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0일 금요일. 오랫만에 운동을 가면 좋으련만 별로 내키지도 않고 집은 비워져야하고 준비를 서둘러 하고는 집을 나섰다.
오래전부터 일본인들이 모여산다는(도쿄인데 이 말이 웃기다만 우리 동네엔 서양인들이 워낙 많이 사는 관계로..^^) 닛뽀리 근처에 가보고 싶었는데 워낙 멀게 느껴져 자꾸 미루고만 있다가 지난 번 읽은 책에서도 소개되고 또 지난 번 신혼부부가 다녀온 것도 자극이 되어 그리로 갔다.
책에 보면 닛뽀리역 남쪽출구나 치요다선 센다기역에서 시작하라고 되어있는데 나야 당근 지하철을 타고 센다기역에서 하차. 역을 나서자마자 나오는 시노바즈도리. 아 제대로 찾아왔구나..ㅎㅎ
황당한건 걷는 시간 갈아타는 시간 합해 집에서 이십분 좀 넘게 걸린 것. 이런 걸 그렇게 멀다고 생각하고 있었다니..하긴 나야 워낙 걷는 걸 좋아하다보니 걸어가기에야 좀 멀긴하지..ㅎㅎ
우선 먼저 눈에 확 들어오는 생과자점. 옛날 옛날 옛적 호랑이 담배먹던 시절에 저 센베이 과자 엄청 먹었더랬는데.. 아 그리고보니 엄마도 무지 좋아하는데 나중에 한국갈때 저 과자라도 좀 사가야겠다.
이불이 걸려있는건 좀 웃기지만 역시 눈에 확 들어오던 소바전문점.
야나카소학교. 가끔 신기한건 여긴 학교분위기도 다른데 우리나라 초등학교는 뭘따라 지어졌는지 궁금. 거기다 국민학교가 일본식이름이라고 해서 초등학교로 바꾼거 아니었던가?
신발을 직접 만들고 있는 가게라든지 저런 집이라던지 아기자기한 분위기.
우리 동네도 절이 엄청 많고 옛 분위기가 남아있긴 하지만 이 곳은 남아 있는게 아니라 그냥 다 옛 분위기다..ㅎㅎ 조금만 날씨가 흐렸더라면 영화속을 걷고 있는 기분도 느꼈을 정도
저 좁은 골목 사이로 보이는 할아버지와 마당 비슷한 장면이 갑자기 내 어린시절의 한 추억의 장면을 보는 듯한 묘한 기분이 들더라.
그 추억의 장면에 들어갈 만한 어느 일본식 주택의 현관
햇살은 어찌나 찬란한지 모든 것이 바삭바삭 부서질 것처럼 낯선 11월의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넓은 공간에 버려진(?) 저 공터위에 모인 햇살이 한참을 내 시선을 잡아 끌었다.
저 곳에서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 잠시 고민하다 무조건 좁은 골목으로 접어 들었더니 보이는 이 멋진 가게는 찻집인가 했더니 고가구점이다. 아직 문은 안 연 상태
살림집 같지도 가게 같지도 않은 이 곳 저기 붙은 걸 좀 자세히 읽어보려고 다가갔더니 저 빨간 우산 뒷쪽 방에 앉아 있던 총각(?)이 기타를 잡고 있다가 어찌나 다정하게 웃으며 바라보던지 괜히 남의 집 구경하는 기분이 들어 잽싸게 자리를 떴다..ㅜㅜ
거기서 마주보이던 골목안의 집. 저 이층 오른쪽에 빗물이 타고내려오게 되어 있는 저 줄이 내가 지금까지 일본에 와서 가장 감동하고 있는 거다. 아무리 봐도 너무 마음에 들고 낭만적이란 생각.
그 길끝에 보이던 야나카묘지. 독일에서도 묘지를 돌다 와서인지 갑자기 일본의 묘지형태가 눈을 잡는다. 좀 다르긴 해도 비교한다면 우리쪽보다는 서양쪽에 더 비슷하달까. 나무도 많고 까마귀가 많아 스산한 기분이 들긴해도 산책하기에 괜찮다(그래 취향 특이하다..ㅎㅎ)
그냥 돌아나가려고 했는데 마침 도쿠가와 요시노부의 묘로 가는 방향표가 보인다. 요시노부라면 마지막 쇼군이 아닌가. 잠시 쇼군이었다 메이지시대를 산 비운의 인물로 알고 있는데 거기다 어느 책에선가 도쿄인들의 사랑을 받았다는 이야기도 있고 해서 발길을 옮겼다.
벽으로 둘러쌓여있고 철문이 굳게 닫쳐있는데 그 철문사이로 찍었다. 왼쪽이 그의 묘. (저건 우리 묘 스타일이랑 좀 비슷하네)
내 뒤로도 사람들이 자꾸 오는 걸 보니 사랑받기는 받는 가보다란 생각. 어떤 할아버지가 자꾸 말을 시켜서 그냥 웃으며 서둘러 떠났는데 거꾸로 돌아나오는 길 찬란한 햇살때문인지 내가 갈피를 못잡고 빠져 허우적대는 역사라는 망망대해때문인지 어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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