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디가 또 망했다 한 곳은 자라지도 않고 한 곳은 죽어가기 시작한다 작년에는 너무 힘들었어도 예쁘게 가꾼다는 희망이라도 있었는데 올해는 죽어갈걸 알고도 일을 하니 뭐라 표현하기 힘든 기분이었다 옆에는 죽어가는데 빈 곳에 또 잔디를 옮겨 심다가 미친 건가 싶어 헛웃음도 났다 그래도 혹시 짧게 자르면 도움이 될까 싶어 맘 잡고 여기도 나왔던 그 가위하나 들고 잔디를 깔끔하게 자르는 중이다 너무 힘들어 거의 기다시피 하며 일하는데 뭐 하는 짓인가 싶기도 했다만 진인사대천명 일하다 생각해 보니 산에 오르는 것도 비슷하더라 내려올 걸 알고도 오르는 거니까 뭐 거창하게는 사는 것도 그렇고 말이다 그래서 결론은 죽어가거나 말거나 깔끔하게 정리하고 순간을 즐기기로 했다 집 뒤쪽은 요즘 이렇다 울 호박이 화장실로 유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