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살다 정말 이런 경험은 또 처음이다
사야는 지금 일요일 오후부터 온 몸을 겨울옷으로 감싸고 살고 있다
아니 한겨울에도 이런 차림으로 집안에 앉아있지는 않는 다
이 적응안되는 온도와 그 온도에 적응못하는 사야의 몸.
이건 결국 지난 번 냉장고에서 멀쩡히 잘 살던 균들이 온도가 올라가니 마구 곰팡이를 피워내서 충격이었던 것과 비슷한 충격인 데 지금 사야의 몸이 그렇다
고맙게도 아직은 몸이 잘 싸워줘서 앓아누울 정도는 아니다만 벌써 이러고 있는 게 오십시간이 넘었으니 참 힘겨운 싸움이다
넘 춥다고 느낄 때는 막 혈관으로 냉동피가 흐르는 기분이라니까
면역력탓인가 생각해봤더니 뭐 어느 정도 이유는 있겠지만 그게 다는 아닌 것 같다
집에 에어컨도 없고 이 촌구석에서 어디 나가지도 않고 지딴에는 그러니까 사야의 몸딴에는 이 격한 여름에 맞게 나름 노력하며 견디고 있었는 데 갑자기 변한 이 추위에 벅차다고 화를 내고 있는 것 같다
못 느낄 뿐이지 몸은 일이도에도 반응한다던 데 삼십도넘은 더위를 역시나 삼십일 넘게 나름 견뎠던 몸이 순식간에 육칠도가 떨어지는 실내온도에 놀란 것 같다고..
마침 지난 일요일은 앱상으로 철원보다도 온도가 낮았고 그게 시내기준이니 당근 사야가 사는 이 곳은 이삼도 정도는 더 낮았을 거다.
그러니까 에어컨 한 번 제대로 쐬어보지도 못해 최소 한달이 넘도록 늘 삼십도넘게 맞춰져있던 사야의 몸이 반란을 일으키는 것 같다고
동어반복이다만 그래서 사야가 그 반란을 일으킨 몸과 대충 타협하며 견디는 게 참 어렵다고. ㅎㅎ
지금처럼은 아니지만 예전에도 온도때문에 이 비슷한 경험은 있었다
상해에서 빙등제를 보러 하얼번에 갔을 때였는 데 온 다리가 코끼리처럼 부풀어 올랐었다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바디로션을 바르고 등등 금새 가라앉기는 했다만 지금도 잊을 수 없을만큼 놀라왔던 몸의 변화.
이번 더위를 정말 온전히 온 몸으로 겪으며 참 많은 생각을 했었다
사야의 한계가 아닌 인간의 한계
정말 아무것도 못하겠더라
어느 구석을 가도 에어컨이 없는 한 사야를 구원해주지는 못하더라고..
근데 그게 딱 하루이틀만에 또 사야를 추위로 무기력하게 한다니 씁쓸하다
물론 더위는 추위보다는 견디기 쉽다는 게 여전한 사야의 생각이다만
그리고 지금 사야는 다행히 그 격한 싸움에서도 이긴 것 같다만
무기력
사야의 그 무기력증이 아니라 인간의 무기력
어차피 나고 죽는 자체가 의지랑 상관없으니 총체적인 무기력은 맞다만 그거야 숙명이니 업계용어로 논의할 대상은 아니고
날씨때문에도 이렇게 삶이 극적일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고..
한 여름 날씨가 16도인 곳에도 살아보고 한 여름에 한 겨울일거라는 리우에도 가보고 영상 6도면 얼어죽는 사람이 생긴다는 홍콩에서도 살아봤지만 이런 날씨는 처음이라고..
아마 한국날씨중에서도 처음일 것 같은 데 이런 걸 분석하는 데이터같은 건 안 나오네
어쨌든 사야는 이제 완벽한(?) 자연인 인 것같다
이런 나라에서 에어컨의 수혜를 전혀 못 누리는 인간이 얼마나 있겠냐고
과장이 아니라 급격한 온도변화때문에 어떤 종이 멸종하기도 했다는 이론을 사야는 이제 온 몸으로 믿겠다
아 젠장
몸의 변화는 사야가 평소 삶이라고 믿었던 논리나 이성같은 걸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더라고
실내온도가 순식간에 7도 정도 떨어지니까 그냥 몸이 반응하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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