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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기다림끝에

키 작은 용담이 드디어 꽃을 피운다 작년에 처음 보고 참 예쁘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보니 더 예쁘다 작년에 보기 좋길래 더 구입해서 여기저기 심은 산국도 핀다 그 옆의 해국은 작년에 심었는데도 겨우 저 몇 송이만 피었다 내년에는 좀 풍성해지려나 나무가 아닌데도 올해 꽃을 못 보고 지나간 것들도 있으니 그래도 다행이랄까 폼폼국화도 피었다 얼어 죽고 키는 크고 수형은 안 잡히는데 그래도 꽃은 보기 좋다 아직 제대로 핀 건 아니지만 녹색폼폼도 피기 시작한다 이게 마지막으로 피는 꽃이네 가을꽃들은 기다림이 너무 길다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니 어찌 배치해야 하는지가 숙제로 남는다 그때 한 달 넘게 꽃망울만 맺혔다는 이름 모를 잡초인지는 결국 치웠다 아니 잡초라도 꽃은 피워야 하는 거 아닌가 웃기는 놈이다 그 아래쪽 ..

사야네 가을

아직 와 가을 분위기다 할 만큼은 아니지만 햇살이 가을이다 이젠 늦은 오후면 소나무 아래도 햇살이 들고 따스함이 느껴진다 특히 억새에 오후 햇살이 걸리면 이곳이 사야네 마당이란 걸 잠시 잊는다 유감스럽게도 백일홍이 여전히 한창이다 참 오래도록 고마왔는데 이젠 그만 져도 되지 않을까 벌써 백이십일홍인데 이러다가 백오십일홍 되시겠다 잔디는 조금씩 푸르러지기 시작한다 균일하게 발아가 되는 게 아니라서 씨를 남겼다가 발아 덜 된 곳에 추가 파종을 했는데도 여전히 구멍 메꾸기를 하느라 고생하고 있다 한지 난지형 잔디가 따로 있는 줄 모르고 독일 잔디가 겨울에도 푸른 게 불만이었는데 이제는 한지형 잔디씨를 뿌려놓고는 좋아라 하고 있으니 사야도 변하나 보다 봄에 살 때 꽃망울이 다 떨어져 와서 내년을 기약했던 체리세..

가는 날이 장날

지난번에 옮긴 티비를 현관문쪽 풍경이 보기가 좋아 또 옮겼다 그러니까 티비가 원래 있던 자리에서 180도 돌았다 그에 맞게 스피커며 의자며 애써가며 다 세팅을 마친 저 날이 바로 8월 6일 그런데 하필이면 8월 8일 저녁에 인터넷이 끊겨 저 티비를 볼 수없게 되어버린 거다 오늘 점심을 먹으며 밖을 보는데 그때만큼 예쁘지도 않고 잎들이 많이 떨어져 안정감도 떨어진다 kt야 사야의 잃어버린 두 달 돌려내라 ㅎㅎ 이제 추워져서 현관문도 곧 닫아야 하는데 또 옮겨야 하나 어쩌나 유홍초는 오늘 아침 영하로 떨어졌었는지 끝나버렸지만 조금씩 마당에 단풍이 들기 시작한다 단풍을 엄청 신경 썼는데 어찌 변할지 기대된다 하긴 뭔들 신경 안 썼겠냐 성공하는지가 영 다른 문제라 그렇지 ㅎㅎ

신난 사야, 황당 사야

드디어 인터넷이 연결되었다 두 달도 넘게 만이다 참 웃긴 사람들 자기들도 바쁘겠지 어련히 알아서 해줄까 기다렸는데 까먹고 있었나 보다 금요일에 전화를 했더니 월요일 나타났는데 뭐가 문제인지도 모르고 왔더라 우짜든둥 열낼기운은 없고 그냥 좋다 어제는 연결된 기념으로 새벽 두 시까지 드라마를 봤다 ㅎㅎ 지금도 arte방송을 틀어놓고 이 글을 쓰는데 너무너무 좋다 몇 년 동안 음악을 주로 티비로 들어서 연주하는 모습을 못 보고 cd 로만 듣는 건 답답하더라 유홍초가 꽃은 거의 지고 저리 예쁜 단풍으로 사야를 또 설레게 하고 있다 마당에서 자생하는 것들 중 둘째가라면 서러운 꽃이다 봄에 마구 솟아나는 걸 여기저기 모아심기만 해놓으면 잘 자라는 참 고마운 놈이다 특히 아침에 잎에 저리 햇살이 걸리면 가슴이 몽글몽..

짜증만땅 ㅎㅎ

괜찮을 때는 예뻐 보이던 것들도 우울할 때는 다 짜증스럽다 저 오렌지 구절초를 얼마나 기다렸는데 똥파리들이 꿀벌로 업그레이드되었는지 꽃에 매달려 미친듯이 꿀을 빨고 있어 기겁했다 그나마 좀 멀리 심은 게 다행이랄까 산국 사는데 하나 끼여와서 반년을 궁금해하며 기다렸는데 꽃망울 맺힌 지 한 달이 넘도록 안 핀다 가을꽃이 어려운 게 자리만 차지하고 오랜 기다림 때문인데 약을 올려도 유분수지 ㅜㅜ 메리골드가 너무 왕성하게 피어서 큰 꽃을 별로 안 좋아하는 사야는 아주 부담스럽다 덕분에 주저없이 하루에 한두 개씩 따먹었는데 피는 속도를 못 따라가 고민이었다 결국 잼(?)도 만들고 버터에도 섞고 얼리고 난리가 아니다 ㅎㅎ 요즘 계속 비가 와서 또 꽃들이 쓰러지고 ㅜㅜ 이젠 세우는 것도 지쳐 포기했다 저 자주 아스..

