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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오는 마당

잔디가 또 망했다 한 곳은 자라지도 않고 한 곳은 죽어가기 시작한다 작년에는 너무 힘들었어도 예쁘게 가꾼다는 희망이라도 있었는데 올해는 죽어갈걸 알고도 일을 하니 뭐라 표현하기 힘든 기분이었다 옆에는 죽어가는데 빈 곳에 또 잔디를 옮겨 심다가 미친 건가 싶어 헛웃음도 났다 그래도 혹시 짧게 자르면 도움이 될까 싶어 맘 잡고 여기도 나왔던 그 가위하나 들고 잔디를 깔끔하게 자르는 중이다 너무 힘들어 거의 기다시피 하며 일하는데 뭐 하는 짓인가 싶기도 했다만 진인사대천명 일하다 생각해 보니 산에 오르는 것도 비슷하더라 내려올 걸 알고도 오르는 거니까 뭐 거창하게는 사는 것도 그렇고 말이다 그래서 결론은 죽어가거나 말거나 깔끔하게 정리하고 순간을 즐기기로 했다 집 뒤쪽은 요즘 이렇다 울 호박이 화장실로 유도 ..

마당이나 인생이나

맘먹은 데로 잘 안된다는 거에서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노력한다고 뜻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생각도 못했던 예외성에 실망도 기쁨도 느끼기도 하고 말이다 그래서 일희일비하면 안 된다는 거창한(?) 깨달음을 얻었다고 할까 여름이 다가오니 점차 무성해진다 걱정했던 장미는 생각만큼 보기 흉하지는 않아 너무 다행이고 저 기둥에서도 인동초가 만발이다 인동초는 생명력도 강하고 예쁘게 가꾸기가 쉽지 않은데 꽃향이 너무 좋다 텃밭의 작물들도 쑥쑥 자라고 있다 알케밀라도 예쁘게 피었는데 작년과 비교 두 배가 커져서 당황스럽다 나름 넉넉하게 자리를 줬다고 생각했는데 옆에 식물들을 또 옮겨 심어야 하려나 이런 기적 같은 일도 일어났다 보라창포는 다섯 개 중 두 개가 살았는데 크기도 작고 꽃은 기대도 못했다 아래쪽에서 어찌 뿌리..

사야의 풀사랑

강아지풀 이야기 한 김에 사야의 지독한(?) 풀사랑 자생하는 억새 말고도 미니억새도 있고 작년 이곳에도 출현했던 왼쪽부터 파티쿰섀넌 털수염풀 그린라이트 여긴 홍띠 모닝라이트 보리사초 무늬 여우꼬리그라스 이삭 딱 하나 올라왔다 풍지초 무늬염주그라스 에버그린 이삭 피우는 은사초랑 옆에 은쑥 흰갈풀과 조릿대 사야가 맨날 외치던 무늬실새풀은 무늬새발사초고 이게 무늬실새풀이라는데 위의 흰갈풀과 무슨 차이가 있는 건지 모르겠다 이 년 시도하고 월동이 안되어 포기한 핑크뮬리 처음에는 혹시나 싹 나오길 기다리며 안 뽑았는데 나름 녹색 속의 포인트라 그냥 저 상태로 놔둘 예정 이건 찾아보니 뚝새풀인 거 같은데 작년에 보니 예쁘길래 강아지풀처럼 퍼지는 건 아닌 것 같아 일단 저리 옮겨 심어 봤다 이건 작년에 뿌렸던 잔디 ..

이상과 현실사이

자연스러워 보이는 마당은 사실 어마어마한 노동이 필요하다는 걸 절감하고 있다 저쪽으로 다양한 종류의 잡초들이 자라고 있었는데 올해는 정말 감당이 안될 정도로 퍼져서 전부 퇴출하기로 결정하고 정리 중인데 끝이 안 보인다 그리고 이쪽은 강아지풀의 흔적이 상상초월이다 강아지풀이 어우러지는 모습이 보기 좋아 여기저기 놔뒀는데 최소 만개정도는 뽑아야 사야가 원하는 풍경이 연출되겠더라 결국 강아지풀도 퇴출결정 엄청난 번식력을 가진 건 좋아하건 안하건 안 키우는 게 맞는 거 같다 우짜든둥 작년에는 키만 자랐던 창포가 드디어 핀다 그리 오래 기다렸건만 딱 하루 피고 지던데 한두 개씩 피어도 좋다 작년에는 딱 두 개 피었던 등수국에서도 꽃이 핀다 대문 쪽에는 봄부터 가을까지 뭐가 되었건 흰꽃이 계속 피는 컨셉이라 반갑다..

빛이 좋았던 날

주말 내내 비가 여름비처럼 내렸다 흰갈풀은 한 뼘은 더 커졌고 노란무늬조릿대도 여기저기 쑥쑥 올라온다 흰줄무늬도 섞어 심었는데 추위에 약한 건지 잘 안 자란다 작아서 잘 안보이지만 흰꽃고비도 피었다 보라는 죽지는 않았는데 올해도 필기미가 없다 풍성히자라 두색이 어우러지는 풍경을 기대했는데 실망 죽도화가 딱 한송이 피려고 한다 죽은 줄 알았던 나무에서 작년에는 한 가지에 올해는 두 가지에 조금씩만 싹이 나와 신기하다 철쭉이 진다 꽃이 참 예뻤지만 좋다 옆집 영산홍과 분홍철쭉도 진다는 거니 좋을 수밖에 미스김 라일락이 만개했는데 또 향이 거슬린다 예민해져 있는 걸 까먹고 괜히 철쭉만 구박했다 사야가 좋아라 하는 클로버꽃이 핀다 덕분에 이리 클로버 꽃길이 생겼다 남천뒤의 저 인동초기둥은 미적으로가 아니라 가림..

