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따뜻한 은신처

문자부고와 전화번호

史野 2022. 12. 30. 19:15

오늘 오후 문자부고가 하나 도착했다
보낸 이를 아무리 생각해봐도 모르겠는 거다
사회생활을 전혀 하지 않는 사야에겐 참 특이한 문자
부고문자가 스팸일리는 없고 한참을 고민하다 보니 보낸 이가 아니라 돌아가신 분이 사야가 뵈었던 분이다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어찌 인연이 되어 두 번 정도 뵌 기억이 난다

그때 전화번호를 교환했던 거 같은데 그 번호가 남아있어서 자녀분들이 단체문자를 보낼 때 사야에게도 온 거 같다
기억이라는 게 참 재밌는 게 막상 떠오르니 짧은 만남이었는데도 그분이 했던 말들도 막 생각나더라지
참 유쾌하시고 제자로 받아줄 테니 작업실로 출근하라는 말씀도 하셨었는데 그때 그분 말씀을 따랐다면 지금 사야인생이 달라졌으려나하는 생각도 들더라

오늘은 일어나 비비씨뉴스를 틀자마자 펠레와 웨스트우드 부고를 탑으로 띄우던데 요즘 같은 세상에 일찍들도 가셨다
두 부고는 아무 느낌이 없었는데 뵈었던 분이라 그런가 너무 일찍 떠나신 거 같아 안타깝다

우짜든둥 사야는 작년봄에 전화기를 바꾸며 최소한의 번호만 남겼어서 지난번 첫사랑 놈 전화도 누군지 몰라 안 받았는데 사야의 번호가 어딘가 남아있다 이런 부고를 접하니 기분이 참 묘하다

사실 그제도 누군가 전화를 하고 안 받으니 문자도 남겼는데 누군지 모른다
고기공놈 전화도 자주 씹는 마당에 누구 전화를 받겠냐고
이럴 때마다 삶에의 의지가 정말 있는 건지 스스로도 의심하긴 한다만 전화를 받고 싶지 않아 안 받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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