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따뜻한 은신처

대서

史野 2016. 7. 23. 03:40



대서라는 데 사야는 처음 들어보는 것처럼 낯설다.

원래 있던 날이었나? ㅎㅎ

덥기는 했는 데 날씨가 너무 좋았다.

이렇게 맑은 날은 정말 오랜만이라 요즘 사야에게 버림받은(?) 마당이지만 사진 한 컷.

올해들어 인위적으로 물한번 준적이 없지만 우짜든둥 저리 참나리도 만개했다.

저 뒤로 우렁차고 정신없어보이는 칡덩쿨은 사실 사야에겐 가리막역할을 해주는 지라 무척이나 고마운 존재다




세상에 얼마나 더우면 오늘 울 호박이가 저리 바닥도 모자라 선풍기앞에 누워있다.




겨우 9일전 사진인 데 원래는 찌는 더위에도 저러고 있는 놈..

저날도 사실 너무 더워서 저러고 있는 게 신기해찍은 거니 저 놈속을 결코 이해할 수는 없다..ㅎㅎ



우짜든둥

여전히 사야는 이 더위에 냉장고없이 살고 있다.

처음부터 이럴 생각은 아니었는 데 며칠 냉장고없이 살아보니 살만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냉장고와 냉동고에 있는 것들을 싹 비우고 싶어졌다

음식들이 갑자기 동시에 다 상하는 건 아니니까 먹는대로 먹고 또 상하는 거 버리고 뭐 그러다보니 이리 시간이 지났다

뭐랄까 개운하달까 자유로와지는 기분이랄까

첫날은 사실 무지 놀랬는 데 부엌은 엉망진창이다만 생각밖으로 담담한 날들이 가고있더라

적응력 뛰어난 거야 익히 알고 있었지만 지난 번 물안나올 때도 그렇고 이리 불편함에도 무덤덤할 줄은 몰랐다

하긴 현재 삶이 총체적 난국이라 그런가..ㅎㅎ


근데 그것도 아니다

정확히 이년 전 담양에 있을 때도 무진장 불행했다. 그리고 본의아니게 이곳에 돌아오게 되었을 때는 지금처럼 혼자 이 곳에서 살 수 있을거란 건 도저히 상상할 수가 없는 일이라서 그 막막함이 지금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진 않았더랬다.

거슬러거슬러 한국으로 떠나오기로 결심하던 구년전에도 결코 그 괴로움의 무게가 지금보다 덜하진 않았다.

아니 그때는 살점이 떨어져나가고 가슴이 찢기는 것처럼 고통스러웠었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원망할 사람이 하나도 없어서 누구탓을 할 수 없다는 게 안타까왔었는데 또 막상 따져보면 억울하게도 어쩌다 이 모양 이 꼴이 된거냐고 한탄할 그 무엇이 또 없네.

어쨌든 사야는 이러니저러니해도 현재 사야인생에서 가장 긴시간 그렇게도 간절했던 그 평온한 삶을 살고  있으니까

인생이란 건 어찌보면 참 재밌다

잠시 밖에 나갔더니 바람도 시원하고 달도 밝고 달빛에 비친 꽃도 운치있고 그저 멍때리고 앉아있기 좋은 그야말로 평온한 밤이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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