로 매일 첫 뉴스에 나왔었다
그럼에도 이번에 뉴스를 그렇게 열심히 본 이유는 하마스의 공격이 너무 악랄한데 언어가 딸려 자세히 이해를 못 하니까 반복해서 보며 조금이라도 상황파악을 해보려는 노력이었다
이스라엘이 바보도 아니고 보복공격이 뻔한데도 갓난아기들의 목까지 베가며 그 난리를 친 게 결국은 최대한 복수심을 일으켜 판이 커지기를 바랬다는 것
그들의 의도대로 전쟁은 시작되었고 추진되던 이스라엘과 사우디의 동맹협상은 중단되었다
이란은 공식적으로야 부인했지만 이제는 누가 봐도 이란이 개입한 게 분명해 보인다는게 전문가들의 의견

국제정세는 무지한 데다 관심분야도 아니므로 저 끔찍한 전쟁이 어찌 결론이 날지 모르겠다
가자지구는 18세 이하 인구가 반이라던데 자기 사람들을 희생물로 삼는 하마스에게는 치가 떨리지만 그들은 그들만의 논리와 신념이 있겠지
이집트는 국경을 못 열겠다고 하고 어찌 되려나

남북한은 같은 민족인데도 겨우 삼 년 전쟁을 치르고 원수같이 되었는데 민족도 종교도 언어도 다른 저들의 원한의 깊이를 사야는 감히 상상도 못하겠다
어쨌든 지난번 썼듯이 사야는 전과 달리 이스라엘을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했다
그들에게도 생존의 문제다
그냥 이스라엘이라고 말하기도 힘들게 그들도 강경파랑 나뉘어 내부도 복잡해 보인다

요즘 사야는 인간의 오대본성이 먹고 자고 싸고 섹스하고 싸우고가 아닌가 생각한다
끔찍해서 다시는 읽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는 윌리엄 골딩의 파리대왕은 소설이 아닌 여전히 절절한 현실이다



참 그리고 이분
하도 오래전부터 봤어서 찾아보니 58년 12월 생이다
여전히 저리 방탄조끼를 입고 현장중계를 하다니 너무 놀랍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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