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 선수가 파리 생제르맹으로 이적하니 축구팬들이 신났다
유니폼 구입은 물론 파리로 경기를 보러 가겠다고 난리들이던데 그중 사야가 기함할만한 글을 봤다
파리에 가보려고 하는데 정말 쥐가 들끓고 오줌냄새가 진동하냐고 묻더라
거기에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어쩌고 하는 댓글들이 줄줄이 달리고
아 요즘 젊은이들에게 파리는 그런 곳이구나
사야에게 파리는 낭만 그 자체 거의 꿈의 도시였는데 말이다
오래전에 쓴 적도 있지만 육 개월 정도 파리에서 머물면서 오전에는 어학원에 다니고 오후에는 미술관을 돌아다니는 것이 한때 사야의 로망이었다
갈 때마다 늘 설렜고 뒤셀도르프가 독일의 작은 파리라는 별칭이 있다는 걸 알았을 때는 괜시리 자부심도 느꼈었다
그 파리에서 쿤데라가 세상을 떠났단다
한참 동유럽 문화가 밀려올 때 처음 접했던 체코작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라는 범상치 않던 제목
그리고 유고출신 에밀 쿠스트라차의 영화
소설도 영화도 다 이해했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낯설고 신선하고 신비롭기까지 한 그 독특한 분위기에 젊은 사야는 열광했더랬다
프라하의 봄이라고 제목을 달고 나온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영화도 너무 좋았고 그 속의 요제프 쿠델카의 사진도 너무 좋아 사진집도 소장하고 있다
쿤데라가 조국에 외면당하고 프랑스어로 집필을 한다는 소식은 외국어로 고통받던 사야에게 적잖은 충격이었다
논문 같은 게 아니라 소설도 외국어로 쓰는 게 가능한 거구나 하는 경이로움이었달까
근데 지금 생각해 보니 언어도 포기해야 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기네
한나 아렌트의 인터뷰를 보면 독일인이 잘못이지 독일어가 잘못한 건 아니지 않냐고 하던데 말이다
사야야 어차피 프랑스어도 모르고 번역된 걸 읽어도 그 차이를 느낄 수 없어 언어가 바뀌어 그의 소설이 바뀌었다는 느낌은 못 받았었다
하긴 그마저도 세월이 너무 흘러 흐릿한 기억만 남아있지만 어쨌든 그의 소설들이 좋았다
말년에 국적을 회복했던데 그에게 조국은 또 모국어는 어떤 의미였을까 그리고 사야는 왜 그게 궁금할까
밀란 쿤데라 그의 명복을 빈다
그의 책들을 다시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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