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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디 메꾸기 작업이 정말 너무도 힘들고 짜증스러워 이년을 연달아 이 짓을 하는 건 사람 할 짓이 아니라고 씩씩대다가 쳐다본 저 울타리 쪽의 붉은 단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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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은 붉은 단풍이 들기 전에 다 말라버렸었는데 올해는 다르다
저런 잎이 집벽을 가득 메꾸는 꿈을 꿨더랬는데 황토주택은 불가라 울타리에서라도 보상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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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리 머루도 달리는데 먹을 정도는 아니라 작년엔 칼국수 반죽에 올해는 식초 조금 시도해보고 잼 만드는데 섞어보고 대부분은 새들 먹이다
사야네 마당이 일 년 만에 풍성해 보이는 데 톡톡한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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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십 년이 넘은 남천에도 단풍이 시작이고 능소화에도 붉은 단풍이 든다
무엇보다 저 아래 수곽옆 귀여운 빨간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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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다
봄에 서너 송이 피어서 사야를 감동시켰는데 단풍도 저리 예쁘다니
무엇보다 주변 산에 드는 빨간 단풍의 정체가 진달래라는 걸 알게 되어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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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구석의 연녹색은 흰 진달래다
아직 꽃은 못 봤는데 잎은 아마 노랗게 물들려나보다
저 가운데 무성한 토끼풀 사이로 꽃무릇 잎도 올라 왔다
작년에 열두 구를 심었는데 하나는 울 호박양이 망치시고 나머지는 꽃 한 송이 피지 않아 망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며칠 전에 보니 열한 개 빠짐없이 더 풍성히 잎이 올라왔다
내년엔 최소 몇 개라도 피겠구나
내년 가을까지 살아야 할 이유가 또 생겼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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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국과 고려담쟁이 에도 단풍이 든다
하필 배경이 같은 계열 색인 게 안타깝지만 그래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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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이라고 말하기는 웃기지만 적상추가 땅에서 단풍 이상의 몫을 해내고 있다
봄과 비교 더디 크는 대신 잎색은 저리 선명해서 뜯을때마다 단풍놀이하는 기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