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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탓일까 날씨 탓일까

책장을 들여다보니 쿤데라 책이 두권 있더라 지난주부터 왼쪽 웃음과 망각의 책을 읽고 있다 도대체 재미가 없다 문장도 평범하고 무슨 얘기를 하고 싶어 하는 지를 모르겠더라 쓰리썸 같은 게 평범한 성관계도 아니고 뭔가 개연성이 있어야 하는데 납득불가 무엇보다 예전에 왜 밀란 쿤데라를 좋아했었는 지도 이해가 안 갈 지경이라 충격받았다 그래도 쿤데라인데 하는 심정으로 삼분의 이 가까이 읽다가 포기 옆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다시 읽고 위로받을까 하다가 날씨도 너무 덥고 짜증스러워 그 생각도 접었다 그의 책을 처음 읽은 게 삼십 년 전이니 나이 탓일까 정말 너무 더웠다 샤워를 하고는 옷을 입는 게 난감할 만큼 엎친데 덮친 격으로 그 와중에 옆집에 꼬마 아가씨가 놀러 와있다 안 그래도 감당이 힘들 정도로 ..

찬란한 아침 그리고

아침에 창밖을 보다가 탄성이 절로 나왔다 오랜만에 아침햇살이 마당을 그리고 저 논을 비추는데 사진 찍으러 튀어나갈 만큼 아름다웠다 시골 산다고 날이면 날마다 볼 수 있는 풍경이 아니다 사진에는 다 못 담은 공기도 반짝이는 듯한 투명함 어제 사야가 또 미쳐가지고는 무리를 좀 했는데 찌뿌둥한 몸이 다 개운해지는 느낌 마당 안은 괜찮았는데 마당 밖은 비 오는 사이 난리도 아니더라 일요일에 애호박 익은 거 있나 보러 나갔다가 스트레스만 왕창 받고 들어왔다 어제는 아침부터 정말 너무 더워서 스스로를 주체 못 하다가 에라 모르겠단 심정으로 저 땡볕으로 진출 땡볕이라 잘 안 가는 이유도 있지만 가는 길도 험난해서 그 길도 좀 정리 왼쪽의 나무들인데 톱질을 해야 한다 대문이 보이지도 않는다만 저리 남의 마당으로 나 있..

참나리 피는 계절

비가 아무리 내려도 여기저기 참나리가 피고 있다 비 오는 기회를 놓칠 수 없는 사야는 또 옮겨심기에 도전 저 줄에 8개의 조팝을 심었는데 너무 자라기도 했고 답답하기도 해서 네 개를 뽑았다 뽑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비가 안 그쳐서 결국 비 맞으며 대충 옮겨 심었다 어쨌든 마당이 훨씬 넓어진 느낌이라 나쁘지 않다 지난봄 저곳에 사철나무 옮겨 심은 걸 까먹고 계속 피라솔로 가리고 있었는데 참나리핀 김에 보니 그럴 필요가 없는 듯 해 파라솔도 저리 올렸다 물론 소나무 가지도 좀 자르긴 했다만 바람도 더 잘 통하고 좋다 저 멀리 보이는 프록스 작년에 눈앞에 핀 모습에 충격받아 올봄 제일 먼저 구석으로 옮긴 건데 멀리 있으니 보기가 좋다 앞의 홍띠도 저곳으로 옮긴 후 쑥쑥 자란다 잡초관리를 빡세게 하기도 했고 봄에..

파리 그리고 밀란 쿤데라

이강인 선수가 파리 생제르맹으로 이적하니 축구팬들이 신났다 유니폼 구입은 물론 파리로 경기를 보러 가겠다고 난리들이던데 그중 사야가 기함할만한 글을 봤다 파리에 가보려고 하는데 정말 쥐가 들끓고 오줌냄새가 진동하냐고 묻더라 거기에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어쩌고 하는 댓글들이 줄줄이 달리고 아 요즘 젊은이들에게 파리는 그런 곳이구나 사야에게 파리는 낭만 그 자체 거의 꿈의 도시였는데 말이다 오래전에 쓴 적도 있지만 육 개월 정도 파리에서 머물면서 오전에는 어학원에 다니고 오후에는 미술관을 돌아다니는 것이 한때 사야의 로망이었다 갈 때마다 늘 설렜고 뒤셀도르프가 독일의 작은 파리라는 별칭이 있다는 걸 알았을 때는 괜시리 자부심도 느꼈었다 그 파리에서 쿤데라가 세상을 떠났단다 한참 동유럽 문화가 밀려올 때 ..

장마에도 피는 꽃들 당당이 그리고 잔디

잘 쓰러지지도 않고 나비도 계속 불러들이는 고마운 에키네시아 잎 때문에 구입했지만 꽃도 피는 골든 티아라 드디어 피기 시작하는 부레옥잠 지금부터 한동안 계속 피울 부처꽃 가운데 화단에 꽃이 별로 없는 이유는 얼어 죽고 안 사고 안 피고 한 이유도 있지만 이리 구석으로 쫓겨난 꽃들도 있어서다 사야에게 미움받고 밀려난 분홍 프록스 산수국은 치사하게도 딱 저기 한 곳 핀다 두 달도 넘게 만에 당당이가 왔다 당연히 애비인 줄 알고 밥 주러 나갔는데 아니다 반갑고 낯설고 안쓰럽고 비 오는데 해나는 거 그거 호랑이가 장가가는 거였나 요즘 사야는 잔디에 목숨 걸고 있다 살면서 이렇게 뭔가를 열심히 해본 적이 있나 싶을 정도다잔디는 평탄작업이 중요한데 제대로 하지도 않고 씨를 뿌린 데다 옮겨 심는다고 여기저기 구멍을 ..

