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따뜻한 은신처 543

비가왔다

그것도 많이 왔다 아마 사야의 마당에서 꽃이 피기 시작한 후 첫 많은 비였을거다 말하자면 황무지를 개간해 마당꼴을 만든게 아직 일 년이 안되었는데 벌써 조급해하는 사야를 본다 반폐인으로 사는 동안 감정의 기복이 거의 없어 많은 것을 내려놓은 줄 알았더니 아니다 여전히 울고 웃고 싶은 욕망이 살아 꿈틀대고 무엇보다 외로워졌다 잊은 감정인줄 알았는데 사랑이라는 것도 하고 싶어졌다 갑자기 든 생각인데 스님들의 해탈같은게 사야같은 반 폐인의 경지랑 같지 않을까하는 합리적인 의심이 ㅎㅎ

사야의 첫사랑 ㅎㅎ

몬산다 오늘 저녁 어찌 첫사랑 놈이랑 백만년만에 문자를 잠시 주고 받았다 첫사랑은 여전히 설렌다 사야에겐 첫사랑이지만 그놈에게 사야는 첫사랑이 아니다 아는데도 그걸 구분해서 자기가 좋아했던 여자 그리고 사랑했던 여자라고 말해주는 그 놈이 고마웠더랬다 얌마 어렸을때 좋아했었다는 거 그게 첫사랑이거든?ㅎㅎ 얼마나 잘난 놈이었는지 그농의 첫사랑과 사야는 서롤 질투했더랬다 그 첫사랑은 그 놈이 사야를 사랑하는 걸 사야는 사야가 아닌 그녀가 첫사랑인걸 ㅎㅎ 몇마디에도 알겠더라 그대로인걸 참 다행이다 여전히 문자만으로도 사야를 설레게해줘서 예전엔 정말 바라만보고 있어도 막 가슴이 벅차올랐더랬다 ㅎㅎ

엄마랑 시어머니

엄마랑은 좋았던 기억이 별로 없다 근데 시어머니랑은 넘쳐흐른다 물론 울 시어머니도 자식들과 사야를 차별대우했다만 그 차별대우마저도 사야에겐 거의 황송수준 미치도록 독일에가고 싶다 그 외로울 시간을 옆에서 지키고싶다 사야를 기억 못하더라도 그 옆에서 당신이 얼마나 근사한 인간이였는 지를 내가 기억한다며 그 마른 손을 잡고싶다 아 정말 떠나시기전에 하고싶다

우울했던 생일

어제 아침 글을 올리고보니 시누이에게서 축하메일이 와 있더라 걔도 진짜 대단한게 단 한번을 안 까먹고 챙긴다 십년정도 부터는 그래 언제까지 챙기나보자, 란 생각도 했었는데 이젠 그저 고맙고 오래오래 기억해줬으면 좋겠다 문제는 늘 시어머니 소식을 듣다보니 심란하고 우울해진다는거다 전남편이야 재혼해서 잘사니 상관없는데 시어머니에대한 부채감과 죄책감은 그리 세월이 흘렀는데도 여전히 사야를 괴롭힌다 거기다 이젠 사야를 기억하지 못할거라는 쓸쓸함까지 어제가 일요일이었다보니 뵙고 왔다고 아침에 또 메일이 와 있던데 말씀도 거의 못하시지만 그래도 알아보고 좋아하시더라나 예전 시어머니는 지금처럼 시누이주말 시간을 뺏게 될까 두려워 시누이곁으로는 안가시겠다고 했었는데 이젠 그것도 기억하지 못하시겠지 시누이가 들으면 웃겠..

생일선물

사야생일이다 드디어 쉰다섯이 되었다 마흔살 생일파티를하고 한국에 나왔으니 벌써 십오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이젠 나가 살았던 세월보다 돌아와 산 세월이 더 길어졌다 생일선물은 무엇보다 사야의 저 자그마한 정원이다 일년전에는 상상도 할수없던 일 여전히 호미하나와 가위하나로 저런 근사한 모습이 만들어졌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맘에 안드는 것도 많지만 스스로에게 준 선물로선 최고다 두번째는 저 물방울 총 ㅎㅎ 작년 생일에도 똑같은 걸 샀었는데 얼마 못쓰고 망가져 어찌나 속상했던 지 동심을 짓밟는 악덕상인들이라고 욕했다( 아 물론 사샤가 동심은 아니다만 ^^;;) 어제 도착했는데 못참고 뜯어서는 신나게 놀았다 한손으로 쏘고 한손으로 사진찍는게 어려워서 저런데 실제로는 더 예쁘다 마지막은 신의 선물 어제 아침 난데없이..

우울증과 아빠

우울증이야 거의 사십년이 다 되어가는 병이니 새삼스러울 건 없는데 그래도 가끔은 벅차다 병이야 늘 있는거고 그걸 어찌 잘 다스리느냐의 문제인데 악화시키는 요인이 있다보면 참 쉽지가 않다 티비에는 옛날드라마를 꾸준히 내보내고 사야는 사야가 없었을때 했던 드라마 중 유명했던 것들은 가능하면 보는 편이다 지금 잘 나가는 중견 배우의 옛 시절을 보는 것도 좋고 사야도 옛날 사람이다보니 티비속의 옛 서울 모습도 반갑다 그렇게 보게된 작별이라는 드라마 외괴의사인 한진희가 암에 걸려 죽어가는 건데 예전 아빠 아프실때가 오버랩되어 아주 힘들었다 드라마가 아니라 사야는 다시 열 다섯이되어 계속 이빠를 보고 있었다 얼마나 아프셨을까가 아니라 한진희랑 다르게 아빠는 왜 그렇게 아픈 걸 참았을까에 대한 기억 피를 토하는 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