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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마당

다 정리한 것도 아닌데 휑한 느낌이라 아직은 낯설다 꽃이 진 가지들을 그냥 놔두기로 한 건 가림막 역할도 해서였는데 그냥 들여다보이는 게 불편하기도 하고 말이다 그래도 이리 햇살에 반짝이는 털수염풀은 위로가 된다 정말 오랜만에 아침노을을 보았다 동쪽은 저리 지대가 높아 해가 늦게 뜨는데 겨울이 주는 선물인가 보다 커피물 올리러 간사이 사라져 버려 안타까웠지만 이제 아침마다 기대감을 가지고 커튼을 열게 되겠다 다시 강추위가 찾아오고 눈도 온다는데 12월도 중순 이제는 벌써 이리 춥냐고 말하기도 민망한 제대로 겨울이다

사야의 비극

사야의 가장 큰 비극이야 애정결핍증이지만 그 못지않은 비극적인 요소가 유머 코드다 사야는 개그 예능프로를 안 보는데 안 웃겨서다 사람들이 왜 웃는지 이해 자체를 아예 못한다 남들이 웃을 때 공감하지 못하는 거 이게 별게 아닌 거 같지만 의외로 사람을 참 외롭게 한다 그런데 육사오 이 영화를 보면서 정말 미친 듯이 웃었다 사야가 울건 웃건 아무 관심이 없는 울 호박이가 놀래서 쳐다볼 정도로 ㅎㅎ 요즘 축구 판이 좀 시끄러워서 이 놈의 나라는 취미 생활하는 것도 이리 뭣 같냐 싶어 우울했는데 잠시나마 실컷 웃을 수 있어 좋았다 황당무계한 내용을 잘 풀어냈고 무엇보다 배우들의 연기가 참 좋았다 물론 남들이 웃는 영화를 사야도 웃어서 그게 제일 좋았다 ㅎㅎ 사야의 또 다른 비극은 부지런하지 않은 주제에 그런 사..

닐리리야 ㅎㅎ

지난번 에헤라디야가 허무와 실망의 반어법이었다면 이번에는 진정한 기쁨이다 날씨가 꽤 풀려서 이쪽도 언 땅이 꽤 녹았는데 세상에나 잔디가 의외로 많이 안 죽었다 꽝꽝 얼어서 그래 보였나 보다 사야가 아무리 이미 일어난 일에 열받지 말자는 신조로 산다고 해도 너무 고생했기에 많이 속상했는데 다행이다 물론 이미 운명에 그러니까 겨울 날씨에 맡기기로 했으므로 더 이상의 실망 같은 건 없다 ㅎㅎ 이틀간 앞쪽 마당을 정리했다 이번에 눈이 왔을 때 보니 지저분해 보이더라지 거기다 겨울에도 푸르고 예쁜 애들에게도 예의가 아닌 것 같았다 저 뒤쪽의 천사철 황금사철 말채 등은 다 겨울을 위해 심은 건데 이제야 보인다 여름 내내 숨도 제대로 못 쉬어서 자라기는커녕 잎들도 몇 개 없다 이쪽의 무늬새발사초와 흰줄무늬시초 사사 ..

눈왔다

어제 아침 일어나 보니 조금씩 눈이 내리기 시작하더라 별 기대 안 했는데 꽤 많이 내려 내리는 눈을 제대로 감상했다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내려 쌓이는 눈은 늘 설렌다 저녁에 보니 구름이 꼭 산처럼 퍼져있어 신기했다 달이 밝은 데다 눈에 반사되어 환했던 밤 발가벗고 눈에 막 뒹굴고 싶은 욕망을 눈물을 머금고 참았다 갑자기 홋가이도나 니가타 여행이 하고 싶어졌다

에헤라디야 ㅎㅎ

된장 왜 하필 첫추위가 이리 혹독하냐고 아니 갑자기 무슨 삼일 연짱으로 영하 11도에 낮에도 영하냐고 덕분에 이리 사야가 허리가 부러져라 옮겨 심었던 잔디가 허무하게 얼어버렸다 차라리 일을 하지 말걸 에헤라디야 ㅎㅎ 겨울 잔디를 심은 건데 어쩌다 보니 다 8월에 씨를 뿌려서 두 해 연속 고생만 하고 근사한 겨울 잔디는 언제 보는 거냐고 흑흑 이럼 이거 봄에 다시 뿌려 제대로 겨울 한번 보내야 하는 거 아닌가 다시는 못하겠다더니 이 뭔 오기가 ㅎㅎ 저리 천막까지 덮어가며 유난을 떨었던 앞쪽 잔디는 의외로 괜찮은데 어차피 다 덮었던 것도 아니다 보니 천막이 아니라 햇살이 이유인 거 같다 저 천막은 원래 여름 비 때문에 구입한 건데 치기도 어렵고 보기도 별로라 고이 모셔두었다가 나름 쓸 곳이 생겼다고 좋아했드..

