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을 들여다보니 쿤데라 책이 두권 있더라
지난주부터 왼쪽 웃음과 망각의 책을 읽고 있다
도대체 재미가 없다
문장도 평범하고 무슨 얘기를 하고 싶어 하는 지를 모르겠더라
쓰리썸 같은 게 평범한 성관계도 아니고 뭔가 개연성이 있어야 하는데 납득불가
무엇보다 예전에 왜 밀란 쿤데라를 좋아했었는 지도 이해가 안 갈 지경이라 충격받았다
그래도 쿤데라인데 하는 심정으로 삼분의 이 가까이 읽다가 포기
옆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다시 읽고 위로받을까 하다가 날씨도 너무 덥고 짜증스러워 그 생각도 접었다
그의 책을 처음 읽은 게 삼십 년 전이니 나이 탓일까
정말 너무 더웠다
샤워를 하고는 옷을 입는 게 난감할 만큼
엎친데 덮친 격으로 그 와중에 옆집에 꼬마 아가씨가 놀러 와있다
안 그래도 감당이 힘들 정도로 더운데 이 꼬마가 하루종일 소리소리를 지르더라
그 집 어른들은 그 소리를 무슨 오페라 아리아라고 생각하는지 전혀 제재를 안 하던데 소리에 민감한 사야에게는 불지옥이 있다면 딱 이럴 거라고 느낄 만큼 고통스러웠다
강팍해져 가는 스스로를 추스르는 게 어찌나 힘들던지
잔디는 역시나 마구 죽어 가고 있는데 그래서 저기 투자한 시간과 노력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픈데 그래도 경험이 뭐라고 작년과 비교 훨씬 낫다며 자기 위안을 하고 있다
사실 진짜 저 정도도 고맙다
작년에 깔려 죽었다고 믿었던 은쑥과 뒤의 은사초가 죽어간다
그러니까 깔려 죽은 게 아니라 더위와 습기에 죽었나 보다
저 은쑥은 색감도 좋지만 엄청 부드러워 촉감으로 즐기는 식물인데 여름을 못 견딘다니 아쉽다
뒤쪽에도 드디어 부레옥잠이 한번 피었다
꽃이 피기 어려운 환경인 거 같아 괜히 미안
더운 거야 늘 더웠던 거지만 확실히 기후가 달라졌다는 걸 느낀 게 저리 가까운 곳에서 계속 번개가 치는데 여긴 저리 달이 떠 있더라
저 날과는 다른 날인데 여주에 호우주의보가 내려졌다고 문자가 왔는데 여긴 한 방울도 안 내렸다
다행히도 그제부터 공기에 습기가 좀 빠져서 훨씬 견딜만하다
이제 더 더워지는 일은 없을 테니 나이 탓도 날씨 탓도 안 하는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
'7. 따뜻한 은신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잼버리피해와 당당이 (6) | 2023.08.08 |
---|---|
축구로한 정신적 피서 (0) | 2023.08.04 |
파리 그리고 밀란 쿤데라 (0) | 2023.07.15 |
오랜만에 비오는 날의 수다 (0) | 2023.07.04 |
25년의 시간 (0) | 2023.04.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