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spective I: David's Madame Recamier1950
의자위에 관이 꺽여져 놓여있는 이 특이한 그림은 벨기에의 유명한 초현실주의화가 마그리뜨의 작품이다.
이 그림을 그냥 보면 초현실주의답게 그냥 그럴수도 있다 싶을거다.
그러나 아랫그림을 보면 생각은 백팔십도 달라진다.
위의 그림은 아랫그림을 마그리뜨가 패러디한 작품인데 패러디가 디지털시대인 요즘만 유행은 아니었고 마그리뜨뿐아니라 피카소도 달리도 많은 패러디를 했다.
Jacques-Louis David (1748-1825) Madame Recamier,1780
이 두 그림을 비교하며 받는 우리의 시각적 정신적 충격은 저 두장이 그림에 불과하다가거나 저 그림속의 여인은 마그리뜨보다 100년도 전 사람이라는 걸로 금새 사라지지 않는다.
The Balcony,1868-9,Musée d'Orsay, Paris, France
마네의 유명한 발코니그림이다. 산뜻한 차림의 남녀가 발코니에 앉아 밖을 바라보고 있다.
거리에선 뭔가 흥미로운 일이 일어난걸까?
이 번엔 거꾸로 마네그림을 먼저 보고 마그리뜨 패러디그림을 보는 느낌은 어떤가?.
Perspective II: Manet's Balcony,1950,Museum van Hedendaagse Kunst, Ghent, NL
마그리뜨가 열네살때 그의 엄마가 자살을 했다고 하니 그의 잠재의식엔 저 상황이 자연스러울 수있다.
실제 멀쩡하던 엄마가 어느 순간 관속에 갇히게 되었으니..
삶이란게 어차피 지나가는 과정이란 의미에서 변화의 속성을 표현하는 그의 저 기발한 발상에 찬사를 보내야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어차피 삶과 죽음을 가르는건 순식간이므로.
그러나 난 마그리뜨그림의 예술적 의도나 심리학적 분석을 떠나서 그냥 두 그림을 비교해 바라보다 보면 화가앞에 포즈를 취하고 있는 저 여인이나 발코니에 있는 사람들에게 그냥 관을 씌우고 못을 박아버린 듯한 느낌을 받는다.
아무렇지도 않게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아니 최소한 시각적으로 그렇게 보이는 사람들에게) 죽음을 의도적으로 입힌 화가의 붓질..
그런각도로 본다면 이건 지금 부시가 이라크에 하고 있는 일이랑 일맥상통하는게 아닐까?
911테러에 대한 보복, 후세인이 위험인물이라는 핑계로 전통과 문화를 자랑하는 한 나라에 들어간 미국인들은 산사람들을 관에 넣고 열심히 못을 박아대고 있다.
그들도 특별한 사람이 아닌 우리처럼 밥을 먹고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고 가끔은 삶도 힘들어 하며 매일을 살아가는 그런 사람들인데..
그리고 우리는 고맙게도 디지털문명의 덕을 톡톡히 보며 그 시각적 충격을 고스란히 받고 있다.
만약 우리가 위의 그림이 어떤 여인대신 관을 그려넣은 거라는 걸 지금처럼 직접 보지 않고 말로 들었다면 상황은 다르다.
실제 코소보학살이나 아프리카의 민족학살들이 우리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니니까.
시각적 체험은 정서적체험과 얼마만큼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는 걸까?
정서적체험이 내면화되는데는 또 얼마의 시간이 걸리는 걸까?
부시정권이 우리에게 제공하는 시각적 충격은 저 그림들보다 강도가 훨씬 심하다.
우리는 피해자일까 가해자일까?
윌리엄 골딩의 파리대왕을 읽었을때와 같은 공포감
그 공포감은 사진들을 통해 읽히는 내안에 내재된 잔인성에서 기인한다.
부시가 신나서 못질하는 소리와 관속에 들어가며 그들이 내지르는 비명소리가 섞여들리는데도 귀막으며 그냥 앉아만 있는건 나고 당신이다.
그리고 우린 이제 못값까지 보태주려고 하고 있다.
Madame Recamier,[sculpture],1967
그런데 그런 생각도 든다.
우린 어쩜 함께 못질을 당해 관에 갇히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고.
요한계시록 최후의 심판에서나 나올법한 지옥의 패러디가 진행중이고
고귀하다고 믿던 인간의 존엄성이 힘의 원리에 무참히 무너지는 걸 보며
그리고 침묵하고 방관하며 우리의 영혼을 관속에 함께 묻는 건지도…
마그리뜨에 대한 오해가 있으면 안되므로 그가 한 말을 올립니다..ㅎㅎ
Sonata for violin and piano No.5 'Sp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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