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京物語

카페 뤼미에르와 칭칭덴샤

史野 2006. 11. 14. 20:02

 

(사진출처 다음영화정보)

 

허우샤우시엔 감독이 오스야스지로 탄생백주년을 기념해 만들었다는 영화 커피시광. 대만에서 찍은 건 줄 알았는데 도쿄이야기란다. 이 카테고리 제목, 오스 야스지로의 영화제목처럼 말이다.

 

영화는 좋았고 지루했다는 사람들도 있던데 나는 저 곳이 어디일까를 생각하며 봐서 그런지 시간가는 줄도 몰랐다. 거기다 등장인물은 거의 없고 대화도 별로 없다보니 영화를 거의 다 이해하는 기염도 토하고..ㅎㅎ

 

영화속의 주인공 요코가 사는 곳. 키시보짐마에(鬼子母神前)라는 역에서 그녀는 늘 한량짜리 전차를 탄다. 칭칭덴샤라고도 부른다는 그 전차가 타고 싶어 몸살을 앓을 뻔하다 길을 나섰다..^^

 

몸은 찌뿌둥한데다 오랫만에 운동을 해서 진도 빠졌지만 날씨가 너무 좋았고 머리속은 복잡시러워 어디론가 나가 정신쏟을 곳이 필요하기도 했다.

 

오늘은 거기다 십일 월 중순임에도 영화속처럼 햇살이 찬란하고 따뜻한 날이기도 했고..

 

아라카와선(荒川線)이라고 불리는 이 칭칭전차시간은 총 50분이 넘는다는데 요코가 사는 동네는 신주쿠에서 가까왔지만 나는 반대쪽으로 가서 승선.

 

 

좀 걸을거라고 생각은 했어도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 좀 헤맸는데 마침 길을 물어봤던 아저씨 역시 어리버리하신 분이긴 했어도 구석에 숨어있는 미노와바시三ノ輪橋 역 드디어 발견. 저렇게 열차가 들어왔길래 잽싸게 가서 탔다.

 

 

친절한 구로다상(저 앞 팻말이 보인다..ㅎㅎ)의 멘트를 들으며 드디어 전차는 도쿄도 아라카와구를 지나기 시작.

 

영화에서 요코가 전차에서 내려 갈아타는 역이 어디있는지 모르겠기에 정신바짝 차리고 매번 서는 역을 정탐하기도..

 

 

잽싸게 탔던게 잘못이었는지 전차는 어느 역에 나를 그냥 떨꾸어 놓아버렸고 황당한 마음으로 다음 열차를 기다리는데 역시 전차구경을 하는 이쁜 모자.

 

 

 

열차는 드디어 키타구로 접어들었고 저 앞에 아파트가 참 좋아보인다. 도쿄의 잘나가는 오피스 걸들이 살고 있는 원룸들이 아닐까 혼자 생각. 지나가면서 느낀 거지만 소리가 안나는 다리라던지 새가 나는 산이라던지 재밌는 이름들이 많다.

 

 

 

 

그녀가 갈아탔던 곳을 결국 발견했고 나는 계속 키시보짐마에역으로.. 저 곳이 요코가 부모님과 먹은 스시그릇을 가져다 준 후 가 전차를 타던 그 역이다.

 

무엇보다 놀라왔던건 그 전차를 이용하시는 분들중 거의 칠십이 넘은 노인분들이 너무나 많았다는 것. 도쿄와서 삼 년 동안 보다 훨씬 더 많은 노인들을 오늘 저 전차를 타고 만났다. 시간이 두시에서 세 시 사이인 영향도 있겠지만 세계에서 드문 장수국가에 속한다는 이야기가 절절히 실감나더라.

 

 

이 동네를 꼭 가보고 싶었던 건 허우감독이 왜 이 동네를 택했는지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전차를 타고 오는 내내 그런 기분이이기도 했지만 보통 그러니까 나같은 사람들이 편하게 사는 그런 동네의 분위기, 그러니까 오스의 영화에 나오는 뭐 그런 분위기의 동네에 대한 기대랄까.

 

 

동네는 참 마음에 들었는데 다른 동네보다 아주 오래된 모습이라고 볼 수는 없었지만 저렇게 야생포도덩쿨이 우거진 집에(빈집이다만) 쏟아지는 햇살의 평온함이라니..

 

 

가능하다면 이런 집에 육개월만이라도 살아보고 싶다.

 

 

 

내 어린 시절 보던 병원이 접골원이 좁다란 골목의 살가움이 있는 곳.

 

 

조금 출출하기도 했기에 요코가 통을 가져다 준 그 초밥집에서 초밥을 먹을 생각이었으나 전철길 양쪽 가까운 곳에선 찾을 수가 없었고 그러다 발견한 라면집.

 

세시정도인데도 사람이 꽉차 있어서 (워낙 작기도 했다만) 머뭇거리다 결국 들어갔다. 토쿄에 와 처음으로 자판기에서 티켓을 사서 음식을 먹었다는 것. 그러니 맥주를 마신다는 건 엄두도 못냈고..ㅎㅎ

 

파와 돼지고기라면이었는데 국물이 어찌나 맛있던지 감동. 아니나 다를까 이번 달에 티비 어디에 일주인간이나 소개될거라나 뭐라나.

 

부모님의 가업인지 어쩐지는 모르겠지만 총각 둘이 하던데 저런 후져보이는 식당이 이렇게 유지가 되는 이 나라는 내게 아직도 신기하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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