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냉장고가 고장이다.
금요일에 고장났으니 그리고 어제가 초복이었으니 턱걸이다만 꼬박 나흘을 이 삼복더위에 냉장고 없이 지내는 중이다.
처음엔 미치고 팔짝 뛰는 줄 알았다.
여름에 냉장고가 고장나는 건 비가새거나 욕실세면대에 물이 안나오는 것보다 훨씬 심각한 일이더라구.
근데 막상 요즘 폐인 모드인 사야가 주말과 귀차니즘을 핑계로 버텨보니 냉장고 없이 지낸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확인같은 게 해보고 싶어졌다.
예전에 잠시 쓴 적도 있는 데 어떤 블로그지인에 부엌에서 냉장고를 뺏다길래 사야가 엄청 부러워 한 적이 있거든
거기다 사야기억으로는 초등학교 저학년때에는 집에 냉장고가 없었다.
물론 결론부터 말하자면 냉장고없이 사는 건 불가능까진 아니어도 참 많은 것을 포기해야하고 엄청나게 불편한 일이다. ㅎㅎ
어쨌든 우선 사야가 한 일
냉동고에 있던 비싼 식재료들을 꺼내 먹었다.
아끼고 아끼던 것들을 마구 꺼내먹는 재미도 나쁘지는 않더라..^^;;
뭐 입도 짧은 사야가 먹는 걸로는 불가능하니 새벽 네시까지 간장과 조금을 동원해 일단 보존기간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을 다 동원했다.
그래도 포기해야할 것들은 생기고 얼마나 쓸데없는 것들을 많이 보관하고 있는 지도 절절히 경험했다.
유통기한 지난 것도 많고 언제 넣어놨는 건 지 기억이 안나는 것들도 많고 일인분에 실패해 얼려놓은 것들도 꽤 되고..
가게도 멀고 먹고싶은 걸 혼자 언제든 해먹어야한다는 나름 신념(?)으로 참 이것저것 많이도 쟁여놓고 살고 있더라.
거기다 냉장고는 정말 더럽더라..ㅜㅜ
얼마전 뭘 어찌 안하면 냉장고속의 세균이 화장실 변기보다 많을 수 있다는 기사가 있었다
그 기사 댓글에 맨날 기사만 읽다보면 집안에서 가장 깨끗한 게 화장실변기인 것 같다고 걸 보고 박장대소했었는 데 사야의 냉장고가 그렇더라고..ㅎㅎ
이건 언젠가 냉장고 청소할 때도 절절히 느껴 고기공놈에게 열심히 설파(?)했던 적도 있는 일인 데 그래도 주부경력이 십년이 훨 넘었던 사야가 한국에와서 냉장고때문에 엄청 스트레스를 받는 이유는 음식문화의 차이에 있더라고
그냥 재료를 꺼내서 요리하면 되는 서양과 달리 저장음식을 꺼냈다 덜어서 다시 넣고 하는 과정에서 냉장고가 더러워지더라니까.
이것도 뭐 일종의 잘 닦아넣고 하지 않는 게으른 인간의 자폭이긴 하다만 스트레스받다가 나름 깨닫고는 즐거워진 경험이었다..ㅎㅎ
막상 잘 보니 사야에게 우선은 맥주랑 우유 그리고 냉동만두랑 울 새끼들 멕일려고 세일하는 거 왕창 사다놓는 고기정도가 가장 큰 문제더라
엄밀히는 포기하거나 절충할 수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하루종일 아니 어제부터 이런식으로 따져보며 냉장고에서 자유로와 질 수 있나 머리깨고 있었슴..ㅎㅎ
안다 이것도 일종의 병이라는 걸
모터고장으로 그 고생을 하면서도 거의 연결만 하면 되는 수도를 고집스럽게 거부하고 대한민국에서 전쟁이 나지 않는 한 전기가 끊길 위험을 없을텐데도 냉장고에서 자유롭고 싶은 이 이상한 간절함.
인터넷이나 드라마도 못 끊고 사는 주제에 걸맞는 자유로움의 추구는 아니지만 그냥 그렇다구..ㅎㅎ
우짜든둥 냉장고는 현재시점 이런 상태..
글고 이건 사야가 결국 실패했다만 무슨 수를 써서라도 데미지를 줄여보려 노력했던 흔적
주말내내 이러고 놀았다니까..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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