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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꽃들

잎도 녹색인데 굳이 꽃까지 녹색일 필요가 있을까 싶어 망설이다가 구입했는데 참 예쁘다 작년에는 구석탱이에 심어 제대로 못 봤는데 올해는 집안에서도 보이는 곳으로도 옮겨 심어 제대로 감상하고 있다 문제는 수형인데 국화류는 꼭 잘라줘야 한다고 해서 몇 번이나 잘랐건만 저리 휘어지고 난리가 아니다 샴쌍둥이처럼 저런 꽃이 피었다 인간은 복잡한 체계를 가지고 있어 그렇다 치고 꽃은 왜 그러는 건지 넘 신기하다 갑자기 유전자 정보를 까먹는 건가 이 백일홍도 거의 삼미터가 육박하게 자랐다 길거리 백일홍들은 아무리 커도 일 미터 정도던데 왜 저런 건지 궁금하다 사야네 마당에선 정보보다 크는 꽃들이 많으니 이 땅과 연관이 있으려나 이건 그린라이트라는 풀 종류의 이삭이다 내내 푸르기만 하길래 역시 푸르기만 한 마당에 굳이..

결국 여는 주둥이

가만히 있으려고 했는데 도저히 못 참겠다 어제 새벽 어찌 깨서 사고 소식을 접하고는 다시 잠을 못 잤다 이태원에서 자랐기도 하고 한국에 돌아와서도 가본 바로 그 거리 좋아하는 곳이기도 하다 거기서 압사사고가 그것도 상상초월의 사람들이 죽었다니 너무 안타까워 안 보던 뉴스를 하루 종일 틀어놓고 있었다 처음엔 금요일이라고 축제라고 좋아라 그곳에 갔다가 사고를 당한 그 젊음들이 슬펐다 그리곤 반식민지고 어쩌고 할로윈 축제를 폄하하는 일침병들어 떠드는 인간들에게 분노했다 다음에는 반정부 인사들의 정부 책임론 하며 애도보다 이용하기에 바쁜 행태에 기가 찼고 행정부 장관의 면피성 발언에도 넘 화가 났다 그런데 지금 가장 화가 나는 건 국가 애도다 군인 휴가 검은 리본 술집 업무 중단 협조공문 등등 일일이 열거도 힘..

안녕 Hanna

시누이가 자세한 이야기를 해주지 않아서 혼자 애달아하고 있었다 시어머니가 계시던 요양원은 함부르크 근처였는데 장례식은 어디에서 하고 어디에 모실 건지 뮌스터가 아니라 상상도 안되고 그럼 또 뮌스터에 계신 아버님은 그리로 모실 건지 오늘 드디어 기다리던 메일과 사진이 도착했는데 아버님과 합장을 했단다 목사님만 새로 오셨고 네가 아는 그 교회, 사람들 그리고 그때랑 같은 식당에 모여 어머님 얘기를 나누었다고 햇살 가득한 아름다운 장례식이었고 엄마가 얼마나 근사하고 또 사랑받는 사람인지 알 수 있었다고 이젠 아빠도 혼자가 아니라고 시누이는 썼다 아버님 돌아가셨을 때는 원래 사람은 태어나고 죽고 하는 거라고 해서 사야랑 시어머니를 기함시켰던 시누이는 이번엔 많이 힘든가 보더라 뮌스터에 모실 거라고는 상상을 못 ..

먼지 묻은 삶 2022.10.28

도둑고양이 ㅜㅜ

전에 말했던 새끼 고양이다 원래는 두 놈인데 한놈에겐 뭔 일이 생겼는지 안 보이고 사실 저 놈도 자주 오는 건 아니다 매일 오는 건 여기도 몇번 출연했던 저놈 에미인지인데 오늘 먹을 거 가지고 둘이 싸우길래 사진을 찍으려고 휴대폰 가지러 간사이에 어미는 없고 저 놈만 있더라지 예전엔 어미가 양보한다고 생각했는데 아니더라 ㅜㅜ 요즘은 길고양이라고 하지만 도둑 고양이가 된 이유 사야도 아침 먹고 마당에서 일하고 오늘 또 오랜만에 호박이가 아침도 안 먹고 토하고 해서 정신없다가 점심 먹으러 부엌에 갔더니 저런 난장판이 ㅜㅜ 저거 울 호박이가 환장하는 간인데 지들도 나눠줬더니 먹지도 않더만 저걸 저래 놨네 문제는 저게 싱크대에 있었다는 것 고양이 키운 지 하도 오래되어서 그 어마 무시한 점프력을 잊었다 집에 들..

