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또 금요일. 기분도 축 가라앉고 오랫만에 미친듯이 달리기를 할까 하는데 다음 주 개봉인줄 알았던 클림트가 긴자에서 상영중.
아 다음주는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데 당장 가서 봐야겠다 싶었지만 조조는 서둘러도 늦겠기에 다음 걸 보기로 하고 천천히 집을 나섰다. 긴자까지 걸어가야겠단 생각으로 도착한 곳은 히비야공원
분위기야 아직 가을이 올려면 멀었다만 그래도 조금의 색감이라도 반가와 한 장 찍고 공원을 가로지르다가 일부러가 아니라 우연히 가드닝 쇼를 만난거다.
그래 저런 디테일도 열심히 보며 신나서 구경을 하는데..
나처럼 열심히 구경하시던 멋쟁이 할머니. 죄송하지만 솔직히 촌스럽게 생기신 분인데 저렇게 차려입으시니 너무 보기가 좋다. 나를 위해서나 남을 위해서나 나도 나중에 옷입는데 신경을 더 써야겠다는 가슴아픈 깨달음..ㅎㅎ 도둑촬영을 할 생각이었는데 눈치를 채시곤 쑥쓰럽게 웃으시더라..^^;;
정원모형만이 아니라 벽걸이 꽃 전시도 열렸는데 특히나 벽걸이 화분에 로망을 갖고 있는 나는 정신을 못 차리겠더라.
뭐가 상을 받은 건지 관심도 없었는데 저건 와 괜찮다 하고 다가갔더니 은상이였던가? '나도 역시 감각이 있어' 혼자 으쓱하고..ㅎㅎ
그 사이로 보이는 나랑 아무 상관없는 저 아저씨가 어찌나 여유로와 보이던지 또 괜히 정감이 가서 찰칵
저건 무슨 대나무에 물을 채워놓고 소리가 나는 그런 거라던데 아저씨가 너무 바쁘신 듯해 그냥 통과. 앞에보니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어쩌고 써있던데..
화분들 전시회였는데 다른 멋진 것들도 많았지만 나는 꼭 저 자전거 화분을 나중에 내 정원에 놓으면 좋겠단 생각을 했다.
가을을 준비중인 국화들.. 언제쯤 활짝 열릴까나.. 저 뒤로는 히비야 금요음악회를 기다리시는 분들. 영화만 아니면 나도 야외음악당에 앉아 있고 싶은 마음도 조금 있었지만..ㅎㅎ
플라타나스 열매들. 밤이었다면 좋았겠지만..^^;;
히비야공원을 벗어나려다 발견한 도쿄관람버스. 아니 왜 나는 삼년을 살면서 이제야 저 버스를 봤단 말이냐. 다음에 꼭 타봐야지..^^
내가 도쿄를 좋아하는 아주 중요한 이유중 하나인 나무들.
그렇게 서둘러 걸어가 도착한 극장에선 클림트는 내일부터 상영이라는 얄미운 말..ㅜㅜ 평소엔 웹 업데이트도 무진장 늦더만 오늘은 왜 오바는 했냐고 따지고 싶었다만 버벅대며 따지기엔 자존심이 상하는 관계로 포기.아 일본어를 배워야해..ㅎㅎ
황당하니 배가 고파지는데 또 갑자기 두부삼겹살 볶음같은게 먹고 싶다. 전의 기억을 찾아 마츠야 백화점 뒤쪽의 한국레스토랑을 찾아 헤매는데 한국레스토랑은 안보이고 눈에 들어온 이 가게.
앗 하는 기분으로 들여다 본 가게는(사진에선 잘 안보인다만) 너무나 전통적인 모습을 하고 있어서 순간 숨이 멎을 것 같았다. 타임머신이라도 타고 온 듯한 묘한 기분과 함께 말이다.
긴자의 골목길에서 오랜 시간을 버티며 버선종류를 팔고 있는 이 가게는 메이지 7년 창업 그러니까 1874년. 이 발전할대로 발전한 도시에서, 그리고 저 자리에서 저 모습으로 132년을 버티고 있단 생각을 하니 어찌 심장이 쿵쾅거리지 않을 수 있겠는가.
준비없이 마주치게 되는 저런 풍경들 때문에 이 도시를 걷는 건 늘 가슴이 설렌다.
이건 한국식당을 포기하고 내가 먹었던 건 물론..ㅎㅎ 아니고
지난 월요일 결혼기념일에 그 갓 구운 부부와 갔던 레스토랑에서 나왔던 에피타이저다.
저 아름다움과 완벽한 가을 색감이라니..
아직 가을은 멀지만 구석구석에서 가을을 뽐내고 있는 이 도시..길을 나서면 끊임없이 뭔가 일어나고 있는 이 도시가 나는 정말 좋다.
2006.10.27 Tokyo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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