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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부고와 전화번호

오늘 오후 문자부고가 하나 도착했다 보낸 이를 아무리 생각해봐도 모르겠는 거다 사회생활을 전혀 하지 않는 사야에겐 참 특이한 문자 부고문자가 스팸일리는 없고 한참을 고민하다 보니 보낸 이가 아니라 돌아가신 분이 사야가 뵈었던 분이다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어찌 인연이 되어 두 번 정도 뵌 기억이 난다 그때 전화번호를 교환했던 거 같은데 그 번호가 남아있어서 자녀분들이 단체문자를 보낼 때 사야에게도 온 거 같다 기억이라는 게 참 재밌는 게 막상 떠오르니 짧은 만남이었는데도 그분이 했던 말들도 막 생각나더라지 참 유쾌하시고 제자로 받아줄 테니 작업실로 출근하라는 말씀도 하셨었는데 그때 그분 말씀을 따랐다면 지금 사야인생이 달라졌으려나하는 생각도 들더라 오늘은 일어나 비비씨뉴스를 틀자마자 펠레와 웨스트우드 부고를..

편안한 아침

아침에 깨보니 천창에 눈이 쌓여있다 또 눈이야? 사람마음 참 간사하다 ㅎㅎ 다행히 살짝 내린 거고 아름다운 아침이다 냥이들도 오늘은 세놈다 일찍들 와서 밥 먹고 무엇보다 아침부터 바흐음악 요즘 저 방송이 말도 많아지고 이상한 프로가 많아 아침마다 실망스러웠는데 오늘 이침은 로또 맞은 기분 한파가 물러갈 생각을 안 해서 집안에만 있다 보니 사야는 또 강제 청소 중이다 뭔가 미묘하게 거슬리는데 그게 간단히 쓸고 닦 고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생고생하며 지쳐가는 중이다 나흘간 세네 시간을 하는데도 아직 거실을 못 벗어났으니 누가 들으면 사야네 거실이 한 이백 평 되는 줄 알겠다 ㅜㅜ 그래도 또 이런 아침도 있다 청개구리인 사야는 기운 내서 오늘도 열심히가 아니라 오늘은 정말 아무것도 하지 말고 쉬자고 굳게 다..

크리스마스 별

밤에 매일 나가는 건 아니지만 오늘처럼 밝은 별들은 처음 본다 하루종일 초가 빛나는 트리를 만들까 말까 고민하다 결국 안 했는데 하늘에서 보상받은 느낌이다 하늘을 올려보는 게 힘들어 여전히 쌓여있는 눈 위에 오분가량 누웠다 생각해보니 마당 눈 위에 누워 별을 보는 건 처음이었다 아직도 처음이라는 말을 붙일 수 있는 일이 남아 있어서 다행이다 세계평화 같은 건 언감생심 바라지 않고 그저 오늘 행복한 사람들의 기운이 덜 행복한 사람들에게도 조금은 전해지기를

특별한 선물과 그리움

마당에 든든한 지원군이 생겼다 왠지 외로워 보여 또 잽싸게 여자친구 하나 만들고 들어왔다 원래 남자친구를 만들어 줄 생각이었는데 넘 추워서 안 되겠더라 그러고 노는 사이 특별한 선물이 도착했다 슈톨렌이다 안 그래도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니 시어머니 생각이 많이 났는데 슈톨렌을 보니 더 그리워졌다 그래서 찾아본 슈톨렌 레시피 이제 내가 직접 만들어 먹을 테니 슈톨렌 말고 레시피를 보내라고 어쩌면 내가 너에게 만들어 보내줄 수도 있다고 큰소리도 쳤었는데 한 번도 만들어 본 적은 없다 저 글씨를 보는데 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아무도 없는 집에서 익숙한 식탁에 돋보기를 쓰고 앉아 저 걸 쓰고 있었을 그녀 모습이 눈에 선하다 저 레시피 뒷장엔 사야가 가장 좋아하는 독일요리인 향어요리법도 있다 슈톨렌처럼 원하면 주문..

