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rdinand Hodler: Die Lebensmueden. 1892, Öl auf Leinwand, Neue Pinakothek, Germany
그는 죽어가는 그녀를 끝없이 바라보았다고 한다.
그리고 백장이 넘게 자신을 그리고 그녀를 그렸다고한다.
그의 나이 예순이 넘어서 였다.
죽어가는 연인을 그리는 화가들의 심리는 무엇일까?
Ferdinand Hodler, Sterbende, 1915
그렇게라도 사랑하는 여인을 잡아두고 싶은 처절함일까?
사랑의 고통이 극대화되는때는 상대를 그저 바라볼 수 밖에 없는 자신의 무력감을 확인하는 순간이다.
어느 모퉁이에선가 나뉘어진 반쪽이 기나긴 윤회의 시간을 거쳐 부딪히는지도 모를 운명적인 사랑..
여자관계가 복잡했던 55살의 나이의 그와 35살 그녀와의 만남이 그랬단다.
이제 내게 운명적 사랑같은 건 다가오지 않을테구 스러진 사화산의 안정감에 만족하고 사는 세월이지만..
여전히 난 그들의 사랑이 아프다.
어린시절부터 줄곧 그의 주변을 떠돌던 죽음
삶의 고통을 사랑으로 위로받던 그에게 늦게 다가온 그 운명적 사랑은 그러나 너무 처절했다.
마흔의 나이에 그의 아이를 임신하고 암에 걸린 그녀..태어난 아이를 돌보지도 못할 정도로 악화된 그녀는 삼년의 세월가까이 조금씩 죽어갔단다.
Ferdinand Hodler: Die Nacht. 1889-1890, Öl auf Leinwand, 116,5 × 299 cm. Bern, Kunstmuseum
호들러( 1853 - 1918 ), 그는 반고흐와 같은 해에 태어나 전혀 다른 길을 걸어간 스위스 화가다.
그만큼 어린시절이 불우했던 화가가 드물정도로 아버지는 다섯아이를 남기고 결핵으로 세상을 떠나고, 의붓아버지마저 알콜중독으로 어머니와 함께 가계를 책임져야했던 그의 나이 12살. 그때 그 집엔 아이가 열셋이었단다.
그 어머니마저 결핵으로 돌아가시고 18살에 집을 떠난 그는 그림을 그리게된다.
그의 대표작품인 이 그림은 전시예정이던 미술관에서 미풍양속을 해친다는 이유로 거부당한다.
그 옆건물에 그가 일프랑의 전시료를 받고 걸었을때 천삼백명이나 되는 스위스인들이 보고자 했다니 즐거운 사라나 내게 거짓말을 해봐를 일부러 찾아 읽는 심리는 동서고금 같나보다.
밤이라는 제목이 붙은 저 그림은 난교파티후 지친 남녀들일까 아님 그의 부모가 그랬듯 결핵에 죽어가는 사람들일까.
가운데 눈을 크게 뜬 호들러 자신으로 간주되는 저 남자는 무엇이 겁나 저렇게 눈을 크게 뜬 것일까
선과 평면으로 단순화되고 대칭 반복을 통해 강조되는 그의 그림들에서 죽음의 향기를 맡는다면 내 공포 역시 위험수위를 넘은 건 아닐까.
15 La Rade de Genève à l'aube. 1918,Huile sur toile. 61 x 128 cm,Signé en bas à droite : " F. Hodler "
그녀의 부재를 극복하지 못하고 역시 죽어가던 화가가 남긴 풍경화에선 禪의 세계가 느껴진다.
경지란 고통이라는 통과의례를 거친 자에게 찾아오는 것일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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