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따뜻한 은신처

긴 하루였다..ㅎㅎ

史野 2016. 7. 30. 00:26

오늘은 냉장고서비스 기사분이 오시기로 한 날

아침 열시에 오신다고 해서 알람을 여덟시에 맞춰놓고 일찌감치 누었는데도 아침 다섯시가 넘도록 잠을 이루지 못했다

사야네 집안에 누군가 들어오는 건 거의 열달만.

다행히 집구조가 거실과 부엌이 분리되어 있고 마당에서 직접 부엌으로 들어올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긴 했지만 그냥 왠지 불편한 마음.

이주간 냉장고가 고장나서 불편했던 것 보다 누군가를 집에 들여야한다는 게 더 부담스러웠다면 이해하려나..


여덟시엔 못 일어나겠고 비몽사몽으로 간신히 아홉시쯤 일어나 커피마시고 어쩌고 하는 데 오실 시간 쯤 갑자기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그 분이 통과하셔야할 길이 잡초로 우거져 난리도 아닌데 이걸 어쩌나..ㅜㅜ

더 당황스러웠던 건 화장싱을 가고싶으시다네

물론 이것도  미리 예상을 한 거라 죄송한데 그냥 마당에서 해결하시면 안될까요? ㅎㅎ


기사분은 안타까와하셨지만 결론은 이십만원이 넘는다는 부속품을 교체해야한다네

사야야 아예 고칠 수 없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에 감사한 마음이었고 금요일에 오신다고 해서 부속품가지러 가고 어쩌고 이번 주말이 지날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 데 토요일 저녁즈음에는 교체가 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어 그것도 감사.


집이 더러운 건 뭐 그나마 감수할 생각이었기에 괜찮았는 데 냉장고뒤가 어쩜 그리 더러운거니..ㅜㅜ

정말 얼굴이 다 화끈하더라.ㅎㅎ

고칠 수 있다고 하고 내일 저녁에야 오신다니 어쨌든 또 에헤라디야 앉아있다가 아무래도 쌓인 먼지들은 닦아야할 것 같아 쭈그리고 앉아 부품들주변을 닦고 있는 데 다시 울린 전화.

다른 기사분인 데 당장 해결을 하러 오신다는 거다.

뜯어낸 상판 물청소할려던 순간이었는 데 어찌나 다행이던 지.

하필 왜 비가 와서, 라고 생각했었는 데 비가와서 에어컨 출장서비스를 못가시고 사야네 집에 오신거라니 참 고마운 비일세..ㅎㅎ


우짜든둥 이주간 고장났던 냉장고가 다시 돌아왔다

냉장고가 없이 살 수 있다면, 바랬던 적이 있었는 데 이번에 냉장고가 없이는 일단 여름의 삶은 불가능하다는 걸 알았다

부패속도가 사야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더라구

심지어 우려먹는 오미자도 우리는 용기를 안씻고 그냥 계속 우렸더니 기포같은 게 올라오며 금방 반응해서 놀라왔다.


오늘 기사님 사야보다 열 몇살은 어려보이는 데도 냉장고 없던 시절 찬장이며 곤로쓰던 걸 다 기억하셔서 참 재밌었다.

그러게 생각해보면 그땐 지금보다 덥지는 않았던 것 같은 데 그냥 사야의 착각일까.

아니겠지? 물론 습도의 영향도 크지만 실내온도가 27도일 때랑 28일 때의 느낌이 다르니 일도정도 온도가 올라갔다는 건 무지 다른 의미겠지?


오후쯤 일이 다 끝났으므로 삼주만에 이마트에 갔다

다 비워버린 냉장고를 갑자기 채울 수는 없겠지만 저장할 수 있다는 느낌으로 쇼핑하는 거 참 새로운 경험이더라..ㅎㅎ


결국 냉장고에서 자유롭고 싶었지만 결코 자유로울 수 없었다는 이야기

이주가 얼마나 의존하고있는 지 아님 어떤 편암함을 누리고 있는 지를 느끼기에 딱 적당했다

부패해가는 음식물이나 재료들을 온전히 바라보고 있는 게 편한 일은 아니었다고..

왜 온전히 바라보고 있었는 지는 묻지마라

그냥 궁금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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