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야의 낯선 마당

흰봉선화의 반란?

史野 2022. 10. 2. 08:21

봄에 썼듯이 겨우 다섯 개 발아해서 사야를 속상하게 했던 흰봉선화
나름 쑥쑥 자라고 저 수곽옆에서 예쁘게 꽃도 피우고 해 섭섭한 마음은 잊고 있었다
그런데 지들은 못 잊었는지 지들이 씨를 뿌리고 더 많이 발아해서는 요즘 꽃까지 열심히 피우고 있다
내년에 자연발아를 하는 게 아니라 당년에 꽃을 피우는 거면 봄만이 아니라 여름에 씨를 뿌려도 된다는 거 아닌가?
이러면 봉숭아 물들이고 첫눈이 아니라 매화 필 때를 기다려야 하는 거 아니냐고


며칠 전 수곽에 물을 채우다가 한놈이 저리 수곽이끼에 발아를 해서 크고 있는 걸 보게 되었다
삼십 센티도 넘는 거 같고 꽃봉오리도 맺혀있어 어찌나 놀랍던지
위태로워 보여 옮겨심을까 잠시 고민했지만, 난 네 운명에 관여하지 않겠다 그 정도 생명력이면 꽃도 피우겠지, 하고 냉정하게 돌아섰다


안 쓰러지고 어제 드디어 꽃을 피웠는데 세상에나 저리 연분홍색이 핀 거다
흰꽃만 예쁘다고 생각했는데 저색도 참 예쁘다
돌연변이는 이렇게 일어나는 건가
우짜든둥 참 대견하고 뭔가 위로도 되고 그렇다

.

한련화도 깻잎도 거의 끝물이라 상추와 루콜라를 드디어 조금 뜯었다
아직은 너무 작지만 어차피 사야는 쌈 싸 먹으려고 키우는 게 아니라 상관없다
저리 비빔밥에도 넣고 스크램블에그에도 넣고 라면에도 넣고 그냥 아무 데나 다 넣어먹는다
시금치도 싹을 틔우기 시작했는데 시금치는 처음이라 정말 사야가 아는 그 시금치로 자라는 건지 엄청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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