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따뜻한 은신처

25년의 시간

史野 2023. 4. 14. 17:26

4월 10일 벨파스트협정 25년이라고 또 지금은 조 바이든이 아일랜드에 있어서 며칠 내내 뉴스에서 아일랜드가 나온다

98년 사야가 더블린에 간 첫 해였다
차로 아파트를 들어갈 때마다 세워서 폭탄 탐지기로 훍던 곳
당시 날이면 날마다 티비에서 보던 아일랜드 대통령 얼굴이 나오는데 놀랍게도 오랜만에 외삼촌이라도 만난듯이 반갑더라
아일랜드 사람들을 인터뷰하니 오랜만에 듣는 그 특이한 아이리쉬 악센트도 너무 반갑다

아일랜드가 사야에게 특별한 데는 많은 이유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건 언어다
홍콩이 있긴 하지만 좀 다르고 사야가 떠돌던 인생에서 유일하게 언어 문제없이 살던 나라
전에 언어도 권력이라고 얘기했었지만 낯선 나라에서 그 나라 언어를 할 수 있다는 것 엄청난 메리트다
잘했건 못했건 당시만 해도 독일어보다는 영어가 편할 때라 가자마자 신나게 다녔다
원래는 일 년만 가있을 예정이었던지라 더 그랬는 지도 모른다

영화 브레이브 하트를 찍었다는 위클로우 마운틴이며 골웨이며 독일과는 전혀 다른 풍경도 좋았고 더블린 술집은 내 마누라가 다 먹여 살린다던 전남편 말대로 술집문화도 좋았다
물론 그때는 사야도 젊었다
당시 아일랜드는 25세 이하 인구가 유럽에서 가장 높은 나라였고 각국에서 영어를 배우러 몰려온 젊은이들까지 싱싱함 그 자체였으니까

지금이야 아일랜드가 잘 사는 나라가 되었지만 그때만 해도 가난의 흔적이 여기저기 남아있어서 그곳 풍경과 어우러져 영화 속을 헤매는 기분이었달까
19세기 감자기근으로 떠난 후 페허가 된 집들이 어디를 가나 아련한 모습으로 그 땅을 여전히 지키고 있었다
아일랜드는 뭐랄까 다른 유럽과 비교 날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때만 해도 미국의 아이리쉬인구가 육백만이라고 했었는데 이번 뉴스에는 삼천만이라고 나오더라 그래서 조 바이든이 더 와서 난리를 치는 거라고 말이다

우짜든둥 바이든처럼 미국대통령이 되려는 게 아닌 사야는 그저 아일랜드가 그립다
지금 아일랜드가 어찌 변했는지 궁금하기도 하지만 그것보다 훨씬 더 당시의 그 아일랜드가 그립다
그러고 보니 사야는 20세기말을 아일랜드에서 보냈다
언젠가 19세기말 빈의 어떤 카페에 앉아 그곳의 대화에 귀 기울이고 싶다고 했던 것처럼 타임머신이 있다면 20세기말의 더블린 그 도시로 다시 돌아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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