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워서 미칠 것 같은 기간 그나마 축구 때문에 위로를 많이 받았다
해외 유명팀들이 와서 멋진 경기들도 보여주고 한국팀하고 경기도 하고 한국의 트루먼쇼 주인공이라는 슛돌이 이강인 선수의 이런저런 소식을 듣는 것도 즐거웠다
그것보다 사야를 엄청 감동시킨 사건
사야는 FC 서울팬이라 수원삼성이랑은 최강라이벌인데 그 수원이 축구를 참 못한다
예전에는 잘했다는데 사야가 축구를 보고부터는 잘한 적이 없다
축구는 야구랑 달리 강등이라는 시스템이 있어서 못하면 살 떨린다
겨우 12팀 중에 한 팀은 무조건 강등이고 두 팀이 또 이 부 리그팀이랑 결전을 벌여야 한다
작년에도 강등권까지 가서 풀옵에서 간신히 살아남았는데 올해는 아예 꼴찌
꼴찌는 다이렉트강등이라 풀옵의 희망도 없다
문제는 이 수원팬들이 리그전체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열성팬들이라는 거다
축구전용구장도 가지고 있고 응원문화도 그렇고 2부로 강등을 당하면 리그 전체에도 손해일 것 같더라지
거기다 하필 사야가 좋아하는 선수가 이적을 해서 사야마저 수원을 응원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심지어 어느 날은 서울경기 말고 수원 경기를 보며 응원까지 했다
그날이 지금 리그 최강인 울산과의 경기였는데 이 리그 꼴찌가 그 울산을 이겼다
보통 울산이 홈에서 이기면 상대팀에 잘 가세요를 부르고 상대팀이 이기면 잘 있어요를 부르며 조롱하는 문화가 있다 물론 다른 홈구장에서는 반대고
그래서 그날 사야는 그 노래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 수원팬들이 울산을 노래로 놀려먹는 데는 아무 관심이 없고 그저 수원이 이겼다는 그 사실에만 감동을 해서는 막 울면서 그들의 응원가인 나의 사랑 나의 수원을 부르더라
꼴찌를 벗어난 것도 아니고 겨우 홈 첫승이라고 감동해서 만 명 가까이되는 팬들이 그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화면으로 보다가 사야도 울컥했다
그저 순수한 기쁨 그 결정체
남의 기쁨인데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카타르시스가 느껴질 만큼 아름다웠다
무엇이 저들을 저리 만드는 걸까 신기하기도 부럽기도 했다
지난번에 가수 임영웅이 서울에 시축을 왔을 때도 그랬다
한국티비를 거의 안 봐서 사야는 그날 처음 보는 가수였는데 개인 콘서트도 아니고 겨우 몇 분 시축을 보러 그날 수만 명들의 팬들이 축구장을 찾았다
그것도 가수 욕먹이면 안된다고 중간에 나가면 안 되고 옷도 유니폼과 비슷한 색 등등 팬들의 주의사항도 어찌나 상세하던지
그 팬들 색이 하늘색이라는데 마침 그날 상대팀인 대구가 하늘색이라 절대 안 된다고 신신당부까지 하더라지
사야는 뭔가를 누군가를 그렇게 열정적으로 좋아해 본 적이 없다 보니 부럽다가 요즘엔 심지어 인생에서 중요한 걸 놓치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사야랑 그들과는 같은 인간이라고 볼 수 없을 거 같다
사야에게는 없는 무슨 세포나 조직 같은 게 그들에게는 있는 게 분명하다
(참 사야가 몇 달 뇌과학을 열심히 공부하다가 멈췄는데 어렵기도 했지만 인간이 뭔지 헷갈리기 시작해서 계속 못하겠더라 뭔가 존재를 부정당하는 거창한 느낌이었달까)
우짜든둥 어제 생제르맹과 전북의 경기를 끝으로 쿠팡에서 주관한 여름축제가 끝났다
일본에서는 세 경기나 했는데 부상이라고 일분도 안 뛰었던 네이마르 선수가 어제 풀타임을 뛰며 2골에 1어시까지 맹활약을 했다
이강인선수덕에 한국팬들에게 팬서비스를 해준 것 같긴 한데 안 그래도 안 좋은 한일관계에 왜 기름은 붓고 난리냐
안 뛴 건 네이마르인데 양국팬들이 싸우는 중이다 (물론 본인도 욕먹는 중이긴 하다만)
인생이 참 재밌는 게 작년 월드컵에 네이마르랑 유니폼 교환을 한 이강인이 누가 먼저 바꾸자고 했냐는 질문에 좋은 선수라 자기가 바꾸고 싶었다고 네이마르가 자기가 누군지 알고 바꾸자고 했겠냐고 답했는데 일 년도 안되어 거의 네이마르 애착인형 수준이 되어있다
축제는 끝났고 오늘은 이주만에 서울경기가 있는 날
해외축구가 아무리 수준이 높아도 사야에게는 K리그가 최고다
황의조 선수가 임대와 있던 기간 서울 성적이 좋았다 요즘은 별로인데 꼭 이겼으면 좋겠다
아자아자 서울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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