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재선수가 뛰는 나폴리 경기를 가끔씩 보는데 너무 잘해서 유튜브에서 하이라이트를 찾아봤다
근데 댓글에 이상한 문자가 있는 거다
동글동글 귀여운데 어느 나라 말인지 모르겠다가 그게 조지아문자라는 걸 알게 되었다
기원전에 만들어진 문자라니 놀랍다
나폴리에서 너무 잘하는 2000년생 흐비차 크바라치헬리아라는 이름도 어려운 선수가 하나 있는데 요즘 말하자면 조지아의 국민영웅급이다
손흥민 선수보다는 박찬호선수급 아닌가 한다
울산현대에도 잘하는 조지아선수가 하나 있다
이런 국기를 든 사람들이 단체로 나폴리경기를 보러 오는데 한 댓글을 보니 축구 붐에 자부심에 온 나라가 난리가 아니란다
우크라니아 전쟁 때문에 조지아전쟁도 자꾸 언급되고 징집령 때문에 조지아로 도망간 러시아청년들 다큐를 보다 보니 갑자기 이 나라가 궁금해져서 이것저것 찾아봤다
인구 겨우 사백만 인 나라에 자치령이 세 개나 되고 러시아와의 관계 등등
스탈린의 고향이자 와인의 고향 프로메테우스가 고통받은 산 다 조지아더라
요즘 유럽연합에 가입하고 싶어 하는 시위가 한참인데 러시아가 가만히 있을지 역시 불안한 나라 중 하나
그렇게 시작되어 이웃 나라인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 전쟁
튀르키예의 아르메니아 대학살
15분 정도 이런 관계들을 설명해 주는 독일채널이 있는데 간결한 게 너무 좋다
(bts관련 k-pop을 분석해 놓은 거까지 있더라)
깊게는 못 들어가고 알고리즘으로 뜨는 방송 한 두 개 정도 더 보는 거지만 연결해서 이거 저거 보면 무척 흥미롭다
쿠르드족 이야기며 뉴스를 볼 때 이해 안 가는 게 많았는데 대충 무슨 이야기인 지는 알겠다
문제는 뭘 조금 알게 되면 더 많은 질문이 생긴다는 건데 그러면 또 오스만 제국과도 연관되고 세계대전과도 소련과도 연관되고 끝이 없는데 중요한 건 그 모든 자료들이 유튜브에 있더라는 거다
원하는 건 다 가져도 되는 보물창고를 돌아다니는 기분이랄까
유튜브만세
지난번에 썼지만 독일어 때문에 인생이 억울할 지경이었는데 이렇게 도움이 되니 조금 위안이 된다
역사정치문제 말고도 독일어 영어로 된 흥미진진한 다큐나 강연들이 무궁무진하던데 이해하기가 어려워 사야의 무식을 한탄하고 있는 중이다
인간의 의식과 관련된 뇌과학 쪽으로 (과학 쪽이라기보다는 꿈 쪽으로) 관심은 많은데 감히 엄두가 나질 않는다
우짜든둥 거의 백 년 전에 토마스만이 말하는 걸 보면 너무 신기하고 60년대 레마르크나 한나 아렌트 인터뷰는 놀랍더라
작년에 한나 아렌트 영화를 봤었는데 진짜 포스를 보니 배우를 잘못 골랐단 생각이 들 정도다
한동안 수면장애에 시달리고 허리도 많이 아파 누워 유튜브를 계속 봤는데 전화위복이랄까
인간은 생존을 위해 진화해 왔다더니 사야가 그렇네 무기력증에 시달리면서도 또 배움에의 욕망으로 꿈틀거리니 말이다
알고 싶은 게 많다는 것만큼 강력한 삶에의 의지가 있겠냐고
맘 잡고 공부를 계속하다 보면 오랫동안 사야를 괴롭히던 문제들에서 조금 자유로와지지 않을까 하는 희망 같은 것도 생긴다
물론 축구 본 지 오 년이 다 되어가는데도 아직 전술파악도 제대로 못하고 중국드라마도 다 이해 못 하는 사야의 슬픈 꼬락서니를 보면 꿈같은 이야기 일지는 모르겠다만 두부라도 썰면 되지 뭐 어때, 하는 심정으로 오버해서 아렌트 인터뷰전문을 찾아놨다
어쩌면 몇 달 후에 사야가 엄청 똑똑해질지도 모른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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