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이수복
이 비 그치면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
서러운 풀빛이 짙어 오것다.
푸르른 보리밭길
맑은 하늘에
종달새만 무어라고 지껄이것다.
이 비 그치면
시새워 벙글어질 고운 꽃밭 속
처녀애들 짝하여 새로이 서고,
임 앞에 타오르는
향연(香煙)과 같이
땅에선 또 아지랭이 타오르것다.
어젠 새벽부터 하루종일 비가 내렸다.
요즘은 마당에 나가 세시간정도 일하는 게 어찌보면 낙인데 비가오니 하루종일 집안에 갇혀지냈다.
팔이 조금 아플뿐인데 그리고 나아지고 있는데 왜 시간이 지날 수록 더 힘들고 더 서러워지는 지 모르겠다.
늦게까지 자고 쥬스마시고 커피마시고 마당에 나가 일 좀 하면 벌써 저녁시간.
술마시며 티비 다시보기로 지나간 프로나 드라마들을 연달아 보다보면 무의미하게 가는 시간들..
자주 행복하고 자주 불행했던 사야가, 그리고 다양한 표정의 사야가 행복하지도 않고 불행하지도 않은 무표정의 삶을 이어가고 있다니.
누가오는 건 물론이고 사람을 만나는 것도 나가는 것도 싫고 팔이 불편한 이유도 있지만 씻는 것도 귀찮은 그런 날들.
그제 근 열흘만에 사람들을 만났다. 친구놈이 청주라며 타이완에서 출장온 거래처 직원을 데리고 갑자기 온다더라. 다른 친구였으면 지금 기분으론 거절했겠지만 그래 친구좋다는 게 뭐냐 컨디션뿐 아니라 집도 엉망이었지만 저리 그냥 손님을 맞았단네.
성격도 좋은 아가씨던데 문제는 왜그렇게 중국어가 안되던 지, 아무리 안쓰고 살았더라도 나름 자부심을 가지고 있던 중국어였는데 참 허망하더라.
이러단 중국어뿐 아니라 십 수년간 그 피나는 노력이 다 물거품이 되어버릴 지도 모르겠단 생각에 허망하다 못해 서러운 기분이 들더라.
15년 세월, 한국에 돌아와 그 부재의 시간들을 따라가기도 사실 벅찬데 사전이 낱장이 되어버릴 정도로 이를 악물었던 시간들은 또 이렇게 흔적도 없이 사라져가는 걸까
이 그래 스스로 감금을 자처한 이 나만의 성.
혹독한 겨울을 혼자 견디며 죽어도 혼자는 못 살겠는데 새로운 누군가를 만나는 건 더 싫고 이 나이가 되도록 스스로를 책임질 수 있기는 커녕 혼자는 병원도 못가는 인간이란 걸 자각하는 시간
왜,를 수만번 되물었던 그 혹독한 시간.
그리고 또 사람에게 마음다친 시간, 버리고 왔으면 쿨해야하는 데 역시나 찌질하게 전남편때문에 눈물짓는 시간.
아 왜 사야는 죽도록 미워하며 관계를 끝내지 못하는 걸까.
전 남편도 전 남친도 왜 사야에겐 이리도 아픈 상처인걸까. 그리고 그들에게 왜 사야는 어쩔 수 없는 아픈 손가락인걸까
행복하지도 불행하지도 않은 일상을 살다 갑자기 든 생각, 올들어 엄마랑 통화를 한 적이 없는 것 같더라는 슬픈 사연
어찌보면 사야에게 엄마는 더이상 아픔의 대상이 아리란 이야기일 수도 있다.
엄마가 죽으면 사야가 울까?, 라고 쓴 적이 있는 데 백프로 울거다. 아니 미친듯이 울거다. 엄마때문이라기보다 사야 삶이 서러워 울꺼다
그래 결론적으론 이 혹독한 겨울을 겪으며 사야삶이랑 엄마를 분리하는 데도 성공. 오빠에게 충격받아 안 본 지도 벌써 일년이 다 되어가니 사야는 사실 이 처절한 혼자를 너무 잘 버텨내고 있는 건 지..
중구난방 글이 안 써진다
글을 쓰고 싶단 생각보다는 걱정하는 그대들에게 뭔가 써야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는 건 지도 모르겠다
예전엔 이 방을 가끔 이삼주간 방치한 적도 있고 뭐 그랬다만 요즘 사야는 늘 인터넷을 들여다보는 관계로 그것도 쉽지가 않다.
그래 허망하고 슬프다
아직은 사야가 이 인생에 일어난 일들을 다 정리한 건 아니다. 사얀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느라 글을 올릴 수 없었고 유감스럽게도 그래서 무소식이 희소식은 아니라는 것..
봄이 오고 비도 오고 싹이 돋아나 다행이긴 하다만 그렇게 해결하기엔 사야의 삶이 너무나 복잡하고 생각할 일도 해야할 일도 혼자 스스로를 챙겨야할 일도 너무 많다..
2013..04.07. 여주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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