스웨덴 애들과 영어

우연히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라는 프로를 재방송으로 보는데 영어를 쓰는 애들이더라 영어가 듣기 편한 억양이길래 어떤 나라인가 했더니 세상에나 영어권 애들이 아니라 스웨덴 애들이다 아니 그럼 스웨덴어를 써야지 왜 헷갈리게 영어를 쓰고 난리냐 그러니까 옛날 생각이 나더라 98년 사야가 더블린에 갔을 때 다니던 어학원에도 스웨덴 애들 천지였다 열몇 명인 반에서 독일애 둘 중국애 하나 사야 나머지는 다 스웨덴 애들 그나마도 중국애는 못 따라가겠다고 반을 바꿔서 동양인은 사야만 남았더랬다 (그 중국애가 학원에 다른 한국인이 또 있다며 고기공 놈을 소개해줬다ㅎㅎ ) 영어를 거의 모국어 수준으로 구사하던 애들이었는데 뭘 또 배우러 왔냐니까 국가에서 돈을 대주는 프로그램이라 놀러 왔다더라 어려서부터 영어방송을 접하며..

사야네 雪景 그리고

밤이 되어서야 눈이 그쳤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나뭇가지 위의 눈도 그대로에 아침 달도 떠있다 사야가 저 남천에 얼마나 진심인지 혹 쌓여 언 눈에 가지가 다칠까 밤에도 나가 눈을 털어댔다 말그대로 온 세상이 하얗고 이 세상에 인간은 딱 사야 혼자 존재하는 것 같은 기분이다 어제 그제 축구를 본다고 네시에 일어났다 기대한 아침노을은 보지 못했지만 쌍둥이 같은 시간은 잡았다 위의 사진은 아침 일곱 시 아래 사진은 오후 다섯 시 사십칠 분 밝아지는 시간과 어두워지는 실제 시간의 느낌이 같을 수는 없겠지만 사진만 보면 전혀 구분이 안 간다

문통과 풍산개 사건

개가 유일한 식구인 사람으로서 문통이 김정은에게 선물 받은 곰이와 송강이를 포기한다는 이야기는 좀 충격이었다 슬프게도 이 나라는 최소 두세 개의 기사를 읽지 않으면 바보가 되기 십상이라 기사 몇 개를 읽었다 사야가 파악한 바로는 개들이 국가 기록물이고 문통이 국가로부터 위탁받아 관리하고 있었다는 것과 사료 병원비 등 오십만 원 인건비 이백만 원의 위탁비용이 책정되었다는 것 문통은 입양을 하고 싶어 했는데 법적인 문제가 어쩌고 저쩌고 계속 검토만 하면서 여기까지 온 것으로 보인다 결론은 다시 국가로 반환되어 광주 한 동물원에서 위탁관리를 하기로 했단다 이게 서류나 물품이면 깔끔한 결론이었을지도 모르나 생명체다 보니 문제가 커졌고 사야까지도 신경을 쓰게 되었다 돈 때문에 파양을 했느니 (입양을 안 했는데 어..

고드름이 자란 날

올 첫 고드름이라 반가와 사진을 찍었다 뭘 하다가 밖을 보니 고드름이 자랐다 녹는 고드름은 많이 봤지만 자라는 고드름을 의식하고 보는 건 처음이다 그래서 계속 쳐다보고 있었더니 자라는 건 안 보이고 그저 시간이 멈춘거 같더라 안 본 사이 또 이만큼 자랐다 해가 사라지니 드디어 멈췄다 고드름도 햇살을 받고 자란다 고드름이 자라는 것도 저리 얼음 모자도 눈이 온 다음 날이 낮에도 영하라 볼 수 있는 특별함이다

도깨비 같았던 날

사야도 적지 않게 살았는데 어제같이 변화무쌍한 날은 처음 봤다 아침부터 잔뜩 흐려 예보된 눈을 기다리는데 눈이 왔다 해가 났다 또 눈이 왔다 사진찍으러 얼마나 들락거렸는지 ㅎㅎ 덕분에 나가서 물방울 찍기 놀이 일기예보가 또 틀렸나 했더니 쏟아지기 시작하던 눈 새벽에 달빛에 반짝이는 창 아침에 보니 정말 많이도 내렸더라 해가 나길 기다렸다가 잔뜩 껴입고는 눈사람 만들러 나갔는데 뭉쳐지는 눈이 아니었다 심술 나서 발자국만 열심히 내고 들어왔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