화가 치민다

거창하게 국가문제까지 신경 쓸 여력이 안되어 뉴스를 전혀 안 보고 산다 예전엔 그래도 인터넷 뉴스는 읽었는데 요즘은 이런저런 이유로 그것도 안 한다 이건 사야의 지랄 맞은 성격도 한몫하는데 꼴 보기 싫은 인간들을 보면 분노조절이 잘 안 된다 나름 엄청 조심하는데 그래도 황당한 일을 맞닥뜨리게 되고 답답해하는 멍청한 짓을 또 하고 있다 사야가 경기를 일으킬 만큼 싫어하는 모 정치인이 또 사고를 쳤더라 욱일기 타령이야 언급할 가치도 못 느끼는데 역사논쟁으로 번졌길래 이것저것 좀 읽어보다 너무나 황당한 글을 보게 되었다 조선이 망할 지경이었다는 건 식민사관이고 사실 조선 그러니까 대한제국은 이런저런 사실에 입각해서 어쩌고저쩌고 하는 글에 사야를 기함시킨 부분 너무 황당해서 검색을 해보니 역사전공 그것도 근현대..

흰봉선화의 반란?

봄에 썼듯이 겨우 다섯 개 발아해서 사야를 속상하게 했던 흰봉선화 나름 쑥쑥 자라고 저 수곽옆에서 예쁘게 꽃도 피우고 해 섭섭한 마음은 잊고 있었다 그런데 지들은 못 잊었는지 지들이 씨를 뿌리고 더 많이 발아해서는 요즘 꽃까지 열심히 피우고 있다 내년에 자연발아를 하는 게 아니라 당년에 꽃을 피우는 거면 봄만이 아니라 여름에 씨를 뿌려도 된다는 거 아닌가? 이러면 봉숭아 물들이고 첫눈이 아니라 매화 필 때를 기다려야 하는 거 아니냐고 며칠 전 수곽에 물을 채우다가 한놈이 저리 수곽이끼에 발아를 해서 크고 있는 걸 보게 되었다 삼십 센티도 넘는 거 같고 꽃봉오리도 맺혀있어 어찌나 놀랍던지 위태로워 보여 옮겨심을까 잠시 고민했지만, 난 네 운명에 관여하지 않겠다 그 정도 생명력이면 꽃도 피우겠지, 하고 냉정..

이제 가을

억새가 첫가을이었다면 안개는 두번째 가을이자 제대로된 가을이다 안개가 내려앉기시작하면 추워지기 시작하고 쓸쓸함까지 함께 온다 뮌스터도 안개가 많이 끼는 곳이었다 짙은 안개가 낀 들판을 산책하다가 이곳에서 외롭게 늙어가야하는 것인가 가슴이 철렁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보다 더 외롭게 늙어가고 있으니 인생 참 재밌다 잔디는 정말 너무도 더디 자라서 참을성 많은 사야도 힘들다 잡초는 핀셋까지 동원해 눈을 씻고 찾아야할 정도로 뽑고 있는데 언제 다 덮히려나 오랜만에 새끼들도 찾아왔다 어찌나 귀여운지 첫사랑을 보듯 설렌다 사야만 나가면 삼십육계 줄행랑을 치면서 잠시 안보인다고 겁도없이 부엌까지 들어오는 젊음의 발랄함도 부럽다 설레는거까진 아니지만 저 만화속에서 금방 튀어나온거 같은 귀여운 손님도 찾아왔다 손가락만큼 ..

부고

시어머니가 지난 화요일에 돌아가셨단다 아시다시피 요즘 인터넷이 엉망이라 시누이가 수요일에 보낸 메일을 오늘 저녁에야 받았다 다행히 시누이가 임종을 지켰고 지난 토요일에는 다른 가족들과의 작별인사도 했단다 죽음이 구원인거 같았다고 평화로운 마지막이었다고 시누이는 표현했다 사야는 잘모르겠다 그냥 아무생각도 안들고 무엇보다 실감이 나지않는다 여왕서거이후 계속 시어머니를 생각했더랬다 여왕은 마지막까지도 서서 업무를 보던데 말씀도 제대로 못하신다던 시어머니랑 비교되어 속상하고 또 죄책감에도 시달렸다 함께갔던 에딘버러에서 우연히 당시 찰스왕세자도 봤었기에 시부모님과 함께 했던 여행들이 줄줄이 생각났다 소리소리지르며 싸우기도 했었지만 대부분은 따뜻한 기억들 거기다 요즘은 마당이 자리를 잡아가니까 뮌스터생각도 많이 났..

먼지 묻은 삶 2022.0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