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京物語

야나카 산책기 3

史野 2006. 11. 12. 13:29

 

 

시장통을 통과 식당을 찾는데 동네분위기가 그래서 그런지 내가 좀 편히 앉아 먹고 싶은 곳은 잘 눈에 띄지 않는다. 그래도 꽃이 가득한 이 동네는 정답다.

 

 

얼마만에 보는 양복점인가. 역시 잘 안나왔다만 저 가봉된 옷이 걸려있는 바로 뒤가 다다미마루같은 것이라 옛 분위기 물씬이다. 언제부터인지 써있진 않았지만 아주 오랫동안 이 동네사람들의 양복을 책임(?)졌을 듯한 가게. 근데 아직도 이런 동네에서 수제품을 입는 사람들이 있나하는 생각에 갸우뚱

 

 

 

이게 가을이냐 봄이냐 걷다 마주치는 저런 색감의 꽃들을 보면 살짝 당황스럽다.. 아 물론 식물에 무지한 나는 가을엔 무슨 꽃이 피는지 잘 모르지만 왠지 이건 아니야 하는 기분..ㅎㅎ

 

 

돈까스도 보이고 혹 식당가인가 해서 접어들었던 이 골목은 술집거리

 

 

마담의 얼굴이 궁금해지는 가게. 꽃집 아니다..ㅎㅎ

 

 

날씨는 정말 너무 덥고 배는 고프고 그냥 시내로 나갈까 하며 역쪽으로 걷는데 본 쌀가게. 주인아저씨가 바로 앉아있어서 마주 보고 못 찍고 옆으로 찍었는데 옛날 우리 나라 쌀가게랑 똑같다. 강소천의 동화에 나오는 것처럼 가게에 들어가 쌀한봉지만 달라고 해도 될 분위기.

 

 

그리고 이건 건너편에 있던 생선가게. 옛집의 규모로 비교해보면 우리 동네의 집들도 만만치 않은데 아니 저 동네보다 좋은 듯 한데 가게들의 규모를 보니 이 곳에 수요자가 얼마나 많이 밀집해 살았는지 혹은 살고 있는 지 알겠다.

 

 

저 창밖의 아가씨가 나온 쪽으로 나왔더니 내가 출발했던 그 골목이고 바로 옆이 그 소바가게다. 이렇게 반가울때가..그래 올라갔더니 테이블이 다닥다닥 붙어있지도 않고 분위기 좋다.

 

 

 

맥주와 야마가께소바를 시키곤 밖을 내다보며 먹는데 소바맛은 기대이하였어도 기분 참 좋다. 더 돌아다닐 생각은 없고 나중에 신랑이랑 다시 한 번 와야겠단 생각.

 

시장도 가야하고 뭔가 사고 싶은 것도 있고 센다키역에 다시 몸을 싣곤 이런 저런 생각에 빠져있는데 옆에 어떤 아주머니가 휠체어에 타신 분이랑 도란 도란 다정하게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린다.

 

그러다 내릴려는 분들을 보니 휠체어에 계신 분은 아이가 아닌 어느 할머니. 어떤 아저씨가 도와드릴까요? 묻는데 이 아주머니 괜찮다고 부탁했다고..그게 뭔 말인가 했더니 열리는 문.

 

한 사람도 아니고 두 사람이나 역무원이 문앞에 서 있다가 하나가 잽싸게 그 십센티도 안되어 보이는 사이에 깔판을 깐다. 특수제작된 듯 문사이의 홈에도 딱 맞는다.

 

그 사이를 휠체어는 살짝 미끄러져내리고 한 분이 휠체어는 밀고 그 아주머님은 할머니가 덮고 계시던 담요만 들고 따라간다. 그들의 그 자연스러운 표정은 내 움직이는 열차와 함께 멀어져가고..

 

가슴이 턱막힐 정도로 충격을 받았다.

 

유락쵸를 긴자를 헤매면서도 그 장면이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고 자꾸 나를 붙들었다.

 

나는, 당연할 수도 있는 그 장면에 무엇때문에 그렇게 충격을 받았던 걸까.

 

오만가지 생각이 다 떠오르는 나는 한국인..

 

 

 

 

 

2006.11.12  Tokyo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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