야생머루와 단풍

잔디 메꾸기 작업이 정말 너무도 힘들고 짜증스러워 이년을 연달아 이 짓을 하는 건 사람 할 짓이 아니라고 씩씩대다가 쳐다본 저 울타리 쪽의 붉은 단풍 작년은 붉은 단풍이 들기 전에 다 말라버렸었는데 올해는 다르다 저런 잎이 집벽을 가득 메꾸는 꿈을 꿨더랬는데 황토주택은 불가라 울타리에서라도 보상받는다 저리 머루도 달리는데 먹을 정도는 아니라 작년엔 칼국수 반죽에 올해는 식초 조금 시도해보고 잼 만드는데 섞어보고 대부분은 새들 먹이다 사야네 마당이 일 년 만에 풍성해 보이는 데 톡톡한 역할을 한다 역시 십 년이 넘은 남천에도 단풍이 시작이고 능소화에도 붉은 단풍이 든다 무엇보다 저 아래 수곽옆 귀여운 빨간 나무 진달래다 봄에 서너 송이 피어서 사야를 감동시켰는데 단풍도 저리 예쁘다니 무엇보다 주변 산에 드..

이란과 사야

사야에게 이란은 호메이니 전쟁 그리고 테헤란로 그저 낯설고 이상한 나라 그러다 독일 어학원에서 zahra라는 사야보다 두 살 위인 이란친구를 만났는데 도저히 그 이상한 나라 출신이라는 걸 믿을 수 없도록 예쁘고 맑은 애였다 숙제가 너무 많아 엄마랑 같이 해야 간신히 끝낼 수 있었다던지 창문을 커튼으로 가리고 파티를 했다던지 그 애가 환하게 웃으며 전해주는 그 나라 이야기는 평범하기도 재밌기도 했다 사야는 대학을 가고 그 애는 임신을 하면서 자연스레 멀어졌는데 삼십 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저 이름도 그 애의 깊은 눈도 생각난다 이사다니며 잃어버렸는데 그 애가 선물했던 이란전통 목걸이도 학교를 다니면서도 어학이 필요했던 사야는 일주일에 한 번씩 하는 어학원에 계속 다녔는데 거기서 만났던 이란 여자애들도 참..

두 제국의 다른 선택

아침에 인도 이민 3세인 리시 수낙이 영국 총리가 되었다는 놀라운 소식을 접했다 영국에 대해 잘 몰라서 지난번 트러스 총리랑 대결할 때 처음 보았는데 인도 출신이 그 위치에 올랐다는 게 대단해서 괜히 응원했더랬다 총리가 안된걸 당연한 결과로 받아들였는데 당연하다고 생각한 사야를 비웃듯이 결국은 총리가 되었네 출신도 좋고 어마어마한 부자라던데 아무리 그래도 여전히 백인이 이 지구를 지배하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당도 아닌 보수당의, 나이도 어린 유색인종 총리라니 너무 신선하고 반갑다 영국을 지금 제국이라고 하기엔 우습지만 어쨌든 거창하게 말하면 인류 역사에 굉장히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또 다른 제국 여긴 현재의 제국인 중국에서는 시진핑이 황제로 등극했다 썼듯이 사야는 중국에 엄청난 애정을 가지고 있는데..

2022년 K리그종료

월드컵 때문에 2월부터 시작했던 한국 축구가 오늘 종료했다 네 팀이 겨루는 승강 플레이오프 4경기랑 FA컵 두경기가 남아있긴 하지만 길었던 리그 경기는 오늘로 끝이라 후련하다 원래는 이제 주말에 무슨 낙으로 사나 섭섭해야 하는데 올해는 응원팀들이 다 못해서 스트레스를 좀 받았다 전북은 결국 우승을 못했고 FC 서울은 막판까지 너무 헤매다가 어제야 간신히 잔류를 확정했다 사야가 열성까지는 아니지만 서울팬인데 기성용에 현 국가대표 서넛에 그 스쿼드로 못하니까 어찌나 열불이 나던지 ㅎㅎ 사실 경기야 질 수도 있는 건데 진짜 못하고 재미없게 지면 막 화가 난다 그놈의 공놀이가 뭐라고 기분이 마구 널뛰기를 한다 흑흑 사야가 서울 다음으로 응원하는 팀이 전북현대인데 모기업에서 지원을 잘해주는 덕에 사야가 좋아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