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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내려앉는 마당

날씨가 계속 안 좋았다가 오늘 잠시 해가 났다 올해는 이 서양능소화잎이 참 예쁘게 물든다 보통은 이 상태였다 그냥 떨어졌었다 작년과 비교 꽃은 반도 안 되지만 그래도 나름 괜찮다 마당의 반은 되는듯한 산국이 피면 어떤 모습일지 궁금 요즘은 이곳이 보기가 좋다 동쪽은 일조량 차이인 지 아직 가을분위기라고 볼 수는 없지만 퍼플폴 이삭과 이젠 그린라이트 이삭도 고려담쟁이 잎도 천천히 변해가는 중 부엌 뒤쪽에는 붓들레아가 봉숭아랑 어우러져 예쁘다 골치 아픈 잔디는 그래도 조금씩 나아지는 중. 이건 지난번 사진 올리고 일주일 후 이건 윗 사진보다 일주일 후 이러니저러니해도 작년보다는 훨씬 낫다는데 위로받는다

드디어 피는 그린라이트 이삭

얼마나 기다렸는데 드디어 핀다 그것도 많이 핀다 작년에 딱 하나 피어서 더 궁금했는데 보기가 참 좋다 날씨가 우중충해서 좀 아쉽지만 그래도 예쁘다 색에 귀천이 있겠냐만 엄청 고급스러운 느낌이랄까 청화쑥부쟁이도 피기 시작하고 오렌지 구절초는 여기저기 옮겨 심었더니 거의 고사직전이긴 해도 조금이라도 피기 시작하고 해국도 조금씩 피고 가을장미도 물매화도 홍댑싸리도 이제 붉게 물들어간다

서쪽 가을

사야가 마당에 주로 있는 공간은 저 소나무 밑. 큰 그늘이 드리워져 아래 식물들이 잘 안 자라는 단점은 있지만 끔찍한 여름 그림자 따라 일하기에는 최고다 또한 치명적인 단점은 옆집과 너무 가깝다는 것 도저히 책에 집중을 할 수 없어서 작은 소나무 아래로 피신 와 그런데 가까이 앉아서 보니 여긴 완전 가을 분위기인 거다 앞에서 보니 남천도 너무 예쁘고 심지어 겨울 말고는 존재감이 별로 없는 흰 줄무늬사초도 바로 위에서 보니 햇살에 반짝이는 모습이 환상적이다 꽃무릇은 겨우 두 개인데도 분위기를 확 바꿔놓는 힘이 있다 가까이 오니 역시나 예쁜 거 말고 지저분한 것도 눈에 띄는 지라 또 정리 정리한 지 일주일도 안 된 거 같은데 어디들 그렇게 또 숨어 계셨던 건지 ㅎㅎ 넓지도 않은 마당인데 이리 양쪽 분위기가 ..

다른 세상 그러나 또 같은 세상 이야기

가브리엘 제빈의 소설 '내일 또 내일 또 내일'을 읽었다 400페이지의 소설인데 대화체가 많다 보니 먼저 읽은 소설 사분의 일 정도의 분량 같은 느낌. 너무 다른 종류의 소설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가볍게 때론 재미있게 나름 즐거운 독서였다 단어를 다 알았냐고 아님 다 찾아가면서 읽었냐고 묻지 마라 맥락상 꼭 알아야 할 것 같은 단어만 찾아보며 그냥 읽었다 ㅎㅎ 이 소설에는 놀랍게도 동현과 봉자가 나오는데 남주인공이 한국계 혼혈이다 혼혈에 민감한 사야는 살짝 방어적으로 읽었는데 마지막 후기에 나오는 엄마 애란 제빈 그러니까 작가가 주인공처럼 한국혼혈이더라 본인이 제일 잘 아는 얘기일 텐데 괜한 노파심이었다 또 다른 주인공은 일본 한국혼혈인데 소설을 읽다 보면 그들은 그냥 평범한 미국인이지 혼혈이라는 생각이 ..

물들기 시작하는 마당

홍댑싸리도 그렇고 조금씩 변해간다 자를 거는 좀 자르고 태울 거는 태웠더니 마당이 살짝 얌전해졌다 서양능소화가 제일 먼저 물이 들고 옆의 남천은 붉은 새잎이 나오고 있다 넝쿨장미는 새잎이 나오는 건데 어우러지니 꼭 붉은 단풍 같다 모나르다잎도 붉게 물들어가고 미니억새와 퍼플폴의 이삭도 가을분위기에 보탠다 올 가을 변화가 가장 기대되는 그린라이트는 이제 이삭이 피려고 조금씩 잎이 꺾어지기 시작 곧 층꽃은 질 테니 요즘이 백미인 이곳의 조화 늘어져있던 고려담쟁이를 빨래집게로 집어 올렸더니 꼭 단풍 같다 기적처럼 꽃무릇이 피었다 심었으니 피는 게 기적은 아닌데 심은 지 이년만에 꽃을 보는 데다 잎 없이 꽃대만 솟아나 피니 사야에게는 꼭 기적 같다 매일 보고 있었는데도 어느 순간 꽃대 두 개가 올라와 있어 놀랬..