위로가 되는 봄

소주조팝이 피기 시작한다 저게 다 꽃망울이라 기대된다 철쭉도 만개를 해서 보기가 좋다 문제는 향이 생각 외로 강해서 저 뒤쪽의 닭의 장풀 싹을 제거하는데 고통스러웠다 닭의 장풀은 사야가 좋아라 하는 잡초 중 하나인데 저 좁은 공간에서 칠백 개가 넘게 뽑을 정도의 번식력이라 퇴출시키기로 했다..만 또 미련을 못 버리고 몇 개 남겼다 이 공간이 점점 예뻐지고 있다 작년에 안 핀 원추리가 꽃대를 올리기 시작하는데 처음 심을 때랑 주변 배치가 완전 바뀌어서 잘 어울릴지 거슬릴지 떨리는 마음으로 기다리는 중이다 이쪽은 얼어 죽고 깔려 죽고 일 년생들은 하나도 안 심었더니 뱀딸기만 무성하다 뱀딸기도 열매가 달리면 예쁘긴 하지만 아무래도 몇 종류 심어야 할 듯하다 휴케라랑 골든티아라도 몸집을 키웠다 좋아해서 심었다기..

사야의 취향

마당이 조금씩 자리를 잡아간다 배수아 작가가 책은 취향이라 선물하지 않는다는 인터뷰를 한 적이 있는데 반만 동의한다 취향이라서 그 취향을 알고 선물해 주는 사람이 더 귀한 느낌이랄까 마당을 가꾸다 보니 이거야말로 전적으로 취향의 문제라는 걸 알겠다 가끔 보면 너무너무 예쁜 게 잡초더라지 일 년 반을 미친 듯이 일했다 그것도 딱 저 세 개를 가지고 사야의 꽃 취향은 화이트랑 딱 저 파스텔톤이다 근데 그게 맘대로 되진 않더라지 그래도 나름 애쓰는 중이다 위에는 고려담쟁이 아래는 황금담쟁이 원하는 걸 다 살 수 있었다면 이 마당은 지금 어떤 느낌일까 생각해보지 않는 건 아니다만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의 노동력 때문일까 혼자 엄청 감개무량해하고 있다 텃밭도 드디어 만들었다 정말 너무너무 일하기가 싫어서..

풍성해지는 봄

산에 꽃들이 지니 다양한 잎들이 돋기 시작해 눈이 즐겁다 사야네 저 마당구석만해도 꽃이 없어도 스무개가 훨씬 넘는 색의 향연이다 조팝이 지고 철쭉이 핀다 장미조팝은 드디어 혼자 남았다 저 구석의 소주조팝도 꽃망울을 잔뜩 머금었다 지난번 봉숭아처럼 저곳에도 돌연변이가 생겼는데 예쁘다 멀리서 보고는 제비꽃일 거라 생각했는데 아니더라지 흰금낭화랑 두메양귀비 자세히 보면 인디언앵초랑 차가플록스도 피기 시작한다 죽단화도 핀다 조금더 자라면 울타리 역할도 톡톡히 하겠다 작년에는 심은지 반년정도라 지금보다 훨씬 황량했지만 그전 봄이랑 비교 그래도 참 감격스러웠는데 올 봄은 더 좋다 올봄에도 안 피고 지나가는 것들이 있긴 하지만 살아남은 것들은 조금씩 더 자라 꽃들을 피우니 또 다른 뭉클함이 있다 마당에 그리고 싶었던..

25년의 시간

4월 10일 벨파스트협정 25년이라고 또 지금은 조 바이든이 아일랜드에 있어서 며칠 내내 뉴스에서 아일랜드가 나온다 98년 사야가 더블린에 간 첫 해였다 차로 아파트를 들어갈 때마다 세워서 폭탄 탐지기로 훍던 곳 당시 날이면 날마다 티비에서 보던 아일랜드 대통령 얼굴이 나오는데 놀랍게도 오랜만에 외삼촌이라도 만난듯이 반갑더라 아일랜드 사람들을 인터뷰하니 오랜만에 듣는 그 특이한 아이리쉬 악센트도 너무 반갑다 아일랜드가 사야에게 특별한 데는 많은 이유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건 언어다 홍콩이 있긴 하지만 좀 다르고 사야가 떠돌던 인생에서 유일하게 언어 문제없이 살던 나라 전에 언어도 권력이라고 얘기했었지만 낯선 나라에서 그 나라 언어를 할 수 있다는 것 엄청난 메리트다 잘했건 못했건 당시만 해도 독일어보다는..

일한 마당 일하는 마당

저 사진 속 어마어마한 잡초가 자라고 있긴 하지만 원하지 않게 일한 마당 티가 팍팍 나고 있는데 봄에만 볼 수 있는 풍경이라 나쁘지 않다 이 청희단풍은 봄에 단풍잎을 내서 붉은 인동과 더불어 봄에 보기 힘든 색감을 선사한다 작년에는 왼쪽가지에만 조금 피었던 조팝이 다 꽃을 피운다 저 조팝 속에는 이리 딱 한 가지이긴 해도 장미조팝도 있다 작년 이맘때는 저 공간도 끔찍했었는데 이제 조금씩 자리를 잡아간다 틈틈이 집 뒤쪽도 정리 중이다 작년에 할까 하다가 여러 이유로 그냥 두었었는데 올해는 저곳에도 표정이 생길 예정 표정하니 사야에게 이 금낭화는 처자들이 마을축제에 가려고 단장한 걸로 보인다 쳐다보며 신나서 재잘거리는 소리도 들린다고 혼자 우기고 있다 ㅎㅎ 아주가는 잡초억제용이라 꽃 때문에 심은 건 아닌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