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도는 흔적

Dublin에서 전화 받던 여자

史野 2004. 1. 27.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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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린생활 3년째에 대한항공 유럽예약센터에서 육 개월 일한 적이 있다 ( 나도 늘 백수인건 아니었다..ㅎㅎ)

 

하루종일 앉아서 전화를 받아야하는 힘든 일인데다가 그 곳 최저임금..ㅜㅜ 기혼인 나는 남편수입과 함께 세금을 제하기에 왔다 갔다 차비 점심값도 안나왔지만 재밌는 일도 많아서 즐겨 일했다

 

일하기 전까지는 비행기를 자주 타도 항공사에 전화 안하는 나같은 사람만 있는 줄 알고 뭐하나 싶었다...^^

 

그런데  면세품 신청부터 아이들 메뉴 자리 마일리지 등등 그 내용은 끝도 없다.

 

혹시 그때 대한항공타고 유럽이나 미국에 가셨던 분들중엔 나랑 통화를 한 분들도 있을지 모르겠다..ㅎㅎ

 

얼굴을 보지 않는 전화통화는 사람의 인격파악에 가장 쉬운 일중 하나가 아닐까 할만큼 전화를 하다보면 별 사람이 다 있다

 

대한항공은 24시간 무료전화를 운영하는데 그게 시차가 있는 서울과 LA 더블린이 나눠하는 거다

 

지금도 그런진 모르겠지만 예를 들면 한 사무소가 문을 닫으면 미국에서 같은 번호를 눌러도 그 전화가  더블린으로 자동 넘어온다

 

손님들은 그걸 모르니 웃긴 일이 참 많은데 전화를 거는 사람들은 전화 받는 사람이 같은 장소에 있다고 생각을 하는 것이다

 

어느 날 전화가 와서 화장실이 어디 있냔다  어디 계시냐니까 파리 드골공항이란다

 

화장실표지판은 전세계 공용인데 정말 옆에 있었다면 한 대 쥐어박고 싶더라.

 

아무리 공짜전화고 불어를 못한다고 해도 그런것까지 예약센타로 물어보다니  어떻게 생긴 사람인지 너무 궁금했다..-_-;;

 

한 번은 여기 비행기언제 도착하느냐는 전화를 받아서 계신 곳을 말씀해달라고 아무리 물어도 그냥 여기란다. 알고 봤더니 미국 애틀란타였다. ..^^

 

특히 미국사람들은 더블린이라고 하면 너무 신기해하며 날씨는 어떠냐 몇 시냐 아가씨는 거기서 뭐하냐 별 쓸데없는 질문을 다한다..ㅎㅎ

 

한 번은 뉴질랜드에서 영국을 방문한 남자분의 전화를 받았는데 그의 영어를 도저히 못 알아듣겠는거다

 

조심스럽게 손님 제가 이해를 못했다고 좀 천천히 다시 말씀해달라고 했더니 이 아저씨가 자기가 뉴질랜드 촌 사람이라 발음이 그 모양이라고 너무 미안하단다..하하하

 

친절하다고 이름과 전화번호를 꼭 적어놨다가 놀러오라는 사람. 꼭 입력해야할 전화번호를 물어보면 그런건 왜 물어보냐고 화를 내는 사람 정말 가지각색이다

 

우리가 서비스한 언어는 7개국어라 여러 나라 애들이 섞여 일했는데 모두 공통적으로 치를 떠는 전화가 있었으니 일본사람과 인도사람이다

 

일본애들은 프리티켓으로 일년간 영국으로 어학연수를 많이 왔는데 싼 표라서 환승지역인 서울 일본간 자리 빼기가 쉽지가 않다 일년 간 뭘 배웠는지 영어는 시원찮고 꼭 전화를 걸고 나서야 비행기표를 찾아 헤맨다..ㅜㅜ

 

인도사람들은 자주 예약을 바꾸는데 그럴때마다 늘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거다

 

인도는 부모가 한 열명은 되는지 전화거는 사람마다 매번 사정이 똑같다

 

물어보는건 어찌나 많은지 인도사람 전화를 받으면 삼십분은 기본이다

 

성격 무지 좋았던 독일 동료는 그 전화에 질려서 자기는 인도사람만 빼면 세상 어느 나라 남자와도 결혼 할 수 있다고 농담을 하곤 했다..하하하 

 

다들 젊은 애들이라 자주 모여 술도 마시고 파티도 하고 그랬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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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덩이가  대문짝(?)만하던 사람좋은 그 애는 지금 어디 있을까 이 글을 쓰다보니 그 애가 갑자기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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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1.27. 東京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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