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따뜻한 은신처

낯뜨거운 사야

史野 2016. 8. 26. 03:04

아직까지는 그 원인을 정확히 분석은 못했다만 어려서 부터 워낙 고집도 세고 자기확신도 강했던 사야

자신감도 넘치고 늘 뭔가를 하는 데는 합당한 이유가 있다고 믿고살았던 적이 있었다.

나름 합리적인 남자랑 결혼생활을 하면서 서른이 넘으면서 부터는 조금씩 깨어지며 균형을 잡으려고 애쓴다고도 믿었더랬다.


세상에서 제일 싫은 게 무식한 거 그리고 무조건 우기는 거라고 생각하고 살았는데..

이를 어쩌면 좋니 정말 미치고 팔짝 뛰겠다

요즘 사야가 그러고 있네


홋가이도여행을 다녀와서 홋가이도 멜론이 너무 맛있다는 사람에게 그러니? 하면 될 걸 한국 멜론도 요즘 정말 맛있다고 왜 우기니? ㅜㅜ

거기다 심각하게 산속에서 살겠다는 것도 아니고 산속에 들어가 혼자 텃밭을 일구며 살까 잠시 생각했다는 사람에게 꿈도 꾸지 말라고 이게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또 왜 우기냐고..ㅜㅜ


아 정말 생각할 수록 저녁내내 얼굴이 화끈거려 미치겠더라

사야가 평소에 한심하다고 생각하는 인간의 모습이 딱 사야더라고.

이런 모습은 아닐 줄 알았는 데 날 것의 사야의 모습이 한마디로 후지더라.


몇년 전 ' 네가 얼마나 후진 인간인 줄 아니냐' 는 친오빠의 독한 말을 한시간 가까이 듣고는 울고불고 난리에 지금까지 얼굴도 안보고 살고 있는 데 세상에나 그 남자의 말이 모두 맞더라니까

오해는 마라 이건 자학이 아니라 자각이고 그 남자가 이제서야 용서가 된다, 뭐 이런 의미도 아니다

단지 스스로 확인하는 과정이 참 아프고 힘겹다.


이게 그러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황당하달까

아니 누군가가 박정희를 존경한다고 한 것도 아니고 박근혜가 국정운영을 잘한다고 한 것도 아닌 데 도대체 남이 홋기이도 멜론 맛있다는 말에 한국멜론도 맛있다고 거기다 직접 지어본 적도 없으면서 담양에서도 딸기농사 끝나면 멜론농사를 짓는다고 그 멜론도 먹어봤냐고 왜 열을 내냐고..

이것도 오해는 마라 설마 사야가 일본게 맛있다고 그래서 열을 냈겠냐..ㅜㅜ


늘 강조하지만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와했다는, 서시가 사야는 싫다니까

아예 그런 마음을 먹어본 적도 없고 부끄러운 것 투성이긴 한 데 그래도 이번엔 진짜 부끄럽다.

아니 누구랑 통화를 하고나서 싸운 것도 아니면서 상대가 답답하거나 짜증스러워운 적은 있어도 이렇게 부끄럽기는 처음인 것 같다.

아 이것도 나이탓일까


아니 스스로를 많이 열리고 많이 넉넉한 사람이라고 믿었기 때문인 이유가 큰 것 같다

그 오랜세월 승질 드러운 걸 뭐 자랑처럼 떠들었던 것도 위악을 떨어댔던 것도 뭐 비슷한 맥락이었겠지

정신과의사들이 놀랠만큼 자신의 문제점들을 팍팍 짚어댔던 것도 같은 맥락이었을까.

아 좀 멀리간다..ㅎㅎ


전화를 끊고나서부터 참 아픈 시간을 보냈는 데 오늘 내용은 참 황당하지만 이게 사야가 하루이틀 느꼈던 건 아니다

그러니까 말장난은 아니다만 자각이 곧 행동으로 이어지는 게 아니라는 걸 절절히 자각했기때문이랄까

요즘처럼 생각이 많고 말이 적은 때에는 말이 그 생각을 따라갈 거라고 믿었는 데 그게 아니었다

적나라한 표현으로는 ' 푸실푸실 지껄이고 있다' 란 기분?


아 뭔 말이 더 필요하겠냐

진짜 스스로가 참 많이 부끄러웠다..

잠도 안오고 술도 안 취해..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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