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따뜻한 은신처

한 여름의 또 다른 힘듦

史野 2016. 8. 21. 01:41

오늘 새삼스럽게 이동식 에어컨을 검색했다

밤에 선풍기없이 자는 지도 며칠 되었고 오늘은 실내온도도 한도 낮아졌는데다 이 시간에 마당에 나가면 시원하다 못해 겉옷을 걸쳐도 상관없을 온도인데 이제는 지친다

뭐든 지 그렇지 않냐 원래 막 타오를때보다 그 마지막 불꽃이 사그라들기전이 더 견디기 어려운 것

견디다 지쳐간다고 할까

그제는 청소기를 돌리다 폭력충동을 느꼈다

정말 너무 더워서 그 청소기를 들고 막 뭔가 때려부수고 싶을만큼의 비이성적인 욕구가 들더라구

선풍기로도 찬물샤워로도 마당에 나가 그늘에 있어도 해결이 안되는 극단의 느낌같은 거였다


근데 지금 그 극단의 느낌을 쓰자는 건 아니고..ㅎㅎ

사야네 집에는 세 곳의 출입문이 있고 다 방충망이 없다.

울 새깽이들이 워낙 튼튼해서 어차피 방충망을 뚫고 들어오는 지라 설치할 수가 없었던 건데 지금이야 설치해도 되지만 뭐 이런저런 이유로 못하고 있다


파리나 모기는 어차피 집안에서도 생겨나고 사야가 직접적인 고통도 당하므로 그 생명에 대한 가여움은 전혀 없는 데 아니 증오심이 더 큰데 벌이나 나방같은 사야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지않는 곤충들은 미치고 팔짝 뛰겠다

사야가 생명에 대한 특별한 뭔가가 있어서가 아니다

어쩌다 집안으로 들어왔는 데 사야네 집은 천창이 있는 관계로 다들 그 곳이 나가는 곳인 지 알고 그 앞에서들 몸부림을 친다

소리를 안내는 것들은 인지도 못한다만 윙윙거리며 계속 천창에 부딪히고 있는 모습은 참 보기 힘들다

뭐 도와줄 방법이 있어야 도와주지.

가끔 지친 놈들을 집게로 집어 내보내주기는 하는 데 사야가 집게로 집을 때 그걸 살려준다고 생각 못하니까 한번에 잡히지 않는 놈들은 정말 스트레스와 공포로 몸부림을 치는 데 그것도 할 짓은 못된다

아니 사야가 한번 놓친 놈은 그래서 안 잡는다.

살려줄려고 했던 거라고 그냥 니 팔자라고 미안하다고 하고는 그만..

살려고 하는 데 사야는 살 수 없다는 걸 아니까 그 처절한 몸짓을 지켜보는 건 참 아프다


예전에 알제리출신의 친구가 이슬람은 동물을 죽여서 먹지만 그 동물이 가장 고통을 덜 느끼고 죽을 수 있는 방법을 택한다는 그 말이 이제야 절절히 이해된다니까

물론 사야야 비행기나 자동차사고 같은 갑작스런 죽음보다는 생각하고 준비할 수 있는 걸 원한다만 이젠 출구를 찾을 수 없고 생존의 공포로 몸부림을 하는 곤충들을 보는 건 참 힘겹다고..


뜬금없지만 그러고보면 걸리버여행기를 썼던 조나단 스위프트는 참 위대하다

결국은 이런 모든 걸 간파했다는 거잖아

신의 위치처럼 모든 움직임을 보고 있거나 아님 철저하게 통제당하거나..


어찌보면 묶인 거인도 아니고 아무것도 모르며 귀여움 받는 소인도 아닌 현 시점, 이 나라의 백성이 가장 불쌍하려나

꼭 생명에 대한 경외도 아니고 고통받는 게 싫어서 살려주려는 건 데 사야가 시도하는 그 구원의 손길이 결국은 생명의 위협이고 가장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시점이라는 건 참 마음을 복잡하게 한다

하도 하다보니 사야도 이젠 잘 모르겠다

그러니까 인간의 운명처럼 한치앞을 모르면서도 그리 발버둥치다가 생을 마감하는 게 더 나은 건 지 아님 생명의 위협을 느낄 지언 정 사야의 손에 구제되어 다시 넓은 세상에서 주어진 생을 마감하는 게 맞는 건 지..


이러고 저러고를 떠나 하나는 확실하다

결코 나갈 수 없는 데 천창을 향해 죽을 힘을 다하고 있는 걸 바라보고 있는 건 많이 아주 많이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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