김천상무 김태완감독과 월드컵

우리나라가 16강에 진출했다 너무 기쁠 줄 알았는데 의외로 담담하다 ㅎㅎ 아마 우리 선수들이 정말 누구하나 빠지지않고 잘 싸워줬기 때문인 거 같다 세경기 다 보는 재미가 있었어서 졌더라도 자랑스러웠을 거다 물론 이겨놓고 우루과이 골이 들어가나 기다리는 시간은 피 마르더만 ㅎㅎ 최선을 다했고 하늘이 도왔다 월드컵과 상관없어 보이는 김태완 감독을 소환하는 이유는 조규성 선수 때문 지난번에 썼듯이 사야가 조규성 팬인데 데뷔 시즌 안양에서 날라다니며 연령별 대표에 소집되었다 그 멤버들이 도쿄올림픽 출전을 위해 싸웠다 그때 경쟁자가 있었는데 둘 중에 하나만 올림픽에 갈 수 있었고 당시 여론은 상대 선수가 앞서 있었다 프로에 와서 보여준 건 조규성 선수가 훨 많았는데 인지도로 밀리는 거 같아 사야는 얼마나 화가 나..

드디어 겨울

영하라도 저쪽 아침 풍경이 포기가 안되어 현관문을 열었다 어쩌다 보니 호날두 뒷모습이 찍혔는데 그래 사야 포르투갈 전 예습 중이다 ㅎㅎ 낮에도 영하인 드디어 겨울이다만 마당은 여전히 가을 분위기가 남아있다 며칠 전 시누이에게 생일선물로(?) 사야네 마당 사진을 보냈는데 어찌 여태 저리 가을 분위기가 나냐고 놀래더라 이리 구석에는 폼폼 국화가 피어있고 뒤쪽의 지난번 구입한 백묘국 잎도 삼색조팝 단풍도 멀쩡하다 미치고 팔짝 뛰게 귀여운 요놈 다시 나타난 이후론 또 심심하면 온다 간식을 던져주면 앞발로 탁 잡아서 먹는데 그 모습이 요즘 사야의 즐거움이다 오늘은 뜬금없이 저리로 올라가서는 사야의 저 재떨이를 안 떨어뜨리고 굴리며 노는 묘기를 보이더라지 집안에서 내다보며 제발 떨어뜨려라(?) 이상한 응원을 하게 ..

14분 그리고

딱 14분 차이일 뿐인데 색감이 저리 다르다 어떤 화가도 저 차이를 표현해낼 수는 없을 거 같다 낭만주의 시대 작품이건 인상주의 시대 작품이건 자연의 표현력까지 넘볼 수는 없달까 하긴 단순하게 생각해도 크로키도 아니고 그림을 어찌 14분 만에 그리겠냐고 그래서 사야는 그 좋아하는 세잔의 그림을 보면서도 매 번 그 시간을 기다리며 딱 그때만 그린 지 의문이 들 때가 많다 이미 사진을 올렸지만 소라님이 다녀갔다 금요일에 왔다 오늘 갔는데 하필 사야가 축구에 미쳐있는데 와서 사 박 오일 동안 낮이나 밤이나 축구만 보다 갔다 ㅎㅎ 우리나라 축구는 저 하나에 네 개의 노른자가 나온 달걀처럼 신기했다 참 잘하더라 득점이 전혀 안 나왔던 우루과이 전도 좋았고 2대 3으로 진 가나전도 좋았다 축구에 입문한 건 얼마 안..

사랑한다는 말

그 말이 도대체 뭐라고 차마 그 말을 못 한다 아니 사랑한다는 말도 필요 없고 사랑한다는 말에 그냥 나도 라고만 말하면 되는데 그 말이 안 나온다 전화를 끊을 때마다 늘 마음에 걸린다 딱 한마디면 되는데 난 왜 당신에게 그 말을 못 해주는 걸까 당신이 떠나면 절절히 후회하게 될까 이제는 시어머니도 떠나고 엄밀히는 내게 당신밖에 없는데 당신마저 없으면 정말 혼자인데 그래서 당신의 부재는 내게 충격일 거 같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여전히 당신에게 그 한마디 말을 못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