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파트릭의 늦은 생일 브런치가 있던 날.
늘 따라만가서 이름을 몰랐는데 운동하느라 같이 출발을 못하고 허겁지겁 찾아가보니 불독커플이랑 2년 간 보졸레 누보를 마시던 그 레스토랑.
66년 11월 22일 출생! 끝내주는 생일을 갖고 있는 파트릭.
우리 아파트사는 애들도 다 있겠거니 생각했는데 가보니 우리부부만 빼고는 다 파트릭회사 사람들이었고 전에 만난 적이 있던 이 커플만 아는(?) 사람들. 남자애는 독일애 여자애는 체코애다.
이런, 셋이 사진을 찍으니 파트릭이 내 남자같네. 안그래도 남들은 파트릭이랑 나랑 무슨 관계냐고 묻는데..ㅎㅎ
나는 도저히 먹을 수 없었지만 저 티라미수와 애플파이등의 훌륭한 디저트까지 세 시간 넘게 먹고 이야기하고 먹고 또 먹다가.
대충 기회봐서 일어선 길. 오랫만에 사람들을 만나 떠든 것도 좋았고 회사사람들만 모이는 자리에 우리를 불러준 파트릭도 고맙고..
대낮부터 술도 마셨겠다 비까지 오는데 낙엽깔린 길을 신랑이랑 흔들며 걸어오다보니 또 포도주를 안 살수 없지
흐리긴 하지만 아직 어두워지지도 않은 시간. 포도주를 따고, 오랫만에 임재범을 걸고 백지영을 걸며 비오는 도시를 바라다본다.
내가 가끔 미칠듯이 좋아하는 비오는 동경.
술도 취했겠다 한국노래도 흐르니 기분도 좋고 더 감상적이 되네
음악을 들으며 하염없이 바깥을 바라보다 드는 생각.
어딜가나 반짝거리던 사야는 어디로 가버린걸까.
가진 재산이라고는 친구밖에 없고 좌중을 휘어잡던 그 사야는..
어쩌다 좋은 만남이었다고. 회사사람들 모임에 우리를 초대해준 파트릭에게 고맙다고 이젠 그렇게 생각하는 사야가 되어버렸구나.
나이가 들어 더이상 중구난방 날뛰지 않아서,
뭐가 부족한지, 뭘 모르는지 스스로 알아가는 이 나이가 참 좋다라고 요즘 생각하고 있었더랬는데.
그리고 이십대로 돌아가 그 아픔과 방황을 다시 반복하고 싶은 생각은 없는데
그래도 오늘같은 날
늘 중심에서 자신만만 혈기넘치던 그 사야가
미.치.도.록. 그립다.
2006.12.09. Tokyo에서 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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