오랜만에 비오는 날의 수다

예민한 분들은 느끼셨겠지만 사야 상태가 아주 별로다 여러 일이 많은데 여기 구구절절 쓰긴 그렇고 다른 일들을 좀 구구절절해볼까 한다 드디어 실물 영접한 냥이 새끼 한 마리 들리는 소문으로는 네 마리라던데 오른쪽의 당당이 맘이 낳은 두 번째 새끼냥이 저 에미가 오른쪽 앞발 안쪽을 심하게 다쳤더라 잡기도 힘들지만 잡아도 병원에 데려갈 차도 없고 데려간다고 쳐도 그 엄청난 병원비를 감당할 능력도 없고 날은 더운데 염증이 생기면 어쩌나 정말 미치고 팔짝 뛰겠더라 그래서 고민한 사야가 일단 잘 멕여서 자연치유를 기대해 보자고 닭가슴살을 삶아 줬다 근데 이 놈이 물고 튀고 또 물고 튀고 와서는 또 내놓으라고 울고 하악질끼지 하고 ㅜㅜ 옆집에서 들리는 소리로는 다들 먹을 건 주는 거 같던데 왜 난리인 지 그치만 새끼..

화려한 꽃들과 나비

원했던 모습은 아니지만 막상 다 만발하니 나쁘지 않다 쓰러지고 엉키고 저런 색들이 모여 피면 촌스러울 거라 생각했었는데 의외로 잘 어울려서 볼수록 신기 옆의 보리사초도 저리 이삭을 피운다 봄부터 가을까지 이것저것 이삭을 피우니 그것도 좋다 예전부터 벼를 키우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ㅎㅎ 접시꽃은 올해만으로 끝이다 다른 곳에서는 잘만 서 있던데 지 몸도 못 가누는 꽃은 왜 저리 많이 피우는 건 지 모르겠다 꽃무게도 아닌데 쓰러지신 백접초 기대가 큰데 난감해하다가 저리 앞쪽에 테이블과 의자로 지탱을 해주기로 했다 옆집과의 가림막으로 키우는 저 야생머루가 비에 자꾸 늘어져서 어제 기지 치기를 엄청 했다 잡초덩굴류를 퇴치했더니 애매한데 좁아서 나무 심기도 어렵고 좋은 방법이 없을까 드디어 동자꽃이 한 달이나 늦게 ..

이제 피기 시작하는 여름꽃들

작년과 비교 키도 작고 가짓수도 적지만 드디어 피는 겹접시꽃 남천도 꽃이 피고 지난겨울 몇 개 죽어 안타까왔던 물레나물 두 색의 스토케시아 자세히 보면 이리 예쁘게 생겼다 하얀 에키네시아도 피기 시작한다 똑같이 두 개인데 자주는 저리 크고 왕성한 반면 여긴 둘 다 비실비실 목수국도 엄청 많은 꽃들이 피기 시작하고 어쩌다 보니 완전 구석그늘이라 보러 가야 하는 청화숫잔대 사야가 폐인일 때도 씨를 뿌렸던 한련화도 좀 이상하긴 하지만 피고 자연발아 할 거라 생각은 했어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뿌린 흰 봉선화도 과하게 발아해서 피기 시작한다 저 빨간 애는 어디서 나온 건 지 작년에 흰 봉선화의 반란이라고 했던 놈도 자손을 남겼다 사야가 꽃보다 좋아하는 햇살 걸린 나뭇잎 나름 잡초를 뽑는다고 열심히 했는데 장마가 ..

장마가 오기전에

백접초 일명 나비꽃이 피었다 작년 이곳에 주구장창 올라오던 앞마당 분홍꽃은 홍접초였는데 이년 연달아 월동을 못해서 올해는 안 심었다 저기 키 큰 놈들이 백접초인데 재작년에는 열개 작년에는 여섯 개를 심었는데 그중 네 개가 월동을 했다 올봄 싹이 나올 때도 못 믿고 꽃이 피기만을 기다렸는데 드디어 피기 시작한다 서른 개 넘게 다 해가 제일 잘 드는 곳에 심었는데도 월동을 못했는데 의외의 곳에서 월동을 하니 신기하기도 이유를 모르겠으니 답답하기도 하다 꽃은 아니지만 흰갈풀의 이삭도 조금 피었다 저것도 억새종류니 이삭이 피는 게 당연한데도 작년에 못 봐서인가 신기하고 또 가을이 아니라 지금 피는 것도 신기 휴케라 꽃도 핀다 꽃자체는 예쁘지 않은데 줄기랑 꽃이 다 같은 계열색이라 보기가 좋다 저 뒤 노란 꽃은 ..

여름이 오는 마당

잔디가 또 망했다 한 곳은 자라지도 않고 한 곳은 죽어가기 시작한다 작년에는 너무 힘들었어도 예쁘게 가꾼다는 희망이라도 있었는데 올해는 죽어갈걸 알고도 일을 하니 뭐라 표현하기 힘든 기분이었다 옆에는 죽어가는데 빈 곳에 또 잔디를 옮겨 심다가 미친 건가 싶어 헛웃음도 났다 그래도 혹시 짧게 자르면 도움이 될까 싶어 맘 잡고 여기도 나왔던 그 가위하나 들고 잔디를 깔끔하게 자르는 중이다 너무 힘들어 거의 기다시피 하며 일하는데 뭐 하는 짓인가 싶기도 했다만 진인사대천명 일하다 생각해 보니 산에 오르는 것도 비슷하더라 내려올 걸 알고도 오르는 거니까 뭐 거창하게는 사는 것도 그렇고 말이다 그래서 결론은 죽어가거나 말거나 깔끔하게 정리하고 순간을 즐기기로 했다 집 뒤쪽은 요즘 이렇다 울 호박이 화장실로 유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