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번 이야기 했듯이 신랑은 회를 좋아한다. 그것도 미치도록 좋아한다. 그가 처음 회를 먹은 건 속초에서 였는데 그때 나는 날 것이라는 단어가 생각이 안나서 신선한이라고 이야기했고 그야 당연히 신선한 생선을 먹자는데 누가 마다하랴라는 생각으로 따라왔다가 먹은게 회다.
독일에서 부터 아일랜드시절까지 스스로 무덤을 팠다고 해야하나 나는 수시로 초밥을 만들어 대령해야했고 여기 와서 부터는 물만난 고기다.
사진도 올렸었지만 우리가 금요데이트를 한다고 늘 가던 곳도 스시바.
요즘이야 다이어트를 하시는지라 금요데이트마저 사라지고, 정말 매주 그렇게 스시를 먹어야한다면 나는 금요데이트가 사라져도 좋다고 생각할 정도인데 대신 우리가 하는 건 긴자의 미쓰코시백화점 식품부에서 회를 사다 먹는거다..-_-
물론 그건 첫 해에 내가 여러 번 하던 일이기도 한데 어쨌든 미츠코시 백화점의 생선은 무진장 신선하고 무진장 맛있다. 문제는 또 무진장 비싸다는 건데 다행히도 오후 다섯 시가 넘으면 반값이다.
나야 뭐 두 시에 사던 다섯 시 넘어 사던 신랑이 퇴근해 올 동안 냉장고에 넣어두어야하니 그 반값이 고맙기 이를데 없다. 아니 그게 아니라 반값이 아니라면 사시미로 배를 채우는 이 남자를 만족시킬 방법도 없다.
각설하고 일이 터져서 또 주말내내 출근을 해야했던 이 남자. 일요일에 제발 일찍 퇴근해오라고 내가 회를 사다놓고 꼬셨더랬다.
운동하고 어쩌고 백화점에 도착한 시간은 다섯 시 반. 평소같으면 미어터져야할 곳이 아무도 없다.남들이 뭘하건 나랑 무신 상관이냐. 늦어도 여섯 시까진 오라고 했으니 서둘러 바구니를 들고 회를 집어들려는데 이런 세상에 맙소사 가격이 그대로인 거다. 나같이 가격은 잊고 먹을 건 먹자라는 주의로 사는 날라리 주부도 너무 놀래서 바구니를 떨어뜨릴 뻔.
민망해서 일단 바구니를 슬그머니 도로 가져다 놓았는데 회사온다고 오라고는 했지 당황스럽기 이를데 없는거다. 안그래도 다이어트 중인데 회대신 뭘 해줘야 좋을까 내가 아무리 미쳤어도 죽어도 저 가격으로 회를 살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고..
평소엔 그런 거 잘 못하는게 결국 아주머니를 하나 붙잡고 왜 가격이 이 모양이냐고(?) 물었더니 조용하고도 짧게 이 아주머니 아직 시간이 안되었다나? 내가 약먹었냐? 삼년을 여기서 생선을 사는데 다섯시 반이 시간이 안되었다니..ㅜㅜ
어쨌든 그럼 여섯시인가 하고 혹 기다려보기로 하고 있는데 한심 그 자체..그래도 어쩌랴 돈이 왠수다..ㅎㅎ
여섯시는 기다리건 안 기다리건 결국 다가왔고 아저씨 두 분이 반 값을 붙이기 시작한다. 물론 어떻게 알았는지 마구 밀려드는 사람들.
회를 워낙 좋아하니까 일을 못 마쳤어도 집에 와있을 신랑생각에 마음이 바쁜 나도 밀고 당기고 마구 마구 챙겨넣었다.
그래서 마련된 이 식사..^^
반값이어도 너무 비싼고로 정말 나는 몇 첨 먹지도 못하고 또 그걸 들킬까봐 미리 뭔가를 먹어둬야하는 현실이긴 하지만(이러니까 내가 무지 알뜰하고 좋은 마누라같다만 어쨌든 이 드라마틱한 상황만은 사실이다..ㅎㅎ) 그래도 신랑이 너무 좋아해서 행복한 시간
이번에는 평소 못 보던 더 비싼 참치가 있었는데 그 엄청난 사람들 사이에서 낚는데 성공.
저 빨간 것들이 다 참치인데 셋 다 다른 종류다. 참다랑어라의 뱃살부위와 눈다랑어의 뱃살부위. 그리고 내가 낚아채온 건 해동도 아니고 아오모리 현에서 잡히는 참다랑어의 볼살이라나?
도저히 생선이라고 믿어줄 수 없는 이게 그거다. 일본의 흑우가 대충 이런 모양으로 중간에 지방이 어마어마 하게 들어있는데 그 쇠고기라고 해도 믿겠다.(뒷 배경은 광어다..^^)
레스토랑에가서 먹는 것도 아니고 백화점 식품부에서 사다먹는 이 우리의 사시미 만찬은 반값이어도 어쨌든 우리에겐 여기서만 누릴 수 있는 사치다.
특히 이번처럼 시간이 바뀌어서 나를 당황스럽게 했던 때는 더 감동스러운,
도쿄에 사는 우리의 행복한 사치...
2006.09.05 Tokyo에서 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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