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京物語

시부야로 로망산뽀

史野 2006. 10. 20. 19:26

늘 정신없이 바쁘던 금요일이 널널해졌다.

 

다이어트를 하는 신랑 덕에 금요데이트가 사라져 버렸고 내 트레이너가 승진을 하는 바람에 비싸진 레슨비를 감당할 수가 없어 트레이닝도 줄어 버렸다.

 

시장은 어제 비자연장 문제 때문에 구청에 다녀 오며 해결 했으나 금요일은 또 청소하시는 분들이 오는 날인 관계로 나는 오전에 무조건 사라져 줘야 하는 날

 

혼자 운동을 갈 수는 있으나 김기덕감독의 활이 오늘까지만 상영인 관계로 조조를 볼 생각으로 일찌감치 외출 준비를 했다.

 

그 때 걸려 온 전화. 상황이 상황이니 만큼 뜻밖의 시간에 전화 벨이 울리니 가슴이 덜컹한다. 다행히도 열쇠를 잊고 갔다는 신랑의 전화. 괜찮다는 신랑에게 어차피 나가는 길이라며 키를 가져다 주기로 했다.

 

회사 아래서 전화를 했는데 응답기인거 보니 아마 급한 회의중인가보다. 이십 분 정도 기다렸더니 뛰어 내려온 신랑. 철책(?)앞에서 그냥 열쇠주고 간다니까 커피 한 잔 할 시간도 없냐고 밀고 나온다

 

 

급히 사진을 찍느라 조금 흔들렸으나 커피 주문을 하는 신랑을 멀리서 바라보니 갑자기 왜 그렇게 말라 보이던지.

 

아직도 구십 킬로 가까이 나가는 체격인데.. 겨우 육 센티 작으신 아버님이 육십 킬로라는 생각에 순간 가슴에 찬바람이 인다.

 

 

나보러 그 시간도 없냐고 물어 놓고는 그래봤자 겨우 십분. 스타벅스에서 카푸치노를 마시며 이야기를 하는데 아침에 좋은 시간 보냈냐는 신랑. 세상에. 여덟 시에 출근한 남자를 열시 반에 만났는데 좋은 시간 보냈냐니 그렇게 할 말이 없을까? ㅎㅎ

 

잠시 하루 해야 할 이야기들을 나누고 일어서는데 꼭 너무나 바쁜 애인을 잠시 만나러 온 여자마냥 애뜻하다.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난 신랑을 바깥에서 잠시 만나면 늘 그런 기분이 든다

 

조조는 물 건너 갔고 그 다음 걸 보려면 시간이 남고 롯본기에서 시부야까지 걸어 가기로 했다니 한술 더 떠 그럼 집에서부터 걸어왔냐는 남자..-_-

 

 

오늘을 오프닝으로 롯본기와 시부야 분카무라에서 도쿄영화제가 열리는데 저 포스터가 건물이랑 잘 어울려 한 컷.

 

 

커피숍이다. 창문없는 분위기가 꼭 퇴폐다방을 연상시켰는데 문 밖의 광고문에 특별한 커피를 판다는데 잠시 갈등. 요즘 커피때문에 고민이 많긴 하지만 벌써 머그컵으로 세 잔의 커피를 마신 아침.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한다.

 

 

전체적인 분위기상은 절대 아니었지만 저 팻말때문에 한국식당이라는 걸 딱 알았다. '배고파' 식당이라니..ㅎㅎ 점심시간이었으면 들어 가 밥을 먹는건데 이 것도 다음을 기약하며 패스

 

 

옆에 고가도로가 있어 결코 낭만적인 산책길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저렇게 옆으로 나무 가득한 주택가도 보이고

 

 

도쿄에 삼 년을 살면서 버스를 줄서서 기다리는 사람들 처음 봤다. 우리 집 바로 앞에 버스 정류장이 있는데 지금까지 거기 버스가 서는 것도 딱 한 번 봤다..^^;;

 

 

이런 줄 서는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니군. 혹 라면집인가 봤더니 중화면을 파는 곳이다. 딱 11시반. 저 잘 안 보이는 주방장이 문을 열자 들어가는 중.

 

 

무슨 상사의 도쿄지점이던데 너무나 특이하다. 창문도 없는데 저 안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 지 궁금해서 참을 수 없지만 들어가서 구경시켜 달라고 할 용기까진 없으니..

 

 

시부야를 한두 번 가는 게 아닌데 저 길을 처음 들어가 봤다. 왜 잘 안 끌리는 그런 길 있잖은가. 역시나 러브호텔과 클럽들로 가득한 거리.

 

 

윗 사진을 찍은 곳에서 뒤를 돌아 찍은 사진. 저 담쟁이인지 무성한 건물은 지금은 비어 있더라. 저 길 끝에 내가 주로 시부야에 가는 목적인 분카무라가 있다.

 

 

표를 사고 내려와 역시 참새가 방아간을 그냥 지나갈 수가 없는 그 곳에서 점심을 먹었다.

 

포도주때문에 좀 알딸딸하기도 해서였는지 대화도 거의 없는 영화는 시간이 언제 갔나 싶게 좋았고 특히 여자배우의 미소가 어찌나 매력적이던지..

 

 (사진출처. 다음영화정보) 

 

왜 김기덕이 욕을 먹는지 혹은 왜 누군가는 김기덕에 열광하는 지 조금 알 것도 같았던 기분.

 

역시 목적이었던 저 레스토랑 뒤로 보이는 미술관에서 프랑스 릴(?)미술관전을 보았는데 사람이 어찌나 많던지

 

자세히 좀 보고 싶은 좋은 작품들이 많았는데 대충 두 번 왔다 갔다 하고 카탈로그를 사는 걸로 아쉬움을 달랬다 

 

 

나와서 담배 한 대 피우는데 사진에는 표현이 안되었다만 저 하얀 건물 사이로 전부 머리하는 사람들이 보이는데 무슨 전위예술을 보는 느낌.

 

 

잠시 옆 길로 샜더니 미로같은 시부야 골목들. 다음에 와서 다시 돌아다녀보자 하는 다짐(?).

 

시부야 역에 있는 쇼핑센타에서 렌더맨님이 말씀하셨던 그 쥐색 가디건과 스웨터를 사고 집 근처에 내려 오랫만에 고니시에서 포도주도 사고 흔들거리며 돌아와.

 

 

 

새 옷 입어 보고 또 오랫만에 거울 셀카 하나.

 

오백 년 만에 외출해서 걷기도 하고 영화도 보고 전시회도 보니 내가 살.아.있.구.나.란 생각이 드는 날.

 

역시 오랫만에 뒤 프레의 브람스 첼로 소나타를 듣는 시월의 어느 날..

 

 

 

 

 

 

2006.10.20 Tokyo에서 사야

 

 

18463

 

제목은 어제 읽은 '도쿄 로망산뽀'라는 책에서 차용. 음악은 올리고 싶은데 유감스럽게도 다음에선 브람스의 첼로 소나타를 팔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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