감동의 미친 짓 ㅎㅎ

책을 샀다 도대체 얼마 만에 책을 사는 건지 책을 읽는 게 아니라 사는 게 취미인 적도 있었는데 눈물이 앞을 가리는 감동이다 그동안 읽고 싶은 책이 없었던 거는 아니지만 요즘은 책을 거의 안 읽는 데다 안 읽은 책들도 쌓여있는지라 그냥 고민만 하다 말았다 거기다 이년 동안은 마당에 뭐 심을 생각에 책 사는 건 상상도 못 했다 책은 무슨 모종을 하나 더 사야지 ㅎㅎ 그런데 이번에는 사야가 리뷰를 신뢰하는 어떤 사람이 강력하게 추천을 하는데 꼭 읽고 싶더라 아마 책을 읽는 중에 봤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근데 그게 왜 미친 짓이냐면 원서를 샀다 ㅎㅎ 사실 처음부터 원서를 살 생각은 아니었는데 원서를 파는 데다 번역본보다 싼 거다 심지어 이북보다도 싸다 영어소설을 읽었던 건 정말 백만 년 전인데 어쩌자고 이런 ..

民族에서 個人으로 다가왔다

아모스 오즈의 사랑과 어둠의 이야기 이 830페이지에 달하는 책을 결국 다 읽었다 읽기가 너무 힘들었는데 인명이나 지명이 어마어마하게 나온다 처음에는 찾아보며 읽었는데 결국 포기 자전적 소설이라지만 거의 회고록 수준이라 대화체도 없다시피 한다 거기다 시간순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것도 아니고 왔다리갔다리 하는 것도 읽는데 어려움이었다 엄마의 자살이 엄청 중요한 역할을 하는 거 같은데 아무리 읽어도 자세한 이야기가 안 나와 약이 오를 지경이었다 결국 63장 중 마지막장에서야 풀어놓는 작가 사실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문학작품 이야기도 많이 나오는데 사야가 읽은 책이면 모를까 책 속의 주인공도 모르고 맥락을 파악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런 걸 다 떠나서도 이 책을 제대로 이해했다고 볼 수 없는 게 제목에 ..

가을비가 그치고

비가 정말 많이 왔다 비 온다는 소식에 조금 남긴 씨를 발아가 덜 된 곳에 뿌렸는데 망했다 옥잠화는 꽃은 예쁘지만 지는 모습은 끔찍해서 잽싸게 제거를 해주는데 비 때문에 나눴더니 저리 까맣게 썩어서 충격 어제는 일주일도 넘게 만에 해가 난 날 부레옥잠도 활짝 피고 층꽃도 이삭은 아직이지만 모닝라이트도 빛나고 있다 작년에는 부담스러워 여기저기 옮겨 심은 자주 아스타도 수줍게 피기 시작 마당에 못 나가는 내내 사야의 시선을 사로잡은 유홍초와 오이잎의 콜라보 서양등골나물도 존재감 확실 갈대발이 꺾어져도 좋았던 게 저 황금벌판. 마당의 가을과 어우러지길 엄청 기대하고 있었는데 지금 사진 오른쪽에서 벌써 베고 계시는 중이라 엄청 실망 여기 앉으면 어차피 논은 안 보인다고 혼자 정신승리하고 일찍 베는 것도 속상한데..

생존보고랄까

사야야 원래 미쳐있으니 뭐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만 어제 한밤중에 저기 책장을 옮겼다 저 책장이 책을 빼고도 엄청 무거워서 생쇼를 했다 어쨌든 맘에 듦 얼마 전에는 새벽 두 시에 자다 말고 일어나 머리를 거의 삭발을 했다 이건 무슨 호러 영화도 아니고 어쨌든 그것도 맘에 듦 설명하려면 좀 복잡한데 어쨌든 이 풍경을 앉아 보려고 어제 밤 그 생쇼를 했다 여름 내내 천창을 가렸던 파라솔을 치웠더니 저리 해가 든다 이리 그림자놀이도 하고 잡초처럼 번졌다고 구박했던 층꽃도 핀다 넝쿨장미는 가지마저 여전히 저리 예쁘고 시들시들하던 물매화도 드디어 꽃을 선보이고 요즘 사야를 설레게 하는 풍선초 그리고 더 설레게 하는 고려담쟁이 하나에 필이 꽂히면 정신 못 차리는 사야는 과장해서 저거 쳐다보다 하루가 간다 아무리 마음..

마당이 있어 좋다

너무 힘들 때야 당근 그런 생각이 안 들지만 요즘은 시원한 바람이 불어 그늘에 있으면 참 상쾌하다 책을 읽다가 바라보니 햇살이 한쪽에만 걸린 게 보기 좋아 한참을 넋 놓고 봤다 넓은 마당은 아닌데 구석구석 특색이 있어서인지 가끔은 엄청 넓은 마당 같은 느낌도 든다 저기가 자세히 보면 좀 심란한데 대충 보면 또 마음에 든다지 올해 처음 심은 모닝라이트가 이 가을에 어찌 변해갈 지도 기대가 크다 물론 저 자체로도 앞쪽 홍띠랑 어우러져 나쁘지 않다 억새는 피기 시작하는 딱 지금이 제일 예쁘다 여기저기서 옥잠화도 피고 집뒤의 부레옥잠도 또 한 개가 피었다 여긴 워낙 안 피니 로또 맞은 기분 주책없이 원추리가 그제부터 한 개씩 핀다 꽃이 너무 없어서 뭐가 피어도 반갑긴 한데 왜 그러는 거니 그제 블루문이 뜬 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