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
물론 이 경우에 하는 말은 아니겠다만 사야가 하도 놀라운 경험을 하고 나니 저 말이 딱이다
그래 세상엔 눈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니고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살고 있더라는 새삼스런 경험.
하긴 뭐 미생물말고도 소리도 그렇잖냐
지구가 도는 소리가 너무나 큰데 우리는 못듣는다나 어쩐다나.
사야는 음악프로를 자주 보는 관계로 소리를 엄청 키워놓고 듣는 편인데 소리가 크건 말건 아무 신경도 안쓰고 자던 울 새끼들이 사야는 전혀 듣지도 못하는 소리에 깨어 마구 짖어댈 때도 매번 참 신기하긴 하다.
지난 번 잠시 언급했지만 화장실 변기보다도 냉장고에 세균이 더 많다는 게 놀랍게도 사실이었다
이번에 냉장고가 고장난 후 처음에는 당연히 언 음식들도 있고 냉장고가 그래도 실온보다는 낮으니 그냥 쓰고 있었는 데 이삼일인가 지나고부터는 벌써 곰팡이가 피기 시작하는거다
그래서 코드를 아예 뽑고 냉장고문을 열어놓은 상태로 말했듯이 버릴건 버려가며 먹을 건 먹어가며 나름의 정리를 하고있었는 데 한 일주일 쯤 지나자 정말 상상도 못한 그냥 멀쩡한 그 냉장고 유리선반같은 곳에도 하얗고 파랗고 그런 곰팡이가 피기 시작하더라
화장실변기야 말할 것도 없지만 조리대같은 곳을 아무리 안닦아도 그런 곰팡이가 피지는 않는다.
그러니까 통풍도 잘 안되는 냉장고안에는 세균이 득실득실해도 저온이라 활동을 못하고 있다가 적절한 온도와 습도를 만나니 일제히 활동을 개시했다고 볼 수 밖에 없더라지.
참 놀랍고도 충격적인 경험이었다.
하긴 뭐 암세포도 그렇다잖냐. 몸에서 매일 생성되는 데 딱 그 자랄 환경이 되면 자라는 거라고..
이번에 경험한 또 놀라운 일은 간장이나 소금보다 식초나 설탕이 보존력이 더 강하더라는 것.
간장장아찌나 젓갈류보다 피클종류랑 설탕절임종류같은 것들이 훨씬 오래가더라.
아 참 카레도 그렇더라 열흘이 넘었는 데도 열어보니 멀쩡하더라고..ㅎㅎ
근데 그걸 또 열어서 공기랑 접촉하게 놔두면 하루만에 상해버리니 진짜 신기하다.
우짜든둥 아직 백프로는 아니지만 이제야 냉장고에 있던 것들을 거의 비우고 오늘은 냉동고쪽 청소도 끝냈다
미생물에 대한 공부말고도 사야는 이번에 사야가 얼마나 못버리는 사람인 지도 절감했다.
아직도 버려야할 지 말 지를 고민하는 게 있으니 더 말해 뭐하겠냐
물론 그건 어찌 버려야하는 건 지 모르는 게 이유이기도 한데 유통기한이 지난 마요네즈나 사탕같은 것등 난감하기 그지없다.
마요네즈는 튜브에서 짜내서 그 내용물은 어디다 버려야하는 지 그리고 그 튜브는 어찌 씻어야하는 지
거기다 사탕은 일일히 다 까서 껍질은 비닐로 내용물은 뭐 일반쓰레기로 버려야할텐데 그것도 막막하고 말이다.
이번에 일이 더딘 이유중 하나도 음식물쓰레기랑 관계가 있는 데 여긴 음식물쓰레기를 따로 수거해가지를 않기에 묻거나 해야하는 데 그것도 간단한 일은 아니다
특히나 이번처럼 쏟아질때는 거의 절망적인 상황이다.
이러니저러니해도 열흘넘게 냉장고없는 날들이 잘 가고 있다
시장만 가까우면 아니 달걀 두개 고추 두개 뭐 이런식으로 구입할 수 있다면 정말 냉장고없이 사는 것도 나쁘진 않겠다싶다
특히 사야처럼 한번 장을 보면 이주동안은 꼼짝도 않는 사람에겐 말이다
오늘 꼭 필요한 게 있어서 동네마트에 갔었는 데 저장이 안된다고 생각하니 진짜 딱 필요한 거 말고는 살게 없더라..ㅎㅎ
얘기가 나간다만 사야는 이래서 창조론을 믿지 않는다
아무것도 없는 데 그게 곰팡이건 뭐건 환경만 조성되면 마구 생명력이 꿈틀되거든
시골에 살던 초기엔 이렇게 심기만 하면 주렁주렁 열리는 데 왜 조선시대엔 그리 굶어죽는 사람들이 많았을까 고민도 했다만 막상 사야가 마당에 거름도 안주고 물도 안주니 안 열리더라구
초식동물이었다던 그 거대한 공룡이 사라진 것도 뭐 비슷한 이유아닐까.
괜시리 보이지 않는 미생물을 이해하면 이 삶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지는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
더위가 기승인 데 이 곳은 그래도 오늘 새벽에 그리고 오후에 소나기가 지나가서 인가 살만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에서 이렇게 더운 여름은 처음이다
추워죽을 것 같았던 게 얼마 되지도 않는 것 같은데 더워죽을 것 같고 또 금방 추워죽을 것 같고 그렇겠지?
일년이란 시간이 개인에겐 길지만 그냥 어딘가에서 이 삶을 쳐다보고 있으면 한국인들은 냉탕에 들어갔다 온탕에 들어갔다를 끊임없이 반복하고 있는것 같겠다
다혈질일 수 밖에 없는 건 인정..ㅎㅎ
어쨌든 사야가 이 더위에 냉장고문제를 언제 해결하는 지 기다려보자
냉장고문제가 해결된다고 아주 행복하거나 그 고마움을 이제야 알았다거나 뭐 그럴 것 같